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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3권, 세종 3년 9월 12일 임신 1번째기사 1421년 명 영락(永樂) 19년

옥책과 금보로써 상왕을 성덕 신공 태상왕이라 존숭하다

임금이 면복(冕服)을 갖춘 후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옥책(玉冊)과 금보(金寶)로써 상왕을 성덕 신공 태상왕(聖德神功太上王)이라고 존숭하여, 임금이 친히 책(冊)과 보(寶)를 진책관(進冊官) 영의정부사 유정현과 진보관(進寶官) 우의정 이원에게 주어 인정문(仁政門)까지 이르러 보냈다. 정현 등이 의장과 풍악을 갖추고 책과 보를 받들고 낙천정에 나아가니, 태상왕이 책 받는 예는 정지하게 하고, 책과 보를 궁중으로 가지고 들어오라 하였다. 책문(冊文)에 말하기를,

"성덕이 지극히 높으니, 미루어 높이려 하여도 더 위가 없고, 신성한 공이 지극히 커서, 보답하려 하여도 베풀 것이 없도다. 오직 아름다운 칭호로써, 성대하고 아름다운 것을 밝히려 한다. 공손히 생각하여 보건대, 성덕 신공 상왕 전하는 나라를 열어 놓을 계책을 세우시고, 사직을 안정하게 하는 기틀을 결정하셨다. 어버이를 사랑하고 형을 공경하심은 생민들을 위하여 표준을 세우셨고, 이웃나라를 사귀고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세상의 도를 돌려서 평정한 데로 놓으셨다. 제사를 올리면 신령이 계신 듯한 정성을 극진히 하시고, 정사를 하시면 가엾고 불쌍하고 의탁할 데 없는 무리부터 먼저 하셨다. 하늘과 땅같이 덮고 실어서, 동물과 식물이 함께 요(堯)임금의 인애(仁愛) 속에서 자라나고, 일월(日月)이 바르고 밝으니, 사도(邪道)와 정도(正道)가 스스로 순(舜)임금의 슬기에 나타난다. 인민의 부탁을 생각하시어 항상 근심과 부지런함이 간절하시다. 비록 책례(冊禮)는 이미 베풀었으나, 오히려 신 등의 마음은 부족함이 있도다. 바로 더 높이는 이름을 올려서 아름다움이 돌아가는 의식을 펴 올린다. 엎드려 생각건대, 함께 기르시는 자애를 드리우시고, 넉넉히 용납하는 도량을 넓히시어, 여러 사람의 바라는 것에 굽혀서 따르소서. 엎드려 일곱 자의 큰 이름을 받으시고, 하늘이 주신 아름다운 복을 크게 맞아 길이 만년의 성수를 누리소서."

하였다. 임금이 낙천정에 나아가 상수례(上壽禮)를 행하는데, 효령 대군 유정현 등 여러 재상 및 대간 각 한 사람씩이 입시하고, 아래로 호위하던 군사까지 모두 술과 고기를 주었다. 악장(樂章)에 말하기를,

"거룩하신 태상(太上)께서는 공덕의 소문이 심히 밝았다. 능히 착한 도리를 계승하시어, 백성을 안보하신 은혜가 실로 많으셨다. 공이 이룩하고 다스림이 안정되어, 예(禮)가 갖추어지고, 풍류[樂]가 화평하였다. 편하게 끼쳐 주신 규모를 그대로 밟으셔서, 이 세상을 승평한 데로 올려 주셨네. 이에 아름다운 전례를 들어 행하여 높으신 영광으로 올려 모시니, 백 가지 복록을 지게 되어서, 오래도록 수하시고 강녕하시어, 아아, 만년까지 이 세월에 무한한 복록을 내리시라."

하였다. 또 인정전(仁政殿)에 빈 위차를 설치하고 교지(敎旨)를 반포하기를,

"왕도 교화의 근원이 효(孝)보다 앞설 것이 없으니, 아들 되는 직분은 마땅히 그의 어버이를 드러나게 높이는 것이다. 이에 욕례(縟禮)의 경사를 이룩하였으니, 어찌 여러 방면으로 널리 고하지 아니하겠는가. 공손히 생각하건대, 우리 성덕 신공 상왕 전하께서는 총명하시어 때에 맞게 다스리시고 강건하심이 날로 새로워, 몸소 부지런하고 검소한 기풍을 가지시고 정미롭고 순일한 학문을 체득하시어 태조를 도와 국가를 창업하시고 사직을 안정하게 하시어, 공정왕(恭靖王)을 추대하셨다. 하늘이 사랑하고 도와서 명나라 임금의 고명(誥命)이 거푸 내렸다. 사랑과 공경을 어버이 섬기는 데 극진하게 하셨고, 충성과 정성으로 큰 나라 섬기는 데 지극하였다. 엄하시고 공손하며, 공경하고 두려워하여 하루도 편할 여가가 없으시고, 너그럽고 넉넉하며, 온화하고 부드러워서, 여러 사람이 즐겁게 복종함을 얻었다. 먼 나라에서 관문을 두드리고 와서 항복하니, 감로수(甘露水)의 상서가 서리게 되었다. 20년 동안 아름답고 안정하게 지내신 것은 천백년 두고 이 나라의 규모가 될 것이니, 태평하게 다스린 것이 옛날에도 드문 일이다. 그러나 만승(萬乘)의 자리를 신짝 버리듯 하시고, 당(唐)·우(虞)의 전위(傳位)한 것을 본떠서, 임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 본 마음이 아닌 것을 밝히시고, 신기(神器)를 덕이 적은 나에게 맡기시니, 나같은 작고 끝에 있는 몸이 어렵고 큰 일을 이어받게 되어, 근본을 보답하려는 정성을 펴고자 한들 이름지어 형용할 수 없는 것을 찾지 못하였다. 비록 휘호(徽號)로서 이미 높였다고 하나, 내 마음에는 오히려 겸연(歉然)하다. 이 태상(太上)이라는 칭호는 서경(西京)의 기(紀)에서 시작되어, 이것으로 군부(君父)에게 지극히 높여 올리는 것이고, 밝은 빛을 유구한 장래에나 솟게 하는 것이다. 이에 옛날 서책에 참고 하여 청하기를 두세 번 하였더니, 비록 겸손한 마음으로 사양하여 받지 아니하시나, 신민의 바라고 억조의 백성이 같은 말을 올리는 데에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영락(永樂) 19년 9월 12일에 공경히 백관을 거느리고 삼가 옥책(玉冊)과 금보(金寶)를 받들어 존호(尊號)를 성덕 신공 태상왕이라 하여 더 높여 올리고 바로 성대한 예전을 거행하고, 크게 관대한 조문을 선포하여 국내에 대사령을 내리노니, 영락 19년 9월 12일 새벽 이전에 모반 대역(謀叛大逆)이거나, 자손으로서 조부모나 부모를 때렸거나 죽인 자와, 처나 첩으로서 남편을 죽인 자와, 노비로서 상전을 죽인 자와, 고독(蠱毒)103) 이나 귀신을 부려서 고의로 사람을 죽이려고 꾀한 자를 제하고, 다만 강도범이나, 자식이 부모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종이 상전에게, 죽이려고 꾀하였다가 이루지 못했으나, 정상은 현저한 자 및 주매(祝罵)104) 를 하였다고 고하여 죽을 죄에 걸린자 외에는, 이미 발각된 것이나, 아직 발각되지 못했거나, 이미 판결된 것이니, 아직 판정되지 못한 것을 막론하고 모두 유서하여 석방한다. 아아, 이미 아름다운 큰 이름을 우러러 모시니, 진실로 어버이를 높이는 예에 맞는다. 단비를 내려서 생(生)을 즐기는 큰 덕으로 인도하여, 넓게 물건에 미치는 은덕을 베푼다. 너희들 신민들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체념하여 이에 교서로 보이니, 마땅히 다 알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51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 [註 103]
    고독(蠱毒) : 독충(毒蟲)이나 독약(毒藥)을 사람에게 먹여 몰래 중독시키는 일임.
  • [註 104]
    주매(祝罵) : 주문(呪文)으로 귀신을 불러 상대방을 저주(咀呪)하는 일임.

○壬申/上具冕服率群臣, 以玉冊金寶, 尊上王爲(盛)〔聖〕 德神功太上王, 親授冊寶于進冊官領議政府事柳廷顯、進寶官右議政李原, 上送至仁政門廷顯等備儀仗鼓吹, 奉冊寶, 詣樂天亭, 太上王命停受冊禮, 以冊寶入于宮中。 冊曰:

聖德極尊, 推崇無上。 神功至大, 報效何施? 唯有徽稱, 庶昭盛美。 恭惟聖德神功上王殿下, 建開邦之策, 決定社之機。 愛親敬兄, 爲生民而立極; 交隣事大, 回世道以底平。 修祀盡如在之誠, 發政 先無告之類。 乾坤覆載, 動植咸囿於仁; 日月貞明, 邪正自形於智。 念承付托, 常切憂勤。 雖冊禮之已陳, 尙臣心之有慊。 爰上加尊之號, 用申歸美之儀。 伏惟垂竝育之慈, 擴優容之度。 曲從輿望, 俯受七字之鴻名; 茂迓天休, 永享萬年之聖壽。

上詣樂天亭上壽, 孝寧大君 𥙷柳廷顯等諸宰執及臺諫各一人侍。 下逮衛士, 皆賜酒肉。 樂章曰:

於皇太上, 德音孔昭。 克嗣令緖, 保惠實多。 功成治定, 禮備樂和。 燕翼貽謀, 躋世昇平。 爰稱徽典, 載崇尊榮。 百祿是荷, 壽考維康。 於萬斯年, 垂裕無疆。

又設虛位於仁政殿, 頒敎曰:

王化之源, 莫先於孝; 人子之職, 宜顯其親。 玆縟禮之慶成, 盍多方之播告? 恭惟我聖德神功上王殿下, 聰明時乂, 剛健日新。 躬勤儉之風, 體精一之學。 扶太祖以肇造邦家, 定社稷而推戴恭靖。 上天眷佑, 帝命荐加。 盡愛敬於事親, 竭忠誠以事大。 嚴恭寅畏, 無一日之遑寧; 寬裕溫柔, 得群情之悅服。 殊方款塞, 甘露凝祥。 二十年之嘉靖, 千百歲之規模。 太平之治, 振古所稀。 顧乃脫屣萬乘, 追踵。 明黃屋之非心, 委神器於寡躬。 念予眇末, 纉承艱大。 欲伸報本之誠, 莫究難名之妙。 雖徽號之已尊, 尙予心之有慊。 惟是太上之稱, 昉於西京之紀。 所以致崇極於君父, 揚耿光于悠久者也。 是用參稽方策, 申請再三, 縱然沖挹之懷, 謙讓不受, 其奈臣民之望, 億兆同辭? 已於永樂十九年九月十二日, 祗率百僚, 謹奉玉冊金寶, 加上尊號曰聖德神功太上王。 屬擧盛典, 誕布寬條, 可大宥境內。 自永樂十九年九月十二日昧爽以前, 除謀叛、大逆, 子孫毆及殺祖父母、父母, 妻妾殺夫、奴婢殺主, 蠱毒魘魅、謀故殺人, 但犯强盜, 子之於父母、妻之於夫、奴之於主, 謀殺未成, 情狀已著及告言祝罵死罪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嗚呼! 旣仰止歸美之鴻名, 聿協尊親之禮; 宜導霈好生之大德, 覃施及物之恩。 咨爾臣民, 體予至懷。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451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