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성의 수축을 정지하고 먼저 김제군의 벽골제를 쌓게 하다
명하여 김제군(金堤郡) 벽골제(碧骨堤)를 쌓았다. 전라도 도관찰사(全羅道都觀察使) 박습(朴習)이 아뢰었다.
"성곽은 봉수(封守)219) 를 견고히 하고 외모(外侮)를 막는 것이고, 제방(堤坊)은 수택(水澤)을 저축하고 관개(灌漑)를 통하게 하는 것이니, 실로 환난에 대비하고 가뭄을 구제하는 좋은 계책이므로 모두 폐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토공(土功)을 일으키고 민력(民力)을 쓰는 것은, 먼저 사세(事勢)의 완급을 살피어 때맞게 조처한 뒤에야 일이 쉽게 이루어지고, 백성의 원망이 없는 것입니다. 요즈음 병조·호조의 청으로 인하여 김제군 벽골제와 연해(沿海) 3읍(邑)의 성을 수축할 일로 이미 교지를 내리었으니, 가을걷이를 한 뒤를 기다려서 마땅히 아울러 영축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주군(州郡)에 순행하여 두루 그 땅을 살펴 보니, 장흥(長興)·고흥(高興)·광양(光陽) 3읍(邑)의 땅이 모두 바닷가에 있어 왜구가 배를 대는 곳인데, 전일에 설치한 성이 모두 좁고 나무를 세워 진흙으로 발랐으므로, 세월이 오래 되니 기울고 무너진 것이 심하고, 혹은 샘과 우물이 없습니다. 하물며, 지금 왜선 수십 척이 몰래 여러 섬에 의지하여 틈을 엿보고 있으니, 만일 불우의 변이 있으면, 신은 후회해도 미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지리(地理)를 살피고 형세를 살피어 성을 쌓고 못을 파서 봉수(封守)를 견고히 하여 우리 생민(生民)을 보전하는 것이 참으로 오늘의 급무입니다. 만일 도내의 제언(堤堰)이라면 모두 이미 수축하였을 것입니다. 고부(古阜)의 눌지(訥池)는 신이 친히 살펴 보니, 저수한 땅은 얕거나 깊고, 제방 아래의 밭은 지세가 높아서 물을 끌어 관개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비록 많이 저수하여도 쓸 데가 없습니다. 오직 김제(金堤)의 벽골제(碧骨堤)는 신도 또한 한 번 가서 보았는데, 그 뚝을 쌓은 곳이 길이가 7천 1백 96척이고 넓이가 50척이며, 수문이 네 군데인데, 가운데 세 곳은 모두 돌기둥을 세웠고 뚝 위의 저수한 곳이 거의 일식(一息)이나 되고, 뚝 아래의 묵은 땅이 광활하기가 제(堤)의 3배나 됩니다. 지금 농사일이 한참이어서 두루 볼 수 없으니, 농극(農隙)을 기다렸다가 상하의 형세를 살펴 보아 다시 계문(啓聞)하겠습니다. 오직 3읍의 성은 반드시 영축(營築)하여야 하고, 이 벽골제를 쌓는 것은 한 때에 아울러 시작하면 백성의 힘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신은 생각건대, 먼저 성보(城堡)를 쌓아 봉수(封守)를 견고히 하고 뒤에 제언(堤堰)을 수축하여 관개(灌漑)를 갖추면, 거의 사기(事機)가 둘 다 얻어져서 실패가 없을 것입니다."
명하여 세 성을 수축하는 것은 아직 정지하고 먼저 벽골제(碧骨堤)를 쌓으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3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책 79면
- 【분류】농업-수리(水利) / 군사-관방(關防) / 외교-왜(倭)
- [註 219]봉수(封守) : 땅을 지키는 것.
○命築金堤郡 碧骨堤。 全羅道都觀察使朴習啓曰: "城郭所以固封守、禦外侮; 堤防所以貯水澤、通灌漑, 實備患、救旱之良策, 皆不可廢。 然興土功, 用民力, 須先審事勢之緩急而時措之, 然後事易成而民無怨矣。 比者, 因兵曹、戶曹之請, 而金堤郡 碧骨堤與沿海三邑城子修築之事, 已下敎旨, 候西成之後, 當幷營築, 故臣巡行州郡, 遍察其地。 長興、高興、光陽三邑, 地皆濱海, 而倭寇泊船之處也。 前日所置城子, 皆隘窄, 立木泥塗, 歲月旣久, 傾頹已甚, 或無泉井, 矧今倭船數十隻潛依諸島, 窺覘間隙, 如有不虞之變, 則臣竊恐噬臍無及矣。 相地理審形勢, 築城鑿池, 固其封守, 保我生民, 誠今日之急務也。
若道內堤堰, 皆已修築矣。 古阜 訥池, 臣親審之, 蓄水之地低深, 堤下之田勢高, 難於引水灌漑。 然則雖多貯水, 無所用也。 唯金堤 碧骨之堤, 臣亦一至而觀之, 其所築處長七千一百九十六尺, 廣五十尺, 渠門四處, 而中三處皆立石柱。 堤上水貯處, 幾至一息, 堤下陳地之遼廣, 三倍於堤。 今農務方殷, 未可遍觀, 待農隙審觀上下之形勢, 更將啓聞。 唯三邑之城, 必須營築, 若此碧骨之築, 一時竝擧, 則民力難堪。 臣以爲, 先築城堡, 以固封守, 後修堤堰, 以備灌漑, 則庶事機, 兩得而無失矣。" 命三城修築姑且停之, 先築碧骨堤。
- 【태백산사고본】 13책 3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2책 79면
- 【분류】농업-수리(水利) / 군사-관방(關防)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