허도가 부인병 치료 위한 여의의 양성을 건의하다
의정부 참찬(議政府參贊)으로 치사(致仕)한 허도(許衜)가 글을 올려 말하기를,
"《예기》에 이르기를, ‘사람이 나서 7세가 되면, 남녀가 자리를 같이하지 아니하며, 먹는 것을 같이하지 아니한다. ’하였으니, 이는 성인(聖人)이 남녀의 분별을 삼가히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이미 기질로 구성되어 있은 즉, 질병이 없을 수 없으니, 그 위급할 때를 당하면 비록 종실의 처자(處子)라 할지라도 의원을 구하여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 드디어 남의(男醫)로 하여금 살을 주무르게 하니, 그 남녀의 분별을 삼가는 뜻에 해괴함이 어떠하겠습니까. 혹은 진찰해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끝내 질병을 다스리지 못하고서 요사(夭死)하는 자도 있으니, 신은 조석으로 깊이 걱정하는 바입니다. 태종조에 여의(女醫)를 둘 것을 청하여, 즉시 서울에 있는 의사(醫司)에 명하시어, 각 기관의 나이 적은 비자(婢子)를 선택해서 의술을 가르치게 하셨는데 전하께옵서 또 그 인원수를 증가하시고 무겁게 그 교훈을 가하시니, 이로 말미암아 서울에 있는 병자는 한갓 존귀한 집만이 아니라, 사서인(士庶人)의 집 여자까지도 모두 이에 치료를 힘입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외방의 부녀자들만이 홀로 그 어지신 은택을 입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정치 교화상의 한 흠사(欠事)가 아니겠습니까. 신은 원컨대, 외방 각도의 계수관(界首官)118) 의 관비(官婢) 중에 영리한 계집아이[童女]를 택하여 서울로 보내어 침구술(針灸術)과 약품 조제하는 법을 가르쳐서, 그 술법을 익숙히 익힌 자는 도로 그 관으로 보내면, 그 지역 안의 부녀자의 병은 가히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신이 전일에 글을 올렸던 것인데, ‘풍년을 기다린 뒤에 행하라.’ 명하시니,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천운이 고르지 못하고, 음양이 혹 실조(失調)한데, 1년의 풍흉이 어찌 한 나라가 다 고르게 되오리까. 신은 듣자오니, 경상·전라도는 비록 풍년에는 이르지 못하였으나, 또한 흉년은 아니라 하니, 청컨대, 이 도로부터 비롯하여 인화(仁化)를 넓히도록 하소서."
하니, 예조에 내려서 검토하여 계문토록 하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66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의약-의학(醫學) / 출판-서책(書冊) / 신분(身分)
- [註 118]계수관(界首官) : 지방 각도의 감영(監營)이 있는 가장 우두머리 되는 고을임.
○議政府參贊致仕許衜上書曰:
《記》曰: "人生七歲, 男女不同席、不共食。" 此聖人所以謹男女之分也。 然旣有氣質, 則不能無疾病, 當其危急之時, 雖宗室處子, 莫不求醫而治之, 遂使男醫按摩肌膚, 其於謹男女之分何如? 或有羞其診視, 終不治疾, 以致夭絶者。 臣夙夜深慮, 在太宗朝, 請置女醫, 卽命京中醫司, 擇各司之年小婢子, 敎以醫術, 殿下又增其數, 敦加訓誨。 由是, 京中非徒尊貴之家, 抑亦士庶之女, 亦皆賴之。 然外方婦女, 獨不被至仁之澤, 豈非政敎之欠事也? 臣願外方各道界首官官婢內, 擇穎悟童女, 送于京中, 敎以針灸藥餌之法, 習熟其術者, 還送于其官, 則領內婦女之病, 可以治之, 故臣前日上書, 命待豐年而後行之。 臣愚以爲, 天運之不齊, 陰陽之或愆, 一年之豐歉, 奚均於一國之內? 臣聞, 慶尙、全羅雖未至於豐稔, 亦非儉年, 請從此道始, 以廣仁化。
命下禮曹, 商確以啓。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66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의약-의학(醫學) / 출판-서책(書冊)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