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에 복을 비는 연종환원을 폐지하다
정사를 보았다. 이보다 먼저 매양 세종(歲終)137) 에는 내시 별감(內侍別監)을 보내어 불우(佛宇)138) 와 산천(山川)에 복을 빌었으니, 이를 연종환원(年終還願)이라 불렀는데, 이 때에 와서 예조에서 그 절목(節目)을 아뢰니, 임금이 참찬 변계량에게 눈짓하며 이르기를,
"연종환원은 복을 맞는 일이니, 불교(佛敎)를 숭상하는 단서(端緖)이다. 요사이 부처를 섬기는 일은 폐지하여 거의 없어졌는데, 다만 선왕(先王)·선후(先后)의 기재(忌齋)는 이를 차마 폐지하지 못했지만, 그러나 오히려 그 번거로움을 덜어 버렸다. 이것은 과인(寡人)의 복을 비는 일이니, 혹시 복을 얻는 이치가 있더라도 오히려 비루(鄙陋)함이 될 것인데, 하물며, 그런 이치도 없는 것이랴. 지금부터는 이를 폐지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였다. 계량이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원숙이 대답하기를,
"신들도 진실로 그런 이치가 없는 것을 알지마는, 그러나, 임금을 위하여 기도(祈禱)하는 일이므로 감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였다. 많은 신하들이 나가니, 임금이 근신(近臣)에게 이르기를,
"내가 이를 폐지하고자 하나, 아랫사람이 이를 폐지하자고 청하는 자가 없으니, 위에서 이를 폐지하는 것이 옳겠는가."
하니, 김익정이 대답하기를,
"마땅히 임금의 마음에서부터 결정해야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 말을 받아 들여, 즉시 불우(佛宇)에 복을 비는 일을 폐지하고, 다만 악(嶽)·해독(海瀆)·산천(山川)에만 제사지내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6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壬寅/視事。 前此每於歲終, 遣內侍別監, 祈福于佛宇、山川, 謂之年終還願。 至是, 禮曹啓其狀, 上目參贊卞季良曰: "年終還願, 邀福之事, 崇佛之端也。 近者, 事佛之事罷之幾盡, 惟先王先后忌齋, 未忍罷之, 然猶減其煩。 此爲寡人祈福之事也, 倘有獲福之理, 猶爲鄙陋, 況於無理乎? 自今罷之如何?" 季良默然不對。 元肅對曰: "臣等固知無理, 然爲上祈禱, 未敢言耳。" 群臣出, 上謂近臣曰: "予欲罷之, 然下人未有請之者。 自上罷之可乎?" 益精對曰: "宜裁自聖心。" 上納之, 卽命罷佛宇, 而只祭嶽海瀆山川。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6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