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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11권, 세종 3년 1월 23일 병술 2번째기사 1421년 명 영락(永樂) 19년

유관이 전을 올려 궤장을 하사받은 것을 감사하다

유관(柳觀)이 전(箋)을 올려 궤장을 하사한 것에 대하여 감사하였는데, 전에 말하기를,

"다행하게도 밝은 때를 만나 풍운(風雲)의 때를 당하게 되어 친히 성주(聖主)를 뵈옵고 편벽되이 우로(雨露)의 은택을 받자왔으니, 광채가 동리에까지 빛났고, 기쁨이 종족에까지 미쳤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은 그릇이 호련(瑚璉)030) 이 되지 못하옵고, 재목이 두소(斗筲)에 극한하였사온데, 역사를 편찬하는 끝자리에 몰래 들어갔사오나, 이학(理學)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옵고 경연에서 3년 동안 진강(進講)하였사오나, 정미하지 못한 것이 부끄럽삽고, 《춘추(春秋)》를 2년이나 편수하였건만 필삭(筆削)의 뜻을 분별하지 못하였나이다. 하물며 예문관은 문관(文官)의 영수요, 집현전도 어진 선비를 선발한 곳이라, 시행하여 할 일은 알지 못하고 감동하고 두려운 것만이 깊이 간절하옵더니, 어찌 뜻하였사오리까. 희세(稀世)의 은총이 깊이 썩은 선비의 몸에 더하여질 줄이야. 검은 가죽이 몸에 편안하오니, 참으로 복어 등같이 마르고 파리한 것에 합당하옵고, 비둘기 조각이 늙은 것을 부축하오니, 오리 다리같이 걷고 나가는 데 실로 힘입겠나이다. 하사하여 주시는 영광은 전고(前古)에도 드문 바이오나, 이것은 대개 엎드려 마음이 화육(化育)하시는데 돈독하시옵고, 덕의가 생성(生成)하시는데 흡족하심을 만나서, 신의 저력(樗櫟)같이 허술한 재목을 기억하시고, 신의 상유(桑楡)의 늦은 경황을 불쌍히 여기시어, 쇠하고 썩은 몸으로 특별한 영광을 얻어, 앉아서 의지하고 일어서는 데에 남은 나이를 이미 다한 중에도 보전하겠삽고, 아침 저녁으로 붙들고 가져서 성수(聖壽)의 무강함을 빌겠나이다."

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22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

  • [註 030]
    호련(瑚璉) : 기장과 피를 담아서 종묘에 바치는 예기(禮器)인데, 높은 기량(器量)의 존경할 만한 사람을 뜻함.

柳觀上箋謝賜几杖箋曰:

幸遇明時, 得際風雲之會; 親逢聖主, 偏承雨露之恩。 光生閭里, 喜及族宗。 伏念臣器非瑚璉, 材極斗筲。 叨竊史編之緖餘, 未諳理學之蘊奧。 經筵三載之進講, 愧乏精微; 春秋兩年之撰修, 未辨筆削。 況藝文爲文官之領袖, 集賢亦賢士之選掄, 罔知施爲, 冞切感懼。 豈意稀世之寵, 荐加腐儒之躬? 烏皮穩身, 端合鮐背之瘠瘦; 鳩刻扶老, 實賴鳧脛之步趨。 錫與之榮, 前古所罕。 玆蓋伏遇心敦化育, 德洽生成。 記臣樗櫟散材, 憐臣柔楡晩景。 遂令衰朽, 獲荷殊榮。 坐倚興居, 保餘齡於旣耗; 扶持朝夕, 祝聖壽〔於〕 無疆。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22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