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하연이 이숙번의 불충한 죄를 청하니 변호하여 말하다
집의(執義) 하연(河演)이 이숙번(李叔蕃)이 범한 불충한 죄를 청하여, 면계(面啓)하기를,
"이숙번이 불충하니, 신자(臣子)된 자는 불공대천(不共戴天)192) 하여야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청하기를 두세 번이나 하였는데, 아직도 윤허를 얻지 못하였으니 황공(惶恐)하고 운월(隕越)193) 합니다. 그러나, 신하가 되어 불충한 자는 사람들이 함께 토죄(討罪)할 수 있는 것이요, 전하께서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원컨대, 율(律)에 따라 시행하여 가산(家産)을 적몰(籍沒)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하고 말하였다.
"경 등이 이숙번의 죄를 아는가? 지난해 봄에 강무(講武)로 행행(行幸)할 때, 고(故) 대언(代言) 윤수(尹須)의 처(妻)가 몰래 판수[盲人] 하천경(河千景)과 간통하였으므로, 명하여 율외(律外)의 참형(斬刑)으로 시행하도록 하였더니, 이숙번이 용서하여 줄 것을 나에게 청하였으나, 윤허를 얻지 못하매, 또 세자(世子)와 두 대군(大君)에게 부탁하여 용서를 청하였는데, 내 또한 들어주지 아니하니, 이숙번이 외부에서 공공연하게 말하기를, ‘남편 없는 여자가 화간(和奸)하면 장(杖) 80대의 율(律)에 그치는데, 이제 참형을 쓰니 너무 지나치지 아니한가?’하였으나, 이 말은 천성이 곧은 소치(所致)인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5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윤리(倫理)
○執義河演請李叔蕃犯不忠之罪, 面啓曰: "叔蕃不忠, 爲臣子者當不共戴天, 故請之至再至三, 未蒙兪允, 惶恐隕越。 然爲臣而不忠者, 人人之所共討, 非殿下之所得私也。 願依律施行, 籍沒家産。" 上不允曰: "卿等知叔蕃之罪乎? 前年春講武行幸之時, 故代言尹須妻潛奸盲人河千景, 命以律外斬刑施行, 叔蕃請赦於予而不得, 又因世子、二大君請赦, 予又不聽。 叔蕃揚言於外曰: ‘無夫女和奸, 於律杖八十而已。 今用斬刑, 無乃太過乎?’ 然此言, 性直之所致也。"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5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사법-행형(行刑)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