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 보내는 사은 표문과 전문
임금이 길복(吉服) 차림으로 많은 신하를 거느리고 사은(謝恩)하는 표(表)·전(箋)에 배례(拜禮)하였다. 진표사(進表使) 장천 부원군(長川府院君) 이종무(李從茂)와 진전사(進箋使) 부윤(府尹) 이종선(李種善) 등이 싸 가지고 길을 떠나므로, 각기 의복 한벌과 갓·신·압마(押馬)를 내리고, 윤중부(尹仲富)에게도 또한 의복 한 벌과 신을 내렸다. 그 표(表)에 말하기를,
"영락 21년 8월 18일에 흠차 소감(欽差小監) 해수(海壽)와 예부 낭중(禮部郞中) 진경(陳敬) 등 관원이 칙유(勅諭)를 받들고 본국에 도착하였는데, 황제의 은혜를 입어 신(臣)의 적자(嫡子)인 이향(李珦)으로 세자를 삼게 하고, 또 화은(花銀) 2천 냥쭝[兩], 채폐(綵幣) 3백 필, 선라(線羅) 3백 필, 숙견(熟絹) 8백 필을 내리심을 받자와 신은 온 나라의 신민들과 함께 감격함을 견디지 못하여, 삼가 표(表)를 받들어 칭사(稱謝)합니다. 삼가 아뢰건대, 사신이 방금 이르러서 덕음(德音)을 밝게 포고하여, 예택(睿澤)이 성하게 베풀어지니, 다만 감격만 더할 뿐이어서, 몸을 어루만져 스스로 경하(慶賀)하며, 뼈가 가루가 되어도 보답하기 어렵겠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이 잔약한 자질로써 다행히 성대(盛代)를 만나 모토(茅土)를 받았사오니, 상시 천자의 덕화(德化)에 귀의(歸依)하는 정성을 품어 세업(世業)을 길이 전하기를 도모하여 감히 사자(嗣子)를 세우는 청을 진술하였더니, 문득 구중(九重)의 윤명(綸命)이 내리어 아래로 삼척(三尺)의 동몽(童蒙)에게 미치었습니다. 더구나, 세상에 드문 큰 사정(私情)이 한 때에 모여드니, 채백(彩帛)은 운하(雲霞)의 빛이 찬란하고, 화은(花銀)은 일월(日月)의 광채가 빛났습니다. 기쁨과 부끄러움이 함께 드니 바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것이 대개 삼가 인(仁)은 함육(涵育)하는 데 돈독(敦篤)해지고, 도(道)는 포용(包容)하는 데 커졌으니, 선부(先父)의 충성을 다함을 생각하고 소신(小臣)이 직책을 다함을 가련히 여겨, 드디어 폐복(幣服)044) 으로 하여금 특별한 은혜를 입게 하였으니, 신은 마땅히 잠을 자거나 일어나거나 생각은 더욱 나라를 지키는 데 근실하겠습니다. 강녕(康寧)하시고 수(壽)하시기를 축원하면서 매양 하늘과 가지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삼가 안자(鞍子) 두 면(面)에 밀치[鞦]·고삐·말다래·등자[鐙]·피체(皮替)·한체(汗替)·안롱(鞍籠)·채찍 등을 갖춘 것과 황백 세저포(黃白細苧布) 각 50필, 흑세마포(黑細麻布) 2백 50필, 세주(細紬) 30필, 황화석(黃花席) 40장(張), 만화석(滿花席)·만화방석(滿花方席)·만화렴석(滿花簾席)·잡채화석(雜彩花席) 각 20장(張), 인삼(人蔘)·잣[松子] 각 2백 근, 오미자(五味子) 50근, 석등잔(石燈盞) 6개[事], 잡색마(雜色馬) 50필을 드립니다."
라고 하였다. 전(箋)에는,
"위(位)는 세자로 높아 비밀히 예모(睿謨)를 돕고, 은혜는 중신(中宸)에 인도되어 해요(海徼)045) 에까지 베풀어졌습니다. 몸을 어루만져 감격함을 알게 되니 뼈에 새겨 잊을 수 없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신은 외람히 천박한 재주로 좋은 운수룰 만나, 멀리 동표(東表)에 있으면서 외람히 모토(茅土)를 나누는 총애를 입었으며, 북신(北宸)046) 을 바라보면서 감히 세자(世子) 세우는 것을 진청(陳請)하였사온바, 어찌 사신을 보내어 특별히 윤명(綸命)을 내리심을 기대하였겠습니까. 황제의 훈계가 심히 밝으니 나라의 근본이 더욱 공고(鞏固)하여졌습니다. 더구나, 찬란한 화은(花銀)을 내리시고, 채백(綵帛)의 인온(氤氳)함을 더하시니, 경사는 종방(宗祊)047) 에까지 미치고, 기쁨은 신서(臣庶)를 뛰놀게 하였습니다. 삼가 영자(英姿)가 옥처럼 부드럽고, 위량(偉量)이 못처럼 깊어서, 마음은 항상 회수(懷綬)하는 데 돈독하고, 공은 더욱 보필(輔弼)하는 데 높아졌습니다. 드디어 폐방(幣邦)으로 하여금 거듭 큰 사정(私情)을 입게 하여, 신이 제잠(鯷岑)048) 에서 길이 번국(藩國)이 되고, 학금(鶴禁)049) 에서 항시 축원하게 되었습니다. 삼가 백색 세저포(細苧布) 50필, 흑색 세마포 1백 필, 세주(細紬) 10필, 인삼(人蔘)·잣[松子] 각 1백 근, 만화석(滿花席)·만화방석(滿花方席)·잡채화석(雜彩花席) 각 10장(張), 석등잔(石燈盞) 3개[事], 잡색마(雜色馬) 6필을 바칩니다."
라고 하였다. 주본(奏本)에는,
"영락 21년 8월 18일 흠차 소감 해수가 본국에 도착하여 칙유(勅諭)를 전했는데, 그 절목(節目)에 왕은 곧 말 1만 필을 뽑아 바쳐서 국용(國用)을 도우라고 하였으니, 신이 어찌 감히 명령을 받들어 힘을 다하여 조판(措辦)해서 바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54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 [註 044]폐복(幣服) : 폐방(幣邦).
- [註 045]
해요(海徼) : 해변(海邊).- [註 046]
북신(北宸) : 대궐(大闕).- [註 047]
○乙亥/上以吉服, 率群臣拜謝恩表箋。 進表使長川府院君 李從茂、進箋使府尹李種善等齎擎發行, 各賜衣一襲、笠靴、押馬, 尹仲富亦賜衣一襲及靴。 其表曰:
永樂二十一年八月十八日, 欽差少監海壽、禮部郞中陳敬等官齎奉勑諭到國, 欽蒙聖恩, 以臣嫡子珦爲世子, 又蒙勑賜花銀二千兩、綵幣三百匹、線羅三百匹、熟絹八百匹。 臣與一國臣民不勝感激, 謹奉表稱謝。 伏以使華鼎至, 昭布德音。 睿澤渙施, 祗增感激。 撫躬自慶, 粉骨難酬。 伏念, 臣猥以孱資, 幸逢盛際。 忝膺茅土, 常懷拱北之誠, 圖永箕裘, 敢陳立後之請。 忽降九重之綸命, 下逮三尺之童蒙。 且稀世之洪私, 在一時而駢集。 彩帛爛雲霞之色, 花銀燿日月之光。 喜與愧幷, 榮非望及。 玆蓋伏遇仁敦涵育, 道大包容。 念先父之盡忠, 憐小臣之効職。 遂令弊服, 獲荷殊恩。 臣謹當載寢載興, 思益勤於執壤; 曰康曰壽, 祝恒切於齊天。 謹獻鞍子二面, 鞦轡韂鐙、皮替、汗替、鞍籠、鞭子俱全, 黃白細苧布各五十匹、黑細麻布二百五十匹、細紬三十匹, 黃花席四十張、滿花席ㆍ滿花方席ㆍ滿花簾席ㆍ雜彩花席各二十張、人蔘ㆍ松子各二百觔、五味子五十觔、石燈盞六事、雜色馬五十匹。
箋曰:
位尊貳極, 密裨睿謨。 恩導中宸, 覃霑海徼。 撫躬知感, 銘骨何忘? 伏念, 臣猥將譾材, 端逢熙運。 邈居東表, 叨襲寵於分茅; 顒望北宸, 敢陳請於樹嫡。 何期使華之至, 特承綸命之頒? 聖訓孔昭, 邦本彌鞏。 且賜花銀之燦爛, 仍加綵帛之氤氳。 慶延宗祊, 歡騰臣庶。 玆蓋伏遇英姿玉裕, 偉量淵沖。 心常篤於懷綏, 功益隆於翼亮。 遂令弊服, 荐荷洪私。 臣謹當永作藩於鯷岑, 恒申祝於鶴禁。 謹獻白細苧布五十匹、黑細麻布一百匹、細紬一十匹、人蔘ㆍ松子各一百觔、滿花席ㆍ滿花方席ㆍ雜彩花席各一十張、石燈盞三事、雜色馬六匹。
奏本曰:
永樂二十一年八月十八日, 欽差少監海壽到國, 欽蒙勑諭節該: "王卽選取馬一萬匹來進, 以資國用。" 欽此。 臣敢不欽承? 儘力措辦以進。
- 【태백산사고본】 7책 21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54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 [註 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