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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4권, 세종 1년 5월 16일 경신 2번째기사 1419년 명 영락(永樂) 17년

상왕의 탄신일이므로 헌수하고 즐겁게 잔치하다

임금이 상왕의 탄신일이므로, 면복(冕服) 차림으로 백관을 거느리고 수강궁에 나가 하례하였으나, 상왕이 받지 아니하였다. 임금이 안장 갖춘 말과 옷의 겉감과 안감을 드리고 사배한 후에 중외의 죄수를 사면(赦免)하되, 불충 불효한 죄 이외의 장죄(杖罪) 이하를 범한 자는 다 용서하였다. 노상왕이 또한 수강궁에 가니, 임금이 풍정(豊呈)을 두 상왕과 모후(母后)의 앞에 올리니, 종척(宗戚)들과 정부 육조 판서와 6대언(代言) 및 병조 참판 이명덕 등이 시연(侍宴)하였고, 양녕 대군도 또한 이 자리에 모시었다가 각각 차례로 일어나며, 상수(上壽)하기를 20여 차례나 하였다. 원숙이 술잔을 노상왕에게 올리거늘, 상왕이 말하기를,

"지신사는 주상의 이목(耳目)이니, 술잔을 마치소서."

하였다. 노상왕이 잔을 다 마치고 다음에 상왕께 올리니, 상왕이 말하기를,

"네 내 말을 들으라. 대개 경난 비감(輕暖肥甘)007)성음 채색(聲音彩色)008) 으로 우리를 봉양함이 하나라도 부족한 것이 있느냐."

하고, 인하여, 임금을 가리키며 에게 이르기를,

"주상이 왕위를 이은 뒤로 나에게 효도함이 이와 같으니, 나도 또한 심히 사랑하노라. 내가 출입할 때면, 언제나 따르게 할 것이며, 나의 생전에는 주상과 같이 출입하게 하라. 네 이 말로써 여러 대언과 삼의정(三議政)에게 고하고, 중외(中外)에서 진상한 좋은 말 한 필을 노상왕께 드리라."

하고, 곧 술잔을 드리며 일어나 춤을 추니, 노상왕도 또한 춤을 추었다. 노상왕이 연구(聯句)를 지어 이르기를,

"천고에 오늘같은 모임은 드물도다."

하니, 제신이 모두 땅에 엎드려서 하례하고, 실컷 놀다가 밤늦게 파할 때에, 상왕이 주상과 더불어 노상왕을 부축하고 대궐문을 나가더니, 양 상왕이 서로 대하여 춤을 추었다. 임금이 노상왕의 견여(肩輿)를 받들고 궁문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와 중문(中門) 내정(內庭)에 이르러서, 임금이 효령과 더불어 상왕의 좌우를 부축하니, 상왕이 춤추며 변계량허조에게 명하여, 맞대어 춤추게 하고, 오랜만에 안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두 신하가 군왕과 대하여 춤춘 것을 세상에 드문 영광이라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1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7]
    경난 비감(輕暖肥甘) : 가볍고 따뜻한 옷과 살지고 맛있는 음식.
  • [註 008]
    성음 채색(聲音彩色) : 아름다운 음악과 고운 빛깔.

○上以上王誕晨, 冕服率百官, 詣壽康宮賀, 上王不受。 上獻鞍馬、表裏四拜訖, 宥中外見囚, 除不忠不孝外, 犯杖罪以下。 老上王亦如壽康宮, 上獻豐呈于兩上王及母后, 宗戚、政府、六曹判書、六代言及兵曹參判李明德等侍宴, 讓寧大君亦侍。 各以次迭起上壽, 至二十餘行, 元肅進爵于老上王, 上王曰: "知申事主上耳目, 請卒爵。" 老上王卒爵。 次進于上王, 上王曰: "爾聽吾言。 凡輕暖、肥甘、聲音、彩色奉養我者, 有一不足耶?" 因目上謂曰: "主上嗣位, 孝我如此, 吾亦甚愛之。 凡吾出入, 每令從行, 我之生前, 與主上出入同之。 爾以此意, 告諸代言與三議政, 擇中外所進良馬一匹, 以獻于老上王。" 仍進爵起舞, 老上〔王〕 亦舞。 老上王有聯云: "千古罕聞今日會。" 諸臣皆伏地而賀, 極歡夜深乃罷。 上王與主上扶老上王出殿門, 兩上王對舞, 上手捧老上王肩輿, 送至宮門而還, 至中門內庭, 上與孝寧扶上王左右, 上王舞, 命卞季良許稠對舞, 良久入內。 人以二臣對舞君王, 爲罕世之榮。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1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