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태종실록35권, 태종 18년 4월 8일 무자 1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평산 온정에 거둥하다

평산(平山) 온정(溫井)에 거둥하였다. 어가(御駕)가 선의문(宣義門)을 나가자, 목촌(木村) 교외로 말을 몰아 금교역(金郊驛) 하상봉(下上峯)에 이르러 말을 머물게 하고, 눈물을 흘리었다. 냇가에서 주정(晝停)252) 하였는데, 여러 대언(代言)과 여러 재상(宰相)을 불러서,

"나의 이번 행차는 비단 목욕(沐浴)뿐만 아니라, 대개 성녕(誠寧)이 졸(卒)하였기 때문에 마음이 답답하고 막힌 바가 있어서 근심하고 피로한 병(病)을 이루게 되었으므로, 이에 동가(動駕)하고자 하여, 말하기를, ‘출유(出遊)하여서 나의 근심을 풀겠다.’고 하였는데, 이제 이곳에 이르러 산에 올라서 멀리 바라보니, 감개(憾慨)가 더욱 깊어 근심을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없다. 마음이 오히려 평안치 못하고 몸의 기운이 지치고 고달파서, 비록 온정(溫井)에 이르다고 하더라도 능히 목욕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모맥(麰麥)이 이미 익고, 서직(黍稷)이 바야흐로 자라서 바로 농삿달을 당하였으니, 실로 미편(未便)한 점이 있다. 내가 어가(御駕)을 돌이키고자 하는데 어떠하겠는가?"

하니, 김한로(金漢老)·이원(李原)·조말생(趙末生) 등이 대답하기를,

"오늘 시종(侍從)은 모두 농민(農民)들이 아닌데, 무슨 폐단이 있겠습니까? 또 거둥(擧動)은 큰 일인데 이미 동가(動駕)하였으니, 갑자기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온천(溫泉)에서 목욕하여 깊은 병을 없애고, 유람할 즈음에 근심하는 마음을 점차 없애소서. 날마다 근심하는 마음을 너그러이 한다면 장차 종사(宗社) 생령(生靈)의 복(福)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경들의 말이 이와 같으니, 내가 우선 그대로 따르겠다."

하고, 드디어 기탄(岐灘)을 건너 유숙(留宿)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16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과학-지학(地學)

  • [註 252]
    주정(晝停) : 임금이 멀리 거둥할 때 잠깐 머물러서 낮 수라(水剌)를 드는 것을 말함.

○戊子/幸平山溫井。 駕出自宣義門, 驅木村郊, 至金郊驛下上峯, 駐馬出涕。 晝停於川邊, 召諸代言及諸宰相曰: "予之此行, 非但沐浴, 蓋以誠寧之卒, 心有所鬱悒, 以成憂勞之疾, 乃欲駕言出遊, 以寫我憂耳。 今至於此, 登山望遠, 則憾慨尤深, 無益於寬憂。 心尙未平, 身氣勞悴, 雖至溫井, 似不能浴。 且麰麥已成, 黍稷方生, 正當農月, 實有未便。 予欲還駕如何?" 金漢老李原趙末生等對曰: "今日侍從, 皆非農民, 有何弊哉? 且擧動大事, 業已動駕, 不可遽還也。 願殿下, 浴於溫泉, 以去沈痾, 而遊觀之際, 愁念漸消, 逐日寬慮, 將爲宗社生靈之福矣。" 上曰: "卿等之言如此, 予姑從之。" 遂涉歧灘宿焉。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3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16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과학-지학(地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