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전을 거행하고 재궁을 받들어서 현궁에 하관하다
천전(遷奠)080) 을 거행하고 재궁을 받들어서 현궁(玄宮)에 하관하였다. 처음에 허조가 우주(虞主)에 쓰지 않는 제도를 따르자고 청하여, 임금이 그것을 옳게 여기더니, 이 때에 미쳐 울면서 근신에게 이르기를,
"어제 재궁을 모시고 와서 오늘 글이 쓰이지 않은 채로 반우(返虞)한다면 어찌하겠는가? 제주(題主)081) 를 모시고 돌아가야 거의 의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니, 여러 신하들이 울며 대답하기를,
"주상의 하교하신 것이 매우 합당하오이다."
하고, 이에 입주전(立主奠)을 거행하고, 우주에 제주(題主)하여 광효전(廣孝殿)으로 봉환하고 초우제(初虞祭)를 지냈다. 임금이 여막(廬幕)으로 돌아오니, 여러 신하들이 창덕궁에 들어가서 아뢰기를,
"일기가 청명하여 대사를 유감없이 봉행하였사오니, 감히 위문의 말씀을 올리오며, 이제는 재궁이 이미 산릉으로 가시었는데, 전하께서 아직 여막에 계시오나, 일기가 점점 차지오니 내전으로 들어가 계시기를 바랍니다. 처음에 전하께서 상왕께 ‘산릉이 지난 뒤에 상복을 벗으시겠다. ’고 청하시고, 이제 그렇게 하시지 않으시면 상왕께서 들으시고 어찌 염려하시지 아니하겠나이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들의 힘으로 대사를 무사히 치렀고, 일기도 청명하여 나도 슬픈 중에도 감사하게 여기노라. 일기가 추우면 내가 마땅히 내전으로 들어갈 것이고, 졸곡 뒤에는 마땅히 상복을 벗지마는, 풍양에 들어가거나 정사를 볼 때에는 소복으로 할 것이요, 삭망을 당하면 상복으로 제사 지내어서, 이렇게 기년을 마치는 것이 무슨 해로울 것이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0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壬午/行遷奠, 奉梓宮窆于玄宮。 初, 許稠請從虞主不文之制, 上是之, 及是, 泣謂近臣曰: "昨日奉梓宮而來, 今日空返何如? 題主奉還, 庶乎有憑。" 群臣泣對曰: "上敎甚當。" 乃行立主奠, 題虞主奉還于廣孝殿, 行初虞祭。 上還廬次, 群臣詣昌德宮啓曰: "天日淸明, 大事無缺, 敢以爲慰。 今梓宮已赴山陵, 殿下猶御廬次, 天氣漸寒, 願入御內殿。 初, 殿下請上王欲於山陵後釋服, 今則不然。 上王聞之, 豈不動念?" 上曰: "賴卿等大事克成, 天亦淸明, 予亦哀感。 天寒則予當處內, 卒哭之後, 當釋衰服。 然詣豐壤及聽政, 以素服, 遇朔望, 以孝服行事, 以終期年, 是亦何妨?"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28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0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