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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29권, 태종 15년 4월 13일 경진 5번째기사 1415년 명 영락(永樂) 13년

사헌부 대사헌 이은이 수령·비첩 소생·보충군에 대해 상소하다

사헌부 대사헌 이은(李垠) 등이 상소하였다.

"1. 수령(守令)은 백성에게 가까운 직책이니 마땅히 정선(精選)을 더하여야 합니다. 근자에 탑용(闒茸)073) 한 무리가 간혹 인연(夤緣)하여 모람되게 사진(仕進)되고, 또 해마다 도목(都目) 때에 별와요(別瓦窯)·동서요(東西窯), 내시 다방(內侍茶房) 각 성중관(成衆官)과 제 도감(諸都監)의 각색 원리(員吏)를 재주가 있고 없음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다 제수(除授)하기 때문에, 그 직책에 맞지 아니하여 정치가 아름답지 못하니, 실로 미편합니다. 빌건대, 위의 항의 인원들을 경직(京職)에 제수하고, 그 중에서 재품(才品)이 특이하여 여러 사람이 다 함께 아는 자만 수령으로 제수하게 허락하소서.

1. 대소 신료(臣僚)의 비첩(婢妾) 소생은 한품 수직(限品受職)하도록 허용한 것은 전조(前朝)의 제도에 자세합니다. 비첩 소생(婢妾所生)은 그 자기의 역(役)만을 면제하는 데 그치고, 그 손자(孫子)들을 추고(推考)하여 환천(還賤)시켜 사용하며, 직책을 주어서 조정의 반열(班列)에 섞이지 못하게 하고, 그 중에서 공사(公私) 천구(賤口)로서 특별히 공적(功績)을 세운 자는 특지(特旨)로써 천인(賤人)을 면제하여 한품 수직(限品受職) 하였습니다. 개국(開國)한 이래로 태조(太祖)는 위의 항(項)의 소생들을 영원히 양민을 만들어 주고, 본손(本孫)으로 하여금 강제로 명령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은혜가 지극히 두터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들이 조정의 반열에 섞일 것을 염려하여 사재감(司宰監)의 수군(水軍)에 정속(定屬)시키도록 《육전(六典)》에 실려 있어 성헌(成憲)이 되었습니다. 만약 한품 수직(限品受職)한다면 그 부형(父兄)은 골육(骨肉)의 사사로운 사랑 때문에 촉탁(囑托)하여 벼슬을 받게 되고, 조사(朝士)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이 섞이게 될 것입니다. 윗 항(項)들의 천구(賤口)들이 또한 국가의 깊은 은혜를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불령(不逞)한 계책을 내어 본주인(本主人)을 해하려고 꾀하는 자도 간혹 있을 것입니다. 또 이러한 풍습이 한 번 일어나게 되면, 사람들이 귀천(貴賤)을 물론하고 모두 비첩(婢妾)의 사랑에 빠지게 되어, 선비의 기풍이 음란[淫靡]해질 것입니다. 빌건대, 윗 항(項)의 1품 이하 각품의 비첩 소생들에게 한품 수직(限品授職)하지 말도록 하고, 한결같이 태조가 만든 법에 따라 영구히 양민으로 만들어 모조리 사재감(司宰監)과 수군(水軍)에 소속시켜 조정의 반열을 맑게 하소서.

1. 병조(兵曹)의 수교(受敎) 내에 ‘칭간칭척(稱干稱尺)이라 하는 자는 모조리 보충군(補充軍)에 소속시키라.’ 하였으나, 간척(干尺)이란 것은 전조(前朝)의 제도에 역천 신량(役賤身良)074) 으로 적(籍)에 올려서 역(役)을 정하여 조정의 반열에 통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지금 만약 이들을 보충군에 소속시키게 되면, 서반(西班)의 대장(隊長)과 대부(隊副)의 직책을 받게 되어 그 실마리가 벌써 열리게 되니, 실로 미편(未便)합니다. 또 외방의 주군(州郡)에서도 간척인(干尺人)들을 역사(役使)시키고 있으니, 지금 주군으로 하여금 정군(正軍) 1천 명에 봉족(奉足) 2천명을 청하게 하는 것도 어려우니, 원컨대, 윗 항의 간척들을 보충군에 소속시키지 말고, 전역(前役)에 환속(還屬)시켜 주(州)·군(郡)을 실(實)하게 하소서.

1. 예·의·염·치(禮義廉恥)는 국가의 사유(四維)입니다. 국가가 창립되면 법제(法制)를 닦고 밝혀 백성의 풍습[民風]을 교화하므로, 선비의 습속[士習]이 환연(煥然)하게 일신(一新)됩니다. 그러나, 어쩌다가 용렬(庸劣)한 무리가 그 틈을 타서 모진(冒進)하여 탐욕[貪墨]을 자행해서 우리 성조(盛朝)의 청렴하고 깨끗한 기풍에 누(累)를 끼치니, 진실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원하건대, 이제부터는 대소 인민으로 만약 불법 탐오하거나 사풍(士風)을 무너뜨리는 자가 있을 것 같으면 가벼이 용서하지 말고 율문(律文)에 따라 시행하여 그 죄를 엄히 징계하고, 외방으로 물리쳐서 영구히 서용하지 말아서, 염치를 격려하고 사풍을 바로잡으소서.

1. 겸하여 듣[兼聽]고 넓게 받아들이[廣納]는 것은 인주(人主)의 대덕(大德)입니다. 전하가 친히 만기(萬機)를 결단(決斷)하여 옹폐(壅蔽)됨이 없게 하는 것은 실로 당(唐)·우(虞)의 눈을 밝게 하며 들음을 사무치게 하였던 아름다운 뜻입니다. 그 중에서도 대소 인원(人員)으로 혹은 자신의 죄를 면할까 엿보며, 혹은 사욕(私慾)을 이루려고 도모하여 범람하게 글을 올려 시비(是非)를 뒤바꾸어 청청(淸聽)을 속이려는 자가 가끔 있으니, 군신(君臣)의 근엄(謹嚴)한 도리를 어그러뜨릴 뿐 아니라, 특히 신하가 되어 임금을 공경하는 뜻이 없다고 하여야겠습니다. 빌건대, 이제부터는 무릇 상서(上書)하여 계문(啓聞)한 뒤에는 그것이 옳고 그름을 상고하여, 그 말한 바가 마땅하면 즉시 시행하여 옹폐된 것을 열어 놓고, 만약 위의 항(項)의 자기 죄를 면하려고 엿보거나 자기 욕심을 이루려고 꾀하는 자가 있다면, 모조리 본부(本府)에 내려 그 죄를 국문케 하여 간악하고 음험한 신하를 징계하고, 임금과 신하의 분수를 엄하게 하소서."

임금이 이 글을 보고 말하였다.

"이 끝의 조항은 근래에 대간(臺諫)들이 많이 착오로 인하여 파면을 당했기 때문에 그 신소(申訴)하는 것을 싫어하는 자를 말한 것이다. 이것은 언로(言路)를 막아 하정(下情)을 상달(上達)할 수 없게 하려고 함이니, 대원(臺員)의 청(請)이 아니다."

곧 장령(掌令) 정지당(鄭之唐)을 불러 묻기를,

"자기의 욕심을 이루려 꾀하고 자기의 죄를 면하려고 엿본다는 사람은 누구이냐?"

하니, 정지당이 대답하기를,

"홍여방(洪汝方)민약손(閔若孫)의 상서(上書)는 바로 자기의 죄를 면하려고 엿보는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묻기를,

"자기 욕심을 이루려 꾀한 자는 누구냐?"

하니, 정지당이 대답하기를,

"본래 범칭(汎稱)하여 말한 것이며 누구라고 지적한 것은 아닙니다."

하였다. 임금이 노하여 상소를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려보내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9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8면
  • 【분류】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군사-지방군(地方軍)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

  • [註 073]
    탑용(闒茸) : 용렬하고 둔하고 어리석음.
  • [註 074]
    역천 신량(役賤身良) : 신역(身役)은 천하나 신분(身分)은 양인(良人)이란 뜻.

○司憲府大司憲李垠等上疏:

一, 守令近民之職, 宜加精選。 近因闒茸之徒或夤緣冒進, 又於每歲都目, 別瓦窰、東西窰、內侍茶房各成衆官及諸都監各色員吏不分才否, 竝皆除授, 故不能稱職, 政治不美, 實爲未便。 乞令上項人員授以京職, 其中才品特異, 衆所共知者, 許除守令。

一, 大小臣僚婢妾所生, 許令限品受職。 竊詳前朝之制, 婢妾所生, 止放己役, 推考其孫, 還賤使用, 不使授職, 混雜朝班。 其中公私賤口, 特立功績者, 特旨免賤, 限品授職。 開國以來, 太祖以上項所生, 永放爲良, 使本孫不得勒令使用, 恩至渥也。 然猶慮其混於朝班, 定屬司宰水軍, 載在《六典》, 以爲成憲。 若令限品受職, 則父兄以骨肉私愛, 囑托受官, 比肩朝士, 貴賤混殽。 上項賤口, 亦將不念國家深恩, 反生不逞之計, 謀害本主者, 容或有之。 且此風一起, 人無貴賤, 皆將溺愛婢妾, 士風淫靡。 乞將上項一品以下各品婢妾所生, 勿令限品授職, 一依太祖成憲, 永放爲良, 悉屬司宰水軍, 以淸朝列。

一, 兵曹受敎內, 以稱干稱尺者, 悉屬補充軍。 然干尺者, 前朝之制, 以役賤身良, 付籍定役, 使不通於朝班。 今也屬補充軍, 則受西班隊長、隊副之職, 其端已開, 實爲未便。 且外方州郡以干尺人等役使之, 今令州郡於正軍一千名, 定奉足二千名, 亦且難矣。 願上項干尺, 勿屬補充軍, 還屬前役, 以實州郡。

一, 禮義廉恥, 國之四維。 國家創立法制, 修明敎化, 民風士習, 煥然一新。 然或有庸劣之徒, 乘間冒進, 恣行貪墨, 累我盛朝廉淨之風, 良可痛心。 願自今大小人民如有貪汚不法, 敗毁士風者, 毋輕赦宥, 依律施行, 痛懲其罪, 屛之外方, 永不敍用, 以激廉恥, 以正士風。

一, 兼聽廣納, 人主之大德。 殿下親斷萬機, 俾無壅蔽, 實明目達聰之美意。 其中大小人員, 或窺免身罪, 或圖濟己欲, 汎濫上書, 轉換是非, 欺罔淸聽者, 比比有之。 不唯有乖君臣謹嚴之道, 殊無爲臣敬上之意。 乞自今凡所上書啓聞之後, 考其是非, 所言中則卽令施行, 以決壅蔽, 如有上項窺免己罪, 圖濟己欲者, 悉下本府, 鞫問其罪, 以懲奸險之臣, 以嚴君臣之分。

上覽之曰: "此末條, 近來臺諫多以錯誤見罷, 惡其申訴者云耳。 是欲防言路, 使下情不得上達, 非臺員之請也。" 乃召掌令鄭之唐問: "圖濟己欲, 窺免己罪者爲誰?" 之唐對曰: "洪汝方閔若孫之上書, 乃窺免己罪者也。" 又問: "圖濟己欲者爲誰?" 之唐對以本自汎稱, 不是指點爲某, 上怒, 留中不下。


  • 【태백산사고본】 13책 29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8면
  • 【분류】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人事) / 군사-지방군(地方軍) / 신분-천인(賤人) / 윤리(倫理)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