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의 여러 신에게 비를 빌다. 가뭄의 연고간 무인·경자·임오년의 사건과 관련지어 말하다
비를 중외(中外)의 여러 신(神)에게 빌었다. 무당을 우사단(雩祀壇)에 모아서 삼각산(三角山)·목멱(木覓)·한강(漢江)·풍운뢰우(風雲雷雨)·산천(山川)·성황(城隍)의 신에게 비를 빌고 아울러 기도(祈禱)를 행하였다. 또 향축(香祝)을 각도의 악(嶽)·해(海)·독(瀆)·산천(山川)의 신에게 나누어 보냈다. 처음에 전지(傳旨)하기를,
"토룡(土龍)196) 을 갑을일(甲乙日)에 만드는 것은 옛 제도이다. 지난번에 예조에서 상정(詳定)하여 갑을일(甲乙日)에 토룡(土龍)을 만들지 않고 바로 갑을일(甲乙日)에 제사지내게 한 것은 실로 고제(古制)에 어긋난다. 비록 관직을 옮겼다고 하더라도 모두 추가로 탄핵하여 죄를 논하라."
하였는데, 이 때에 이르러 예조에서 《문헌통고(文獻通考)》·《산당고색(山堂考索)》에 의하여 상정(詳定)하여 계문(啓聞)하니, 그대로 따랐다. 육조와 대간에 전교(傳敎)하기를,
"가뭄의 연고를 깊이 생각해 보니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다만 무인(戊寅)·경진(庚辰)·임오(壬午)의 사건이 부자(父子)·형제(兄弟)의 도리에 어긋남이 있었음이다. 그러나 또한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지 내가 즐겨서 한 것은 아니다."
하니, 육조와 대간(臺諫)에서 모두 황송하고 두려워하여 말하였다.
"성상의 하교(下敎)는 신 등이 차마 들을 것이 아닙니다. 청컨대, 이것을 가지고 염려하지 마소서. 이것은 바로 하늘에 응하고 사람에게 따른 것인데, 어찌하여 천심(天心)에 합(合)하지 아니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1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196]토룡(土龍) : 흙으로 빚어 만든 용(龍). 옛날 서울의 5방 위에 5방 토룡(五方土龍)을 각각 만들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음.
○庚戌/禱雨于中外諸神。 聚巫于雩祀壇祈雨, 三角山、木覓、漢江、風雲雷雨、山川城隍之神竝行祈禱, 又分遣香祝于各道嶽海瀆山川之神。 初, 傳旨曰: "土龍造於甲乙日, 古制也。 往者, 禮曹詳定, 不以甲乙日造龍, 乃祭於甲乙日, 實違古制。 雖是遷官, 竝追劾論罪。" 至是, 禮曹依《文獻通考》 《山堂考索》, 詳定啓聞, 從之。 傳敎六曹、臺諫曰: "旱乾之故, 深思所以, 無他, 但戊寅、庚辰、壬午之事, 有乖於父子兄弟之道, 然亦天使然也, 非予之所樂爲也。" 六曹、臺諫皆惶懼曰: "上敎非臣等之所忍聞, 請勿以此爲慮。 是乃應天順人也, 何不合天心之有?"
- 【태백산사고본】 14책 31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15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