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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15권, 세종 4년 2월 3일 경인 3번째기사 1422년 명 영락(永樂) 20년

형조에서 주인을 고발하는 노비, 수령을 고발하는 부사·서도·이민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정하다

형조에서 계하기를,

"영락 18년 9월 예조의 수교 절해(受敎節該)에 당나라 태종(太宗)이 말하기를, ‘요사이 종이 주인의 반역을 고발하는 자가 있는데, 대체 반역하려는 일은 혼자 하지는 못할 것이니, 어찌 발각되지 않을까 걱정되어 종에게 고발하도록 하겠느냐. 지금부터는 종이 주인을 고발하는 자는 받아 들이지 말고, 이내 목 베라. ’고 하였으니, 원컨대 지금부터는 노비가 주인을 고발하는 자가 있으면 이에 의거하여 구분 처리할 것입니다. 또 주문공(朱文公)010) 이 조정에 아뢰기를, ‘원컨대 폐하는 중앙과 지방의 사정(司正)·전옥(典獄)의 관원에게 엄하게 명하여, 무릇 옥송(獄訟)에는 반드시 먼저 친소(親疎)와 장유(長幼)의 분별을 논한 후에 그 그릇되고 옳은 옥사(獄辭)를 듣게 할 것입니다. 대체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범하고, 낮은 사람으로서 높은 사람을 업신여긴 자는 비록 옳더라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며, 그 옳지 않은 자는 보통 사람의 죄보다 더하게 할 것입니다. ’라고 하였으니, 원컨대 지금부터는 부사(府史)·서도(胥徒)가 그 관리(官吏)와 품관(品官)을 고발하고, 이민(吏民)이 그 감사와 수령을 고발한 자는, 그 고발한 것이 비록 사실일지라도, 일이 종사에 관계된 것과, 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면, 위에 있는 사람은 이를 그만 버려 두고 논죄하지 않을 것이며, 아래에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의 죄보다 더하게 할 것입니다.

신 등이 살펴보건대, ‘노(奴)는 장(臧)이라 하고, 비(婢)는 획(獲)이라.’ 하며, 일설(一說)에는, ‘여자 종의 남편을 장(臧)이라 하고, 남자 종의 아내를 획(獲)이라. ’고 하는데, 《대명률(大明律)》에, ‘노비가 가장(家長)을 고발하면 장(杖) 1백, 도(徒) 3년의 형벌을 쓰고, 다만 무고(誣告)한 것은 교형(絞刑)을 쓰며, 고공인(雇工人)은 1등을 감형한다. ’라고 하였으며, 본조(本朝)의 영락 5년 의정부의 수교(受敎)에도, ‘각기 따로 사는 여자 종의 남편은 고공인과 같이 논죄한다. ’라고 하였는데, 지금 노비와 여자 종의 남편과 남자 종의 아내를 모두 참형(斬刑)으로 논죄하니, 시왕(時王)011) 의 제도에 어긋남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과 주인의 명분(名分)이 엄한 것은 강상(綱常)에 관계되니, 원컨대 지금부터는 노비가 주인을 고발한 자는 그 고발을 받지 말고, 무고율(誣告律)에 의거하여 교형(絞刑)에 처할 것이며, 여자 종의 남편과 남자 종의 아내가 주인을 고발한 자는 그 고발을 받지 말고 장(杖) 1백, 유(流) 3천 리의 형벌에 처할 것입니다. 또 부사(府史)·서도(胥徒)가 관리(官吏)와 품관(品官)을 고발하고, 이민(吏民)이 감사와 수령을 고발한 자는 이를 받아 다스려서, 그 고발한 것이 거짓인가 참인가를 안 후에, 위에 있는 사람은 논죄하지 않고, 고발한 자만 죄를 더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합니다. 청컨대 지금부터는 종사에 관계되는 일과 법을 어기고 사람을 죽인 일이 아니면 이를 받지 말고 장 1백, 유 3천 리의 형벌에 처할 것입니다."

라고 하니, 그대로 따랐다. 처음에 허조(許稠)가 예조 판서로 있을 적에 이 계사(啓辭)를 올리니, 임금도 또한 그렇게 여겨, 정부와 여러 관청에 내려 보내어 이를 의논하게 했더니, 유정현·박은·이원 등이 이를 심히 그르게 여기며 아뢰기를,

"이와 같이 하면 수령이 더욱 꺼림이 없게 되어, 백성이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허조는 아뢰기를,

"수령의 하는 짓은 많은 사람의 이목(耳目)에 드러나 있으니, 비록 이민(吏民)들로 하여금 이를 말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어찌 드러나지 않겠습니까."

라고 하였다. 일찍이 태상왕에게 아뢰기를,

"신은 늙었사오니 만약 윤허(允許)를 얻게 된다면, 신은 죽더라도 눈을 감겠습니다."

라고 하며 인하여 눈물을 흘리니, 태상왕이 그 말에 감동하여 즉시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73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

  • [註 010]
    주문공(朱文公) : 주자(朱子).
  • [註 011]
    시왕(時王) : 그 시대의 제왕을 말함.

○刑曹啓: "永樂十八年九月, 禮曹受敎, 節該: ‘ 太宗曰: 「比有奴告主反者, 夫謀反不能獨爲, 何患不發, 使奴告之? 自今奴告主者勿受, 仍斬之。」’ 願自今臧獲告主, 依此區處。 又朱文公言於朝曰: ‘願陛下, 深詔中外司正典獄之官, 凡獄訟必先論親疎長幼之分, 然後聽其曲直之辭。 凡以下犯上、以卑陵尊者, 雖直不佑, 其不直者, 加凡人之坐。’ 願自今府史、胥徒告其官吏, 品官、吏民告其監司、守令者, 所告雖實, 非事關宗社及非法殺人, 則在上者置而勿論, 在下者加凡人之坐論。 臣等參詳, 奴曰臧, 婢曰獲。 一說, 婢夫曰臧, 奴妻曰獲。 《大明律》: ‘奴婢告家長, 杖一百, 徒三年, 但誣告則絞。 雇工人減一等。’ 本朝永樂五年, 議政府受敎: ‘各居婢夫, 以雇工人論。’ 今奴婢及婢夫奴妻, 竝以斬論, 有違時王之制, 然奴主分嚴, 綱常所係。 願自今奴婢告主者勿受, 依誣告律處絞, 婢夫奴妻告主者勿受, 杖一百, 流三千里。 且府史、胥徒之告官吏, 品官、吏民之告監司、守令者, 受而理之, 知所告之虛實, 然後在上者不論, 訴告者加罪未便。 請自今非干係宗社及非法殺人者勿受, 杖一百, 流三千里。"

從之。 初, 許稠爲禮曹判書, 上此啓, 上亦以爲然, 下政府、諸曹議之。 柳廷顯朴訔李原等力非之曰: "如此則守令益無所忌, 民不堪也。" 曰: "守令所爲, 暴於千萬人之耳目。 雖不使吏民言之, 豈得不露?" 嘗言於太上曰: "臣老矣, 如得蒙允, 死當瞑目矣。" 因下淚。 太上感其言, 卽從之。


  • 【태백산사고본】 5책 1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73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