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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5권, 세종 1년 8월 17일 기축 1번째기사 1419년 명 영락(永樂) 17년

사신 황엄이 가지고 온 선양을 윤허한다는 칙서

사신 태감(太監) 황엄이 도착하니, 상왕과 임금이 평시의 복장으로 모화루(慕華樓)에 나아갔다가 영접하여, 앞에서 인도하여 경복궁에 도착하니, 궁성 문밖에는 채붕(綵棚)을 매어 잡희(雜戲)를 베풀고, 길 연도에는 채색 줄을 늘였다. 사신이 도착하여 칙서를 선포하니, 그 하나에,

"황제는 칙서로 조선 국왕 【상왕의 휘. 】 에게 효유하노라. 왕은 지극한 정성이 독실하고 후하여서, 조정을 섬기는 데 한 방법 한 마음으로 처음이나 끝이나 태만함이 없이 하더니, 요전에 셋째 아들 【임금의 휘. 】 이 효성스럽고 공손하고 학문에 힘써서, 넉넉히 조상의 제사를 받들 수 있고, 나라 사람을 통치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또 진술해 말하기를, ‘나이 늙어 일을 맡아 처리하기 어려우니, 위를 계승시키게 하여 달라.’ 하였으므로, 짐이 생각하건대, 왕은 식견이 밝고 통달한지라, 특별히 소청을 윤허하는 바이다. 대체로 대를 계승하는 것은 후사가 있어야 하는 것이요, 위를 전하는 것은 사람을 얻어야 하는 것이어늘, 이제 왕은 능히 선대의 업적을 계승하여, 정성으로 제후의 도리를 지키다가 어진 자를 고르고, 덕 있는 자를 명하여 종사(宗祀)를 계승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국민의 소망에 부합하게 하니, 참으로 아름답고 기쁜 일이다. 이에 특히 태감 황엄을 보내어 조칙을 받들고 가서 왕에게 연향(宴享)하는 잔치를 베풀게 하는 바이니, 이는 오직 국왕 일가의 경사일 뿐 아니요, 또 왕의 나라 백성들의 경사이니, 왕은 짐의 지극한 뜻을 알라."

하였고, 그 하나에 말하기를,

"황제는 조칙으로 조선 국왕 【왕의 휘.】 에게 이르노라. 너의 아비 【상왕 휘. 】 가 독실하고 온후하며 노성(老成)하여, 능히 정성으로 하늘 뜻을 공경하고, 조정을 공손하게 섬겨, 한 나라 사람을 위하여 복되게 하여서, 충성되고 온순한 정성이 오래될수록 변함이 없더니, 조금 전에 네가 효성스럽고 공손하며 학문에 힘써서, 넉넉히 종사(宗祀)를 받들 수 있고, 나라 사람들을 통치할 수 있을 것이라 하여, 위를 계승시키게 하여 달라 하기에, 특별히 소청하는 바를 윤허하여, 너로서 조선 국왕이 되게 하니, 너는 항상 세대를 계승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생각하고, 작록(爵祿)의 가볍지 않음을 생각하여, 효도로써 부모를 섬기고, 충성으로써 위를 섬기고, 하늘 뜻에 공경하고 근신하여, 온 나라 사람들을 복되게 하면, 하느님의 마음도 기쁘게 내려다 보시어, 너에게 부귀를 길이 향수하게 할 것이요, 너의 자자손손에게까지 그 경사를 향수하도록 할 것이며, 온 나라 사람들도 역시 그 경사에 향복(享福)함이 있으리라. 이제 특별히 태감 황엄을 보내어, 조칙을 받들고 너에게 축복하는 잔치를 베풀게 하는 바이다. 짐의 지극한 마음씨를 본받아 알라."

하였다. 상왕과 임금이 조칙을 받고 행례하기를 절차대로 한 뒤에, 사신에게 다례(茶禮)를 대접할 때에, 사신이 상왕에게 말하기를,

"황제께서 신에게 이르시기를, 중국에 술이나 과일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길이 하도 멀다 하시고, 생견(生絹) 3백 필과 안팎 옷감 30필과 양 1천 마리를 하사하시어, 술과 과일 값으로 하라 하시었으니, 이상의 물건들을 왕이 받으시고, 왕의 나라에 있는 것으로 잔치를 차리게 하시오."

하고, 사신이 먼저 태평관으로 돌아가니, 병조 참판 이명덕과 지신사(知申事) 원숙(元肅)을 보내어, 채백(綵帛) 15필, 채견(綵絹) 15필, 생견 3백 필, 양 8마리, 거위 16마리, 《음즐서(陰騭書)》048) 1천 권을 받아 오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32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048]
    《음즐서(陰騭書)》 : 도교의 음덕을 받는다는 서적.

○己丑/使臣太監黃儼至, 上王及上以時服, 出迎于慕華樓, 先導至景福宮。 宮城門外, 結綵棚、設雜戲, 夾道結綵。 使臣至, 宣勑書, 其一曰:

皇帝勑諭前朝鮮國王 【上王諱】 。 王至誠篤厚, 祗事朝廷, 一德一心, 終始不怠。 比以第三子 【上諱】 , 孝悌力學, 可以繼承宗祀, 主宰國人。 且自陳年老不克任事, 請襲以位。 朕惟, 王識見明達, 特允所請。 夫繼世在於有後, 而傳序在於得人。 今王能嗣承先業, 恪守蕃服, 而簡賢命德, 俾宗祀有托, 以副國人之所望, 良用嘉悅。 玆特遣太監黃儼, 齎勑賜王宴享, 不惟王一家之慶, 且爲王一國之人慶也。 王其體朕至意。

其一曰:

皇帝勑諭朝鮮國王 【上諱】 。 爾父 【上王諱】 篤厚老成, 能祗敬天道, 恭事朝廷, 爲一國之人造福, 忠順之誠, 愈久不替。 比者, 以爾孝悌力學, 可以繼承宗祀, 主宰國人, 請襲以位, 特允所請, 以爾爲朝鮮國王。 爾尙念傳序之不易; 思爵祿之匪輕, 孝以事親, 忠以事上, 敬謹天道, 以福一國之人, 則天心悅鑑, 俾爾長享富貴, 延及爾之子子孫孫, 世享其慶, 而一國之人, 亦享其慶矣。 今特遣太監黃儼, 齎勑賜爾宴享, 爾其體朕至懷。

上王及上受勑行禮如儀訖, 與使臣行茶禮。 使臣謂上王曰: "皇帝命臣曰: ‘中國非無酒果也, 但道路阻遠, 乃以生絹三百匹、表裏三十匹、羊一千頭, 以資酒果之債。’ 右件等物, 王其輸之以王府所有, 充其宴享之費。" 使臣先歸太平館。 命兵曹參判李明德、知申事元肅受綵帛十五匹、綵絹十五匹、生絹三百匹、羊八頭、鵝十六隻、《陰騭書》一千本。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32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