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사신을 맞이하고 부절과 고서를 받다
명나라 황제는 대감(大監) 황엄(黃儼)을 보내어, 정사(正使) 광록 소경(光祿少卿) 한확(韓確), 부사(副使) 홍려시 승(鴻臚寺丞) 유천(劉泉)과 함께 부절(符節)과 고서(誥書)를 받들고 와서 왕명(王命)을 전달하게 되므로, 채붕(綵棚)을 매고 잡희(雜戲)를 베풀어 영접하였다. 임금은 편복을, 조신(朝臣)은 조복을 입고 모화루(慕華樓)에 나아갔다. 사신이 당도하자, 임금은 장전(帳殿)의 서쪽에서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친히 영접하니, 사신은 장전 앞에 와서 말에서 내려 절(節)·고(誥)를 받들고 장전에 들어가 용정(龍亭) 안에 고이 모시고 장전을 나오는데, 여러 관원이 앞을 인도하고, 사신은 절·고의 뒤를, 임금은 사신의 뒤를 따르고, 금고(金鼓)·의장(儀仗)·고악(鼓樂)·잡희(雜戲)는 다 평상의 의식과 같았다.
경복궁에 당도하자, 상왕은 궁문 밖에서 고명을 영접하고, 사신은 절·고를 받들고 근정전에 당도하니, 상왕은 전정(殿庭)에서 절·고에 먼저 절을 하고 악차로 들어갔다. 임금은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네 번 절한 후 전상으로 올라오니, 사신은 친히 고명을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받고서 뜰에 내려가 여러 신하와 더불어 네 번 절하고 악차로 들어가 면복을 입고 나와, 여러 신하와 더불어 멀리 사은하며 네 번 절하고 향을 피우며, 또 네 번 절하고 만세를 부르며 춤추고 발구르며, 네 번 절하고 악차에 들어가 면복을 벗었다. 사신은 절(節)을 받들고 나가니, 임금과 상왕은 전정에 나가 공경히 전송하고, 여러 신하는 절을 인도하며 태평관(太平館)에 당도하여, 절을 북루(北樓) 위에 안치하였다. 상왕은 태평관에 와서 사신과 더불어 사례(私禮)를 행하고 수강궁으로 돌아갔다. 임금은 사례를 행하고 나와서 악차에 들러, 앉아서 여러 신하와 예를 행하였다. 예식이 끝나니, 한확(韓確)은 악차 앞에 와서 네 번 절하는 예식을 거행하였다. 임금은 잔치를 베풀어 사신을 위로하고 안장 갖춘 말과 의복을 선사하였다. 임금이 사신과 더불어 행례할 적에, 한확은,
"감히 그럴 수 없다."
고 사양하는데, 임금이 강권하여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한확은 잔치에는 나오지 아니하였다. 한확은 본국 사람인데, 그 누이가 황제의 후궁으로 뽑혀 들어가서 총애를 받고 있었다. 그 까닭으로 황제는 영화를 보여 주기 위하여 북경으로 불러들여 고명을 주어 돌려보낸 것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98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인물(人物)
○皇帝遣太監黃儼, 偕正使光祿少卿韓確、副使鴻臚寺丞劉泉持節奉誥來錫王命, 結綵棚、雜戲以迎之。 上以便服, 朝臣以朝服, 出迎于慕華樓。 使臣將至, 上於帳殿之西, 率群臣躬身迎, 使臣至帳殿外下馬, 奉節誥入帳殿, 安置于龍亭, 出帳殿, 百官前導, 使臣在節誥後, 上在使臣後, 金鼓、儀仗、鼓樂、雜戲皆如常儀。 至景福宮, 上王迎命于宮門之外, 使臣奉節誥, 至勤政殿, 上王先拜節誥于殿庭, 入幄次。 上率群臣四拜訖陞殿, 使臣親授誥命于上, 上受訖下庭, 與群臣四拜畢, 入幄次服冕服出, 與群臣遙謝四拜, 焚香又四拜, 山呼舞蹈四拜, 入幄次釋服。 使臣奉節出, 上及上王出殿庭祗送。 群臣導節至太平館, 以節安于北樓上。 上王至館, 與使臣行私禮, 還壽康宮, 次上行私禮, 出御幄次。 群臣行禮旣畢, 韓確至幄次前, 行四拜禮訖, 上設宴慰使臣, 贈以鞍馬、衣服。 上之與使臣行禮也, 韓確辭不敢, 上强之, 乃就位, 及宴, 確不赴。 確, 本國人, 其妹選入帝所見寵, 帝欲榮之, 召赴京師, 授誥遣還。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98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