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변계량·허조 등이 진헌 물목을 잘못 다룬 죄를 탄핵하다
사헌부에서 예조 판서 변계량(卞季良)·참판(參判) 허조(許稠)와 좌랑(佐郞) 설순(偰循) 등의 죄를 탄핵하였다. 처음에 설순이 진헌 물목(進獻物目)을 승문원(承文院)에 이문(移文)하였을 때, 오미자(五味子) 1백 근(斤)을 잘못 추가하였다가 변계량 등이 스스로 발각하고 승정원에 나아와서 상달(上達)하였는데, 임금이,
"발각하는 일이 빨라서 좋다."
하였었다. 이때에 이르러 헌사(憲司)에서 그들이 직사에 불경(不敬)하였다고 하여 죄를 청하니, 임금이 조말생(趙末生)·하연(河演) 등에게 물었다.
"이 죄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변계량과 허조가 예조의 직임에 합당하고, 또 청렴하고 빈한(貧寒)한데 녹(祿)을 받지 못하면 어찌 되겠느냐?"
조말생이 대답하였다.
"중대한 사건에 관계되었으니 죄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만약 권한이 없는 직임에 옮긴다면 그 녹(祿)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족히 징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이 또 예조 판서에 누가 적당할는지를 물으니, 조말생 등이 대답하였다.
"조용(趙庸)이 병들었으나 지금 이미 치유되었습니다. 김여지(金汝知)도 또한 감당할 만합니다."
임금이,
"옳도다."
하고, 다만 설순만을 파직하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9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
○庚申/司憲府劾禮曹判書卞季良、參判許稠及佐郞偰循等罪。 初, 偰循移文進獻物目于承文院, 誤加五味子百斤。 季良等自覺, 詣承政院上達, 上曰: "覺擧之速善矣。" 至是, 憲司以不敬其職請罪, 上問趙末生、河演等曰: "此罪宜不宥, 然季良與稠合於禮曹之任, 且淸寒未受祿奈何?" 末生對曰: "關係重事, 罪不可宥。 若遷無權要之職, 則受其祿而亦足以懲。" 又問: "禮曹判書誰可當之?" 末生等對曰: "趙庸病今已瘳矣, 金汝知亦可以當之。" 上曰: "然。" 只命罷循職。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99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