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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18권, 세종 4년 10월 29일 계축 2번째기사 1422년 명 영락(永樂) 20년

주자소에 글자 모양을 고치게 명하고, 변계량에게 발문을 짓게 하다

임금이 주자소(鑄字所)에 명하여 글자 모양을 고쳐 만들어 책을 인쇄하게 하고, 변계량에게 명하여 발문(跋文)을 지으라 하니, 그 글에

"주자(鑄字)를 만든 것은 많은 서적을 인쇄(印刷)하여 길이 후세에 전하려 함이니, 진실로 무궁(無窮)한 이익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처음 만든 글자는 모양이 다 잘 되지 못하여, 책을 인쇄하는 사람이 그 성공(成功)이 쉽지 않음을 병되게 여기더니, 영락 경자년 겨울 11월에 우리 전하께서 이를 신념(宸念)하사 공조 참판 이천(李蕆)에게 명하여 새로 글자 모양을 고쳐 만들게 하시니, 매우 정교(精巧)하고 치밀하였다. 지신사 김익정과 좌대언(左代言) 정초(鄭招)에게 명하여 그 일을 맡아 감독하게 하여 일곱 달 만에 일이 성공하니, 인쇄하는 사람들이 이를 편리하다고 하였고, 하루에 인쇄한 것이 20여 장에 이르렀다.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광효 대왕(光孝大王)055) 이 앞에서 창작하시고, 우리 주상 전하께서 뒤에서 계승하셨는데, 조리(條理)의 주밀(周密)함은 그전 것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 이로 말미암아 글은 인쇄하지 못할 것이 없어, 배우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니, 문교(文敎)의 일어남이 마땅히 날로 앞서 나아갈 것이요, 세도(世道)의 높아감이 마땅히 더욱 성해질 것이다. 저 한(漢)·당(唐)의 임금들이 단지 재리(財利)와 병혁(兵革)에만 정신을 쏟아, 이를 국가의 급선무로 삼은 것에 비교한다면, 하늘과 땅의 차이뿐만이 아닐지니, 실로 우리 조선(朝鮮) 만세(萬世)에 한이 없는 복이다."

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09면
  • 【분류】
    출판-인쇄(印刷)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55]
    광효 대왕(光孝大王) : 태종.

○上命鑄字所, 改鑄字樣印書, 命卞季良跋之曰:

鑄字之設, 可印群書, 以傳永世, 誠爲無窮之利矣。 然其始鑄, 字樣有未盡善者, 印書者病其功未易就。 永樂庚子冬十有一月, 我殿下發於宸衷, 命工曹參判李蕆, 新鑄字樣, 極爲精緻。 命知申事金益精、左代言鄭招, 監掌其事, 七閱月而功訖。 印者便之, 而一日所印, 多至二十餘紙矣。 恭惟我光孝大王作之於前, 我主上殿下述之於後, 而條理之密, 有又加焉者。 由是而無書不印, 無人不學, 文敎之興當日進, 而世道之隆當益盛矣。 視彼人主, 規規於財利兵革, 以爲國家之先務者, 不啻霄壤矣, 實我朝鮮萬世無疆之福也。


  • 【태백산사고본】 6책 1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09면
  • 【분류】
    출판-인쇄(印刷)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