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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22권, 세종 5년 11월 5일 임오 3번째기사 1423년 명 영락(永樂) 21년

평양 통사 주양선이 요동에서 가져온 조서문

평양 통사(平壤通事) 주양선(朱揚善)요동으로부터 조서를 등사하여 가지고 와서 계하니, 그 조서에 이르기를,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는 조서를 내려 이르노라. 짐은 생각하건대, 하늘이 덮고, 땅이 실어서 만물을 생육하는 것으로서 덕을 삼고, 제왕이 통솔하고 제어하여 〈백성을〉 편안히 기르는 것으로서 마음을 삼으니, 순종하는 자를 무애(撫愛)하고, 거역하는 자를 억제하는 것은, 내외가 없는 한 천하임을 보이는 것이다. 또 이적(夷狄)이 환난을 일삼는 것은,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었으니, 《서경[書]》에 이르기를, ‘만이(蠻夷)가 화하(華夏)084) 를 어지럽게 한다. ’하였고, 《시경[詩]》에는 ‘융적(戎狄)을 정벌하였다. ’하였으며, 한나라당나라로 내려오면서도 누차 침범과 모욕을 당하였고,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그 화가 더욱 심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그 비린내 나고 더럽고 악한 것이 하늘에 들리매, 하늘이 우리 황고(皇考)085)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를 내신 것이니, 하늘의 밝으신 명을 받으시고 〈모든〉 생령(生靈)을 주재(主宰)하시와, 화난을 평정하시고 추악한 무리를 소탕하시어, 이 천하 만만년의 태평의 치화(治化)를 열어 놓으시니, 〈그〉 신성하신 덕과 공은 〈이 천지가〉 개벽(開闢)한 이래로 일찍이 없던 바이다. 짐이 천명을 받고 대통을 이어받음에 이르러 밤낮으로 치평(治平)을 도모함이 오직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데 있더니, 〈저〉 조그마하고 추한 오랑캐가 오히려 감히 초야에서 구차스럽게 살려고 변방에서 쥐 같이 도적질을 감행하는지라, 이미 몸소 육사(六師)을 거느리고 가서 평정하여 악한 무리를 제거하고, 어질고 착한 자를 위로하고 안접시켜 그 본토에서 생활을 이룩하도록 하였던 것이다. 뜻밖에 그 천명을 거역하고 은덕을 배반하는, 배반과 복종이 무상(無常)하여 다시 우리 변방을 침범하므로, 드디어 금년 가을 7월 24일에 짐이 몸소 융복을 입고 친히 장사를 거느리고서 변경에 나아가 이를 토벌함에 즈음하여, 영양후(寧陽侯) 진무(陳懋)에게 명하여 전봉(前鋒)을 삼아 그 서쪽을 공격하게 하고, 짐의 군사가 음산(陰山)의 등[脊] 위에 다다르니, 마침 오랑캐 중의 위지원(僞知院) 아실첩목아(阿失帖木兒) 등이 처자를 거느리고 와서 항복하고 말하기를, ‘노구(虜寇)와랄(瓦剌)순녕왕(順寧王)탈환(脫歡) 등에게 초멸(勦滅)되고, 나머지의 무리들도 무너져 달아났으나, 목숨을 도망할 곳이 없다. ’고 자세히 말하였고, 얼마 지난 뒤에 전봉 영양후 진무가 또 그 왕이라고 이름하는 야선토간(也先土干)이 부락(部落)과 수만(數萬)으로 헤아릴 가속(家屬)·말·낙타·소·양 등을 거느리고 멀리 와서 투항 귀부(歸附)하였다. 그러나, 야선토간은 빠르고, 흉포하고, 용맹한 자로, 그 오랑캐 중에서 가장 교활하고도 음흉한 자여서 오랑캐들이 모두 두려워하며 복종하더니, 이제 이미 군문 앞에 와서 머리를 굽혀 항복하고 정성을 펴서 왔기로, 〈내가〉 말하기를, ‘천명이 짐에 있으니 감히 어길 수 없다. 〈네가〉 공경히 부락을 거느리고 와서, 위로 천의를 좇아 친히 와서 조현하니, 그 충근(忠勤)함을 보매 마땅히 무애(撫愛)와 위로를 더해야 하므로 특별히 충용왕(忠勇王)에 봉하여 그 귀부하는 마음을 표한다. ’하고, 이로써 군사를 돌려 경사(京師)로 돌아갔다. 아아, 중국을 편안케 하고 이적을 물리쳐서 화목하고 광명한 정치를 이룩하고, 항복하는 자를 편히 살게 하고, 순종하는 자를 위무하여 널리 평등하게 보는 어진 덕을 미치게 하려 하노라. 조서를 중외에 고하여 다 듣고 알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62면
  • 【분류】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

平壤通事朱揚善回自遼東, 謄詔來啓。 其詔曰:

奉天承運皇帝詔曰: "朕惟, 天地覆載, 以生育爲德; 帝王統御, 以安養爲心。 順者撫之, 逆者摧之, 所以示無外而一天下也。 且夷狄爲患, 其來已久, 《書》云蠻夷猾夏, 《詩》稱戎狄是膺, 歷, 屢被侵侮, 至於有宋, 其禍尤甚。 是以腥穢上聞, 天生我皇考太祖高皇帝, 受天明命, 主宰生靈, 削平禍亂, 掃蕩腥膻, 以開天下萬萬年太平之盛治, 聖德神功, 自開闢以來未之有也。 肆朕恭膺天命, 紹承大統, 夙夜圖治, 惟在安民。 蕞爾醜虜, 尙敢偸生草野, 鼠竊邊疆。 已嘗躬率六師往平之, 芟除惡類, 撫(揖)〔輯〕 良善, 令其仍居本土, 以遂其生。 不意其逆天背德, 叛服無常, 復來犯我邊鄙。 乃以今秋七月二十四日, 朕躬御戎服, 親率將士, 出塞以討之。 命寧陽侯 陳懋爲前鋒, 以攻其西, 朕兵抵陰山之脊, 適中僞知院阿失帖木兒等率妻子來降, 備言虜寇瓦剌 順寧王 脫歡等勦戮, 餘孽奔潰, 逃命無所。 未幾, 前鋒寧陽侯 陳懋又得其名王也先土干, 率部落及其家屬、馬駝牛羊, 以數萬計, 遠來降附。 然也先土干驃悍勇猛, 乃胡虜中之最狡黠者也, 共畏服, 今旣稽首軍門, 敷陳誠悃, 以爲天命在朕, 不敢違越, 敬率部落, 上順天道, 親來朝見。 眷玆忠勤, 宜加撫勞, 特封爲忠勇王, 以旌其來歸之心, 是用班師還京。 於戲! 安夏攘夷, 用致雍熙之治;綏降撫順, 廣推一視之仁。 詔誥中外, 咸使聞知。"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62면
  • 【분류】
    외교-명(明)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