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언 성엄에게 진관사에서 성녕 대군을 위한 수륙재를 베풀게 하다
동부대언(同副代言) 성엄(成揜)에게 명하여 진관사(津寬寺)에 가서 성녕 대군(誠寧大君)을 위하여 수륙재(水陸齋)를 베풀게 하였기 때문에 향(香)을 받들고서 갔다. 사제(賜祭)하는 교서(敎書)는 이러하였다.
"아아! 목숨의 길고 짧은 것이 가지런하지 아니함은 타고난 천명(天命)이니 바꿀 수 없고, 부자(父子)의 지극한 은정(恩情)은 본래 천성(天性)이니 그만둘 수가 없다. 이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에 본래부터 타고난 것이나, 기수(氣數)152) 에 앞서 정해진 것이다. 생각하건대, 네가 태어난 것은 을유년이었으니, 이제 14세인데, 일찍이 하루라도 나의 좌우(左右)를 떠난 적이 없었다. 내가 수라를 들고자 하면 네가 반드시 먼저 맛보았고, 내가 활 쏘는 것을 구경하고자 하면 네가 반드시 수행(隨行)하여 모든 기거(起居)에 있어 반드시 너와 함께 하였는데, 이제는 그만이니 무엇으로 마음을 잡겠느냐? 아아! 슬프다. 모습이 단정(端正)하고 깨끗하여 아무런 흠이 있지 않았으며, 총명(聰明)하고 온아(溫雅)하고 효제(孝悌)함이 그 행동이었고, 글을 읽어 때때로 익히고 활 쏘기를 배워서 여러 번 과녁을 맞추었었다. 장가를 들도록 하였고, 또 대군(大君)으로 봉하였으니, 장차 어른이 되어 나의 쇠노(衰老)함을 위로하리라 여겼는데, 아아! 이제 그만이니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네가 처음에 병들었을 적에 어린 아이들의 보통 일이라 생각하였으나, 병이 이미 위독하여져 비록 후회하였지만 어찌 미칠 수 있었겠는가? 기도(祀禱)하기를 궐(闕)했음인가? 의료(醫療)가 잘못되었음인가? 희디 흰 너의 얼굴이 항상 눈에 선하고, 낭랑(琅琅)153) 한 너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아아! 슬프다. 나와 중궁(中宮)이 너의 죽음을 통곡하나 또한 이제 그만이로다. 너는 효성(孝誠)으로써 죽음에 임하여서도 어버이를 생각하였으니, 한(恨)을 먹음이 구천(九泉) 지하(地下)에서도 그만둠이 있겠는가? 너는 나의 아들이 되어서 이미 효도하고 또 재주가 있어, 자식의 직분(職分)을 싫어하지 않았다. 목숨의 길고 짧은 운수(運數)는 실로 하늘에서 나오고 너의 죄는 아니니, 네가 그것을 어찌 한하겠느냐? 나는 너의 아비가 되지만, 염(歛)에서 의금(衣衿)154) 을 볼 수 없었고, 빈(殯)에서 그 관(棺)을 어루만져 보지 못하고, 무덤에서도 또 그 광(壙)에 반드시 임석(臨席)할 수도 없으니, 천승(千乘)155) 의 군주(君主)로서도 도리어 필부(匹夫)의 자식 사랑함과 같지 못하도다. 내가 정(情)을 잊어서가 아니라 사세(事勢)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 내가 한(恨)하는 것이요, 그것이 또 어찌 극위(極位)이겠는가?
아아! 슬프다. 이에 유사(攸司)에 명하여 너의 직질(職秩)을 높이고 너에게 시호(諡號)를 주어 은수(恩數)의 융성함을 상례(常例)보다 다르게 한다. 이제 근신(近臣)을 보내어 진관사(津寬寺)에서 수륙재(水陸齋)를 설치하여 명복(冥福)을 빌고, 또 치부(致簿)하고 전(奠)드려 말로써 권하여 음향하게 한다. 아아! 말에는 다함이 있으나 정(情)에는 끝이 없는데, 너는 그것을 아는가? 그것을 알지 못하는가?"
변계량(卞季良)의 글이었는데, 양전(兩殿)의 슬프고 애통함이 지극하여, 무릇 성녕 대군(誠寧大君)을 천도(薦導)156) 하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바가 없었다. 임금이 교서(敎書)를 읽다가 반(半)쯤 이르러 자신도 모르게 흐느껴 울어서 끝 편까지 읽지 못하고 이에 물리치고,
"나의 정의(情意)를 다하였도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불교(佛敎)
- [註 152]기수(氣數) : 사람의 길흉(吉凶)·화복(禍福)의 운수.
- [註 153]
낭랑(琅琅) : 구슬을 굴리듯이 고운 목소리.- [註 154]
의금(衣衿) : 옷과 이부자리.- [註 155]
천승(千乘) : 천 필의 수레. 곧 제후(諸侯)·임금.- [註 156]
천도(薦導) : 죽은 사람의 넋을 부처와 인연을 맺어 주어 좋은 곳으로 가게 하는 일.○癸丑/命同副代言成揜如津寬寺, 爲誠寧大君設水陸齋, 故奉香以往也。 賜祭敎書曰:
嗚呼! 壽夭之不齊, 稟之天命而不可易; 父子之至恩, 本乎天性而不容已。 此乃人心之所固有, 而氣數之前定者也。 惟汝之生, 歲在乙酉, 今十有四年矣, 未嘗一日離於吾之左右。 予欲進膳, 汝必先嘗; 予欲觀射, 汝必隨行, 凡有起居, 必與汝俱。 今也已矣, 何以爲心? 嗚呼痛哉! 姿相端潔, 無有缺虧; 聰明溫雅, 孝悌是行; 讀書時習, 學射屢中。 俾之有室, 又封大君, 謂將成人, 慰我衰老。 嗚呼已矣, 曷其奈何? 汝始病矣, 謂爲童稚之常事, 病旣篤矣, 雖悔何及? 禱祀之闕歟? 醫療之誤歟? 皎皎汝面, 常在目前; 琅琅汝言, 尙在耳傍。 嗚呼痛哉? 予與中宮, 哭汝之哀, 亦已焉哉? 以汝孝誠, 臨絶思親, 飮恨泉下, 其有已耶? 汝爲吾子, 旣孝且才, 無慊子職。 脩短之數, 實出於天, 非汝之罪, 汝其奚憾? 我爲汝父, 斂不得視衣衿, 殯不得撫其棺, 窆又必不得臨其壙。 以千乘之主而反不如匹夫之愛子, 非我忘情, 勢使然爾。 予之爲恨, 其又何極? 嗚呼痛哉! 爰命攸司, 崇汝之秩, 贈汝以諡, 恩數之隆, 異於(於)常例。 今遣近臣津寬之寺, 修設水陸, 以資冥福, 且致(簿)〔薄〕 奠, 辭以侑之。 嗚呼! 言有盡而情不可終, 汝其知也耶? 其其不知也耶?
卞季良之辭也。 兩殿悲哀之極, 凡薦導誠寧之事, 無所不至。 上覽敎書至半, 不覺噓唏, 不忍終篇, 乃却之曰: "予之情意盡矣。"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불교(佛敎)
- [註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