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에게 재목을 주는 문제에 대한 논의
의정부·육조(六曹)·공신(功臣)·총제(摠制)·대간(臺諫)에 명하여, 왜인(倭人)에게 재목(材木) 주는 것에 대한 가부를 회의(會議)하게 했다. 이 앞서 본국에서 왜선장(倭船匠) 등차랑(藤次郞)을 청하여 남해도(南海島)에서 배를 만들어 왔는데, 등차랑이 배 1척(隻)을 만들어 본도(本道)로 돌아가고자 하여 남아 있는 재목을 청하니, 영의정 유정현(柳廷顯), 예조 참판 허조(許稠)가 불가하다고 여기며,
"왜인은 성질이 사나워 믿기 어렵습니다. 항상 해도(海島)에 살면서 배를 만들어 횡행(橫行)함을 일삼고 있으니, 그 청을 한 번 들어주게 되면, 뒷날 진실로 막기 어렵습니다. 또 중국에서 이 일을 들으면 사교(私交)는 불가하다고 할 것입니다. 기타의 상사(賞賜)로 쌀이나 베[布]같은 것이라면 교결(交結)로서가 아니라 우리 변경(邊境)을 침략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것입니다."
하고, 그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말하기를,
"이 재목은 왜인 때문에 찍어온 것이 아니라, 바로 배를 만들고 남은 재목이니, 그 청을 따름이 옳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경 등의 말이 진실로 옳다. 나도 서로 교제하여 신의를 맺자는 것이 아니고, 또한 변민(邊民)을 안정(安靖)459)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가 이런 일을 들고 나온 것은 하늘이 실로 알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68면
- 【분류】외교-왜(倭)
- [註 459]안정(安靖) : 편안하게 다스림.
○命議政府、六曹、功臣、摠制、臺諫, 會議給倭人材木可否。 先是, 本國請倭船匠藤次郞, 造船于南海島, 次郞欲造船一隻, 還歸本道, 請餘在材木, 領議政柳廷顯、禮曹參判許稠以爲不可曰: "倭人性狠難信。 常居海島, 以造船橫行爲事, 一開其請, 則後實難遏。 且上國聞之, 則不可私交。 其他賞賜若米若布, 非以交結, 以寇我邊境而不得已耳。" 其餘皆曰: "此材木非爲倭人斫取, 乃造船餘材也, 宜從其請。" 上曰: "卿等之言誠然, 予非相交結信也, 亦非爲邊民安靖也。 予之此擧, 天實知之。"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68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