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 판서 윤향 등이 표문·전문을 받들고 경사에 가다
형조 판서 윤향(尹向)과 예조 참판 신상(申商)이 표문(表文)·전문(箋文)을 받들고 중국 경사(京師)로 갔다. 표문(表文)은 이러하였다.
"성명(聖明)이 황제의 자리에 있으니, 협기(協氣)137) 가 고르게 흐르므로 조화(造化)가 거듭 신기하여, 아름다운 상서(祥瑞)가 다 이르렀습니다. 조림(照臨)이 미치는 곳에서는 춤을 추고 기뻐하기를 오로지 같이합니다. 역대로 지극한 다스림을 이룬 때를 보면 반드시 상서롭고 경사스러운 응험(應驗)이 있었으나, 그러나 대개 한가지 물건이 겨우 보였는데, 오늘날처럼 아울러 이른 적은 없었습니다. 이미 서토(瑞兎)138) 가 영이(靈異)를 이루고, 또 선초(仙草)139) 의 이삭을 뽑고, 구름이 옥전(玉殿)에 드리우고, 오색(五色)의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찬란하고, 얼음이 금하(金河)에서 얼어 여러 형상의 포열(布列)한 모습을 이루었습니다. 대개 성심(誠心)이 밝게 하늘에 이르는 것을 나타내어 실로 영세(永世)의 커다란 평안에 밑바탕을 두니, 경사(慶事)가 종팽(宗祊)에 넘치고 일이 간책(簡策)에 빛납니다. 공경히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皇帝陛下)는 온공(溫恭)하고 준철(濬哲)하고 강건(剛健)하고 순수하고 정미(精微)하여 제작(製作)이 백왕(百王)140) 에 으뜸이 되고, 예악 문물(禮樂文物)이 다 아름답습니다. 은사(恩私)가 팔표(八表)141) 에 미쳐서 날고 헤엄치고 움직이고 심어져 있는 것이 다 평안하니, 이에 빛나는 상서의 내림이 거듭 겹치는 바가 되어서 칭송하는 소리가 차고 넘치기에 이르렀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외람되게 용렬(庸劣)한 자질로서 다행히 창성한 시대를 만나 자취가 조그마한 동쪽 나라에 머물러 있어, 비록 달려가 하례(賀禮)하는 데 참여하지는 못하나, 정은 공북(拱北)142) 에 깊으니, 수(壽)하고 강녕(康寧)하도록 축원을 갑절이나 드립니다."
윤향 등이 배사(拜辭)143) 하니, 전지(傳旨)하였다.
"부경(赴京)하거든 만약 황엄(黃儼)의 마필(馬匹)을 바꾸는 일을 묻는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대답하기를, ‘우마(牛馬)를 역환(易換)하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금지된 바이나, 황엄은 사사로이 출입(出入)하지 않고 봉명(奉命)한 사람으로서, 그 값을 가지고 바꾸고자 하는 까닭에 많지 않은 숫자를 바꾸도록 허락하였다.’고 하라. 또 지난번에 경상도(慶尙道)에서 왜인(倭人)들에게 사로잡혔던 중국 사람 남자 부욱(符旭)과 여자 진불로(陳佛奴) 등을 데려 와서 중국 조정에 해송(解送)하였는데, 예부(禮部)에서 주문(奏聞)하기를, ‘조선국(朝鮮國)에서 일본(日本)과 친교(親交)하여, 피로(被擄)되었던 사람들을 송환(送還)하였으니, 청컨대, 일본과 친교한 죄를 문책 하소서.’ 하니, 황제가 말하기를, ‘중국 조정의 인물(人物)을 사서 보내 오는데 무슨 죄가 있는가?’ 하였다. 이제 만약 다시 묻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대답하기를, ‘전하가 사대(事大)하는 정성으로써 피로(被擄)되었던 중국 조정의 인물을 사서 보내 온 것이다.’고 하라."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6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37]협기(協氣) : 협화하는 기운.
- [註 138]
서토(瑞兎) : 상서로운 토끼.- [註 139]
선초(仙草) : 신령한 풀.- [註 140]
백왕(百王) : 여러 제후(諸侯).- [註 141]
팔표(八表) : 전세계.- [註 142]
공북(拱北) : 모든 별이 북극성(北極星)으로 향하는 것과 같이 사방(四方)의 백성들이 천자(天子)의 덕화(德化)에 귀의(歸依)하는 것. 공진(供辰).- [註 143]
배사(拜辭) : 신하가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드림.○丙午/遣刑曹判書尹向、禮曹參判申商, 奉表箋如京師。 表曰:
聖明御極, 協氣旁流, 造化鍾神, 嘉祥畢至, 照臨所曁, 蹈舞惟均。 歷觀至治之時, 必得禎符之應, 然皆一物之僅見, 未有今日之駢臻。 旣瑞兎之效靈, 又仙草之擢秀, 雲垂玉殿, 爛五色之氤氳, 氷合金河, 宛諸象之布列。 蓋彰誠心之昭格, 實基永世之太平。 慶衍宗祊, 事光簡策。 欽惟皇帝陛下溫恭濬哲, 剛健粹精, 制作冠於百王, 禮樂文物之盡美; 恩私被於八表, 飛潛動植之咸寧。 玆膺景貺之稠重, 以致頌聲之洋溢。 伏念, 臣猥將庸質, 幸際昌辰, 迹滯釐東, 雖阻參於趨賀, 情深拱北, 倍申祝於壽康。
向等拜辭, 傳旨曰: "赴京如有人問黃儼馬匹易換事, 當答曰: ‘牛馬易換, 是我國所禁。 黃儼則非私出入, 是奉命之人, 將其價欲換, 故以不多之數, 許令易換。’ 又曩者以慶尙道來被倭擄唐人男符旭、女陳佛奴等, 解送朝廷, 禮部奏曰: ‘朝鮮國與日本交親, 將被擄人等送還, 請問與日本交親之罪。’ 帝曰: ‘朝廷人物, 買得送來, 有何罪焉?’ 今如復有問之者, 當答曰: ‘殿下以事大之誠, 被擄朝廷人物, 買得送來。’"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6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