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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2권, 세종 즉위년 11월 10일 병진 1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중궁 심씨를 책봉하여 공비로 삼다

임금이 원유관(遠遊冠)을 쓰고 강사포(絳紗袍)를 입고 인정전에 나아가니, 백관이 조복(朝服)을 입고 차례대로 서 있었다. 진책관(進冊官) 평양 부원군(平陽府院君) 김승주(金承霔)와 진보관(進寶官) 평양군(平壤君) 조대림(趙大臨)을 보내어, 옥책(玉冊)과 금인(金印)으로써 중궁 심씨(沈氏)를 책봉하여 공비(恭妃)를 삼았다. 비(妃)가 내전에서 예를 갖추어 책봉을 받고, 명부(命婦)의 조알(朝謁)을 받고, 승주대림(大臨)에게 옷의 겉감과 속감을 내려주었으며, 경창부 윤(慶昌府尹) 심징(沈澄)에게 명하여, 전(箋)을 올려 책봉을 사은(謝恩)하게 하였다. 그 책문(冊文)에,

"왕화(王化)의 기초는 실상 내조(內助)에 힘입음이 있으며, 인륜의 지극함은 마땅히 이장(彝章)102) 을 구비해야 될 것이다. 이에 휘칭(徽稱)을 들어 현책(顯冊)을 밝힌다. 오직 심씨(沈氏)는 단정하고 정숙하며, 유순하고 공손하다. 생각이 나라를 근심하는 데 있으매, 항상 경계(儆戒)의 도를 올리고, 마음이 조심하는 데 있으매, 일찍이 연안(宴安)의 정(情)이 없었다. 마땅히 함항(咸恒)103) 에 덕이 짝할 것이요, 풍아(風雅)104) 에 아울러 찬미(讚美)할 만하다. 정사를 볼 초기(初期)에 있어 욕례(縟禮)의 더함을 엄하게 해야 될 것이므로, 이에 명하여 왕공비(王恭妃)를 삼고 책(冊)과 보(寶)를 주니, 더욱 상서(祥瑞)를 맞이하여, 길이 큰 경사를 받을 것이다. 화평하게 숨은 교화(敎化)를 펴서, 편안한 모계(謨計)를 만년까지 전하고, 왕후의 덕을 바루어, 큰 경사를 백세에 전파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敎示)하니, 마땅히 상세하게 알 것이다."

하였다. 인(印)은 왕공비(王恭妃)의 인이라 하였다. 악장(樂章)에,

"하늘이 우리 왕을 돌보아, 이에 그 비(妃)를 세웠다. 군자의 좋은 배필이니, 신(神)과 사람이 모두 의지한다. 유화(柔和)하고 훌륭함은 모범이 될 만하고, 선량하고 신중함은 그 몸가짐이다. 많은 복을 주니, 자손이 번성할 것이다."

고 하였다. 전(箋)에는

"명(命)이 하늘에서 내려왔으니, 은총(恩寵)의 전례(典禮)를 베풀었습니다. 몸 둘 곳이 없으니, 별다른 은혜를 입었습니다. 분수(分數)에 적당하지 않으니, 한갖 부끄럼만 더할 뿐입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자질은 깊고 순미(醇美)하지 못하며, 행실은 유화(柔和)하고 선량하지 못하옵니다. 내조(內助)로 도와 이루는 데는 평소부터 계명(鷄鳴)105) 의 경계(儆戒)가 모자랐으나, 휘음(徽音)을 이었으니, 감히 인지(麟趾)106) 의 유풍(遺風)을 바라옵니다. 어찌 큰 이름이 덕이 적은 사람에게 잘못 미치게 될 줄을 생각하였겠습니까. 이것이 대개 성지(聖智)의 완전한 천자(天資)와 관인(寬仁)한 큰 도량이라야 왕교(王敎)를 행할 것이며, 인륜을 펴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책문(冊文)에 드러내어 이장(彝章)을 보였습니다. 삼가 경계하여 도리에 어김이 없으매, 뜻은 더욱 승순(承順)하는 데 전일하고 강녕(康寧)하여 길(吉)함이 많으매, 복은 항상 창성(昌盛)함을 축원합니다."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82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의생활(衣生活)

  • [註 102]
    이장(彝章) : 상례(常禮).
  • [註 103]
    함항(咸恒) : 《역경(易經)》의 함괘(咸卦)·항괘(恒卦)를 이름.
  • [註 104]
    풍아(風雅) : 《시경(詩經)》의 국풍(國風)과 대·소아(大小雅)를 이름.
  • [註 105]
    계명(鷄鳴) : 《시경(詩經)》 제풍(齊風)의 편명(篇名). 그 내용은 어진 후비(后妃)가 임금에게 일찍 일어나서 조회에 나가기를 권하는 것임.
  • [註 106]
    인지(麟趾)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그 내용은 주(周) 나라 문왕(文王)이 후비(后妃)의 덕으로 자손이 번성했다는 것임.

○丙辰/上以遠遊冠、絳紗袍, 御仁政殿, 百官以朝服序立。 遣進冊官平陽府院君 金承霔、進寶官平壤君 趙大臨, 以玉冊金印, 冊中宮沈氏恭妃。 妃於內殿, 備禮受冊, 受命婦朝謁。 賜承霔大臨表裏, 命慶昌府尹沈澄進表箋以謝。 冊曰:

王化之基, 實有資於內助; 人倫之至, 當極備於彝章。 爰擧徽稱, 載揚顯冊。 惟爾沈氏, 端莊貞靜, 柔懿溫恭。 念在憂勤, 常進儆戒之道; 心存恪愼, 曾無宴安之情。 宜儷德於咸恒, 可竝美於風雅。 肆當莅政之始, 俾嚴縟禮之加。 是用命爾爲王恭妃, 授以冊寶, 益迓嘉祥, 永膺大慶。 協敷陰敎, 貽燕謨於萬年; 克正坤儀, 播鴻休於百世。 故, 玆敎示, 想宜知悉。

印曰王恭妃之印。 樂章曰: "天眷我王, 乃立厥妃。 君子好逑, 神人俱依。 柔嘉維則, 淑愼其身。 介以繁祉, 子孫振振。" 箋曰:

降命自天, 光施寵典。 措躬無地, 祇荷殊恩。 揆分非宜, 徒知增愧。 伏念質欠淵懿, 行未柔嘉。 內助相成, 素乏鷄鳴之戒; 徽音是嗣, 敢希麟趾之風? 豈圖鴻名謬及寡德? 玆蓋資全聖智, 度大寬仁, 謂王敎之攸行, 由人倫之乃敍, 載揚顯冊, 庸示彝章。 謹當儆戒無違, 志益專於承順; 康寧多吉, 福恒祝於熾昌。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82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의생활(衣生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