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에서 열녀의 아들 정습이 잡과에 과거볼 수 있기를 청하다
예조에서 계하기를,
"진주(晉州) 아전 정습(鄭習)은 열녀의 아들이온데, 비록 장정 삼형제 중에 한 사람이 아니오나, 잡과(雜科)에 과거보는 것을 허락하여 절의를 장려하고 풍속을 권면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좇았다. 습(習)의 모친 최씨는 영암(靈巖) 선비 최인우(崔仁祐)의 딸이다. 진주 호장(晉州戶長) 정만(鄭滿)에게 시집가서 아들 딸 네 사람을 낳았는데, 그 끝의 아이가 강보에 있을 때, 홍무 기미년에 왜적이 진주에 들어와, 온 고을 사람들이 모두 피란하게 되었다. 그 때 마침 정만은 일이 있어 서울에 갔었는데, 왜적이 동네로 몰려 들어오니, 최씨는 나이가 삼십여 세에 외양도 아름다웠다. 여러 어린 자식들을 안고 업고 산속으로 도망하여 피하였다. 왜적이 사면으로 나와서 노략질하였다가 최씨를 만나서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므로, 최씨가 나무를 끌어안고 막으면서 소리쳐 꾸짖기를,
"죽기는 일반이다. 너희 도적놈에게 더럽히고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의롭게 죽겠다."
하고 꾸짖기를 입에서 그치지 아니하니, 왜적이 칼로 쳐 나무 아래에서 죽어 넘어졌고, 왜적은 두 어린이를 붙들어 갔다. 그 때에 습(習)의 나이 겨우 여섯 살이었는데, 시체 옆에서 울부짖고, 강보에 있는 어린 것은 그래도 기어가서 젖을 빨다가, 피가 입에 흥건하여 역시 곧 죽었다. 그 후 10년인 기사(己巳)에 도관찰사 장하(張夏)가 상문(上聞)하여 정문(旌門)을 세우게 하고, 습은 아전 구실을 면제하여 주었다. 습이 이에 풍수(風水)의 술법을 배워서 잡과에 과거보게 되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8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윤리(倫理)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외교-왜(倭) / 인물(人物)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禮曹啓: "晋州吏鄭習, 烈女之子。 雖非三丁一子, 許赴雜科試, 以奬節義, 勉勵風俗。" 從之。 習母崔氏, 靈巖士人仁祐女也。 適晋州戶長鄭滿, 生子女四人, 其季在襁褓。 洪武己未, 倭賊寇晋州, 闔境奔竄, 時滿因事如京。 賊闌入里閭, 崔年方三十餘, 且有姿色, 抱携諸息, 走避山中。 賊四出驅掠, 遇崔露刃以脅, 崔抱樹而拒奮罵曰: "死等爾, 汚賊以生, 無寧死義。" 罵不絶口, 賊遂害之, 斃於樹下, 賊虜二息以去。 時習甫六歲, 啼號屍側, 襁褓兒猶匍匐就乳, 血淋漓入口, 尋亦斃焉。 後十年己巳, 都觀察使張夏以聞, 乃命旌門, 蠲習吏役, 習乃學風水之術, 赴雜科試。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8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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