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관을 거느리고 태상왕을 받들어 모화루에서 칙서를 맞아들이다
임금이 백관을 거느리고 태상왕을 받들어 모화루(慕華樓)에 거둥하여 칙서(勅書)를 맞아들이는데, 경복궁 문밖에 채붕(彩棚)을 만들어 세우고 여러가지 희극(戲劇)을 꾸며서 맞았다. 해수(海壽)가 칙서(勅書)를 받들고 이르니, 두 임금이 인도하여 대궐 뜰에 이르러, 태상왕이 먼저 예를 행하고 칙서를 받았다. 칙서에 이르기를,
"이제 소감(少監) 해수를 보내서 칙서를 가지고 그대의 아들에게 이르노니, 말[馬] 1만 필을 선택하여 보내서 국용에 쓰도록 하면, 마땅히 값을 치를 것이오. 지금은 특히 왕 및 왕비에게 채단으로 안팎 옷감을 보내오니, 그대는 나의 지극한 마음을 체득할지어다. 왕에게는 저(紵)·사(紗)·채(綵)·견(絹)으로 각 50필과 왕비에게도 저·사·채·견 각 25필을 보내노라."
하였다. 임금이 계속하여 예를 행하고, 또 칙서를 받는데, 칙서에 이르기를,
"칙서가 도착되거든, 왕은 곧 말 1만 필을 가려서 보내게 하여 국용에 쓰게 하면, 마땅히 값을 치를 것이다. 이제 소감 해수를 보내어 앞서 가게 하고 채단으로 된 안팎 옷감을 칙사(勅賜)하니, 왕은 받으라. 왕에게는 저·사·채·견 각 40필을 왕비에게는 저·사·채·견 각 20필이다."
하였다. 예를 마치고 해수는 태평관(太平館)으로 돌아가니, 두 임금도 태평관에 거둥하여 하마연(下馬宴)을 베풀었다. 태상왕이 해수에게 말하기를,
"비록 하기 어려운 일이나, 마땅히 힘을 다할 것인데, 이러한 일에 감히 마음을 다하지 아니하겠는가."
하니, 수가 말하기를,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하였다. 태상왕은 수에게 술을 주고 좌석으로 돌아와 앉으니, 임금이 그 좌석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술을 받아서 부복하고 마시는데, 수는 일어나지 아니하였으니, 황제의 사신이 존엄으로 누르는 것이다. 잔치를 파하고 태상왕은 신궁(新宮)으로, 임금은 창덕궁으로 돌아왔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53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辛巳/上帥百官, 奉太上王, 幸慕華樓迎勑。 結綵棚于景福宮門外, 陳雜戲以迎之。 海壽奉勑至, 兩上引至宮庭, 太上王先行禮受勑。 勑曰:
今遣少監海壽, 齎勑往諭爾子。 選取馬一萬匹進來, 以資國用, 當酬以直。 今特賜王及王妃彩幣表裏, 爾其體朕至懷, 故勑。 王紵絲綵絹各五十匹, 王妃紵絲綵絹各二十五匹。
上繼行禮受勑, 勑曰:
勑至, 王卽選取馬一萬匹進來, 以資國用, 當酬以直。 今遣少監海壽前去, 勑賜綵幣表裏, 王可領也。 王紵絲綵絹各四十匹, 王妃紵絲綵絹各二十匹。
禮訖, 海壽歸太平館, 兩上至太平館設下馬宴。 太上王謂壽曰: "雖難辦之事, 固當竭力, 如此之事, 敢不盡心?" 壽曰: "甚是。" 太上行酒於壽, 還座。 上就座前跪受酒, 俯伏飮之, 壽不起, 壓尊也。 宴罷, 太上還新宮, 上還昌德宮。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53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