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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18권, 세종 4년 11월 7일 경신 1번째기사 1422년 명 영락(永樂) 20년

압해관 고기충이 요동의 사정을 아뢰다

압해관(押解官) 고기충(高奇忠)요동(遼東)으로부터 돌아와서 말하기를,

"명나라 황제가 9월 초8일에 북경에 돌아와서, 아로태(阿魯台)올량합(兀良哈) 등을 정벌하여, 이를 이기고 회군하여 천하에 조서(詔書)로 포고하였다."

하고, 또 말하기를,

"요동 도사(遼東都司)가 도망해 온 군사를 돌려보내서 매우 기뻐하더라."

고 하였다. 그 조서(詔書)에

"하늘과 땅의 큼으로 〈만물(萬物)을〉 덮고 실으매 끝이 없으며, 제왕(帝王)의 다스림은 하나같이 보아 함께 어짊을 베푸는 것이다. 짐(朕)은 삼가 천명(天命)을 받아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을 주재(主宰)하게 되매,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근로(勤勞)하여 다스림을 힘써 도모함은 천하 생령(生靈)으로 하여금 모두 그 편안한 곳을 얻게 하는 것뿐이다. 지난번에 추로(醜虜) 아로태(阿魯台)막북(漠北)056) 에 곤궁하게 있어, 쥐구멍에서 살기를 구하였으나, 여러 번 와라(瓦剌)에게 곤박(困迫)을 당하여, 처자(妻子)도 보전하지 못하고 드디어 그 부락을 거느리고 우리에게 돌아왔는데, 짐은 그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지할 곳이 없어함을 염려하여, 특별히 우대하여 봉작(封爵)을 주어, 그 본토(本土)에 눌러 있어, 생활을 안정하고 그 업(業)을 즐겨하여, 길이 태평을 누리게 하였더니, 뜻밖에 이 되놈이 사악한 마음을 품고 참람하고 교만하여, 천리(天理)를 어기고 명령을 거스르며, 덕을 저버리고 은혜를 배반하여, 사신(使臣)을 죽이고 변경(邊境)을 침범하여, 함부로 참혹한 짓을 하고 생령(生靈)에게 해독(害毒)을 끼치니, 짐은 천하 군민(軍民)의 협력을 받아 몸소 육사(六師)를 거느리고 가서 토벌하여, 7월 4일에 군사가 활솔해(闊率海)의 북쪽에 다다르니, 그 추한 되놈 아로태는 풍문(風聞)을 듣고 몹시 두려워하여, 그 차량(車輛)과 우양(牛羊)과 마필(馬匹)을 버리고 망명(亡命)하여 멀리 달아났으나, 끝까지 추격한지 여러 날 만에 그 간첩(間諜)을 잡으니, 말하기를, ‘추한 되놈 아로태가 스스로 덕을 저버리고 은혜를 배반하였음을 알고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병이 되어 바싹 마르고 쇠약하였으니, 이는 천지 귀신이 벌을 주신 바이요, 그 남은 무리들은 모두 흩어져 버렸다.’ 하므로, 짐은 이에 군사를 옮겨 그 악당인 올량합(兀良哈)의 괴수를 쳐서 잡으려고 동쪽으로 행하여 굴렬아하(屈裂兒河)에 이르러 도적을 만나 마주 싸우게 되었는데, 짐이 친히 전봉(前鋒)을 거느리고 무찔러 쳐 나아가 바로 그 소혈(巢穴)에 다달라 수적(首賊) 수십 명을 죽이고 그 여당(餘黨)을 목 벤 것이,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으며, 그 부락(部落)의 인구(人口)를 포로하고, 그 병기(兵器)를 불사르며, 그 말과 우양(牛羊)을 모두 노획하고, 항복해 오는 자를 너그럽게 어루만져주고, 군대를 정돈하여 회군하였다. 아아, 죄를 선고(宣告)하고 쳐서 벌하니, 구벌(九伐)의 위엄057) 을 세워 도적을 멸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여, 길이 만년(萬年)의 태평을 즐길지니 이를 중외(中外)에 조서로 포고하여 다 함께 들어 알게 하노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10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야(野)

  • [註 056]
    막북(漠北) : 고비 사막 북쪽으로, 몽고 지방임.
  • [註 057]
    구벌(九伐)의 위엄 : 아홉 조목의 정벌(征伐)하는 위엄이니, 1. 빙약범과(馮弱犯寡). 2. 적현해민(賊賢害民). 3. 포내능외(暴內陵外). 4. 야황민산(野荒民散). 5. 부고불복(負固不服). 6. 적시기친(賊殺其親). 7. 방시기군(放弑其君). 8. 범령능정(犯令陵政). 9. 내외난조수행(內外亂鳥獸行). 이 중에서 하나라도 범하는 제후가 있으면, 천자가 정벌하는 것임.

○庚申/押解官高奇忠回自遼東言: "帝以九月初八日還都, 以征阿魯台兀良哈等虜, 克捷班師, 詔誥天下。" 又言: "遼東都司以刷還逃軍, 甚喜。" 其詔曰:

天地之大, 覆載而無外; 帝王之治, 一視以同仁。 朕恭膺天命, 主宰華夷, 夙夜勤勞, 勉圖治理, 無非使天下生靈, 咸得所而已。 往者醜虜阿魯台窮居漠北, 鼠穴偸生, 屢爲瓦剌困迫, 妻子不保, 遂率其部落來歸。 朕念其遑遑無依, 特加優恤, 授以封爵, 令其仍居本土, 安生樂業, 永享太平。 豈意此虜, 心懷譎詐, 僭妄驕矜, 違天逆命, 負德辜恩, 殺戮信使, 侵犯邊境, 恣肆慘酷, 毒痡生靈? 朕以保受天下軍民, 躬率六師往討之, 以七月四日, 師抵闊率海之北, 其醜虜阿魯台聞風震懾, 棄其車輛、牛羊馬匹, 逃命遠遁, 窮追累日, 獲其諜者云: "醜虜阿魯台自知負德辜恩, 驚悸失措, 致病尫羸, 爲天地鬼神所殛, 餘孼潰散。" 朕乃移兵, 勦捕其惡黨兀良哈之魁, 東行至屈裂兒河, 遇寇迎敵。 朕親率前鋒摧敗之, 直抵其巢穴, 殺首賊數十人, 斬馘其餘黨無算。 獲其部落人口, 焚其兵器, 盡收其馬牛羊, 綏撫降附, 振旅班師。 於戲! 聲罪致討, 用申九伐之威; 殄寇安民, 永樂萬年之治。 詔誥中外, 咸使聞知。


  • 【태백산사고본】 6책 18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10면
  • 【분류】
    외교-명(明)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