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민생이 경사에서 돌아와 권비 살인 사건에 대한 황제의 지시문을 전하다
즉 여씨(呂氏)의 어미와 친족(親族)을 의금부(義禁府)에 가두라고 명하였다. 윤자당(尹子當)의 통사(通事) 원민생(元閔生)이 경사(京師)291) 에서 돌아와서 아뢰었다.
"6월 초4일에 황제가 친정(親征)하여 북방(北方)을 평정하고 8월 초1일에 이르러 북경(北京)에 하연(下輦)292) 하여 천하(天下)에 포고(布告)하였습니다."
이어서 전사(傳寫)한 조서(詔書)를 바쳤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봉천 승운(奉天承運) 황제는 조칙(詔勅)한다. 짐(朕)이 삼가 천명(天命)을 받들고 중국과 오랑캐를 어루만지고 어거하여 오로지 평안하게 다스려서 모두 그 살 곳을 얻도록 하고자 하였다. 와라(瓦刺)293) 의 간사한 오랑캐가 궁벽하고 거치른 땅에 치우쳐 있으면서 그 더러운 무리와 더불어 해마다 서로 공격하고 살륙한 결과 패망(敗亡)하고 실몰(失沒)하여 남은 자는 거의 없는 형편이었다. 짐(朕)이 즉위 하던 처음에 무마(撫摩)하고 존휼(存恤)하여 봉작(封爵)을 주었으므로 수년 이래로 조정(朝廷)에 의지하여 비로소 휴식(休息)을 얻었으나 오합(烏合)이 무리를 이루어 곧 다시 교만하고 방자하여 은덕(恩德)을 저버리고 신의(信義)를 어기고 마음대로 임금을 죽이거나 세우고, 사신(使臣)을 붙잡아 죽이고 변경(邊境)을 침요(侵擾)하여, 개·돼지나 승냥이·이리처럼 탐욕하기가 끝이 없고 스스로 세력이 커지기를 넘겨다보았다. 짐(朕)이 부득이 몸소 육군(六軍)294) 을 거느리고 이를 토벌하여 살리겁아(撒里怯兒)의 땅에 이르니, 적병(賊兵)이 내습하므로 싸워서 일격에 이를 패주(敗走)시켰다. 추격하여 토라하(土剌河)에 이르니, 적수(賊首) 답리파(答里巴)·마합목(馬哈木)·대평(大平)·파독발라(把禿孛羅)가 그 지혜와 능력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경을 휩쓸고 왔는데, 병인(兵刃)을 겨우 맞대자 마치 마른 나무가 꺾어지고 썩은 나무가 쓰러지듯이 하였다. 추격하여 가서 북변(北邊)으로 쫓아내고 그 명왕(名王) 이하 수천 인을 살륙하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참괵(斬馘)295) 하니, 나머지 오랑캐는 밤에 도망하였다. 드디어 군사를 돌이켜 돌아왔는데, 오다가 음마하(飮馬河)에 이르니, 화령왕(和寧王) 아로태(阿魯台)가 그 추장(酋長)을 보내어 그 무리를 이끌고 군문(軍門)에 나아와서 정성을 다하고 충성을 바치므로 반측(反側)하던 무리를 안정시킨 다음에 위로하여 권면하고 위무하여 안집(安輯)시켜 부락(部落)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아아! 천위(天威)를 봉행(奉行)하여 멀리 떨어진 북변(北邊)에서 비린내 나는 더러운 오랑캐들을 쓸어버리고 편안하게 진정시켜 귀순하고 귀부하게 하였다. 은혜(恩惠)를 먼 저방의 사람에게 베풀어, 중국(中國)으로 하여금 전수(轉輸)의 노고를 없애고, 변경에 봉화(烽火)의 경보(警報)를 없애게 하였다. 그러므로 이에 조직하여 보여서 모두 들어서 알도록 하는 것이다."
원민생(元閔生)이 선유(宣諭)한 성지(聖旨)를 받들어 전(傳)하였다.
"황후(皇后)가 죽은 뒤에 권비(權妃) 【즉 현인비(顯仁妃)이다.】 에게 명하여 육궁(六宮)296) 의 일을 맡아 보게 하였었다. 마침 저 즉 여가(呂家) 【즉 여미인(呂美人)이다.】 가 권씨(權氏)에게 대면(對面)하여 말하기를, ‘자손(子孫)이 있는 황후가 죽었으니, 네가 맡아 보는 것이 몇 개월이나 가겠느냐.’ 하여, 이처럼 무례하였었다. 우리 이곳 내관(內官) 두 놈이 고려(高麗)의 내관(內官) 김득(金得)·김양(金良) 등 저들 네 놈과 실형제(實兄弟)와 같았는데, 한 놈이 은장(銀匠)집 안에서 비상(砒礵)을 빌어다가 즉 여가(呂家)에게 주었다. 영락(永樂) 8년간에 남경(南京)으로 돌아갈 때 양향(良鄕)에 이르러 그 비상(砒礵)을 가지고 갈아서 가루를 만들어 호도차[胡桃茶] 안에 집어넣어, 권씨(權氏)에게 주어 먹여서 죽였다. 당초에는 내가 이러한 연고를 알지 못하였는데, 지난해 양가(兩家)의 노비(奴婢)가 욕하고 싸울 때에 권비(權妃) 노비(奴婢)가 즉 여가(呂家) 노비(奴婢)에게 말하기를, ‘너희의 사장(使長)297) 이 약을 먹여 우리의 비자(妃子)를 죽였다.’고 하였으므로, 이때에서야 겨우 알았다. 사건의 경위를 묻고 꾸짖으니, 과연 그러하였으므로, 저 몇 놈의 내관(內官)과 은장(銀匠)을 모두 죽였고, 여가(呂家)는 곧 낙형(烙刑)에 처하였는데, 낙형한 지 1개월 만에 죽었다.298) 네가 가리(家里)에 돌아 가거든 이러한 연고를 자세히 말하라. 권영균(權永均)에게 알리고 즉 여가(呂家)의 어버이에게 말하고서, 다시 뒷날 쉬었다가 오도록 하라."
임금이 즉시 의정부와 육조(六曹)를 불러서 의논하고, 이러한 명령이 있었던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7면
- 【분류】외교-명(明) / 사법-행형(行刑) / 변란(變亂)
- [註 291]경사(京師) : 명나라 서울.
- [註 292]
하연(下輦) : 연(輦)에서 내림. 곧 도착하였다는 뜻.- [註 293]
와라(瓦刺) : 몽고(蒙古)의 오이랏트(Oilat)부.- [註 294]
육군(六軍) : 천자(天子)가 거느리는 7만 5천 명의 군대를 말하는데, 1군(軍)은 1만 2천 5백 명임. 《주례(周禮)》에 "무릇 군사를 거느리는 법은 1만 2천 5백 인을 1군(軍)으로 하여, 국왕(國王)은 6군(軍)을, 대국(大國)은 3군(軍)을, 차국(次國)은 2군(軍)을, 소국(小國)은 1군(軍)을 다스린다."고 하였음.- [註 295]
참괵(斬馘) : 적을 목 베고 귀를 짜름.- [註 296]
육궁(六宮) : 황후(皇后)의 궁중(宮中)을 말함. 원래 6궁(宮)은 정침(正寢)이 하나, 연침(燕寢)이 다섯인데, 정침은 노침(路寢)이라 하여 앞에 있고, 연침은 소침(小寢)이라 하여 뒤에 있었음. 《예기(禮記)》에, "옛날 천자(天子)의 후(后)는 6궁(六宮)·3부인(三夫人)·9빈(九嬪)·27세부(二十七世婦)·81어처(八十一御妻)를 세웠다."고 하였음.- [註 297]
사장(使長) : 사역시키는 주인 어른.- [註 298]
여가(呂家)는 곧 낙형(烙刑)에 처하였는데, 낙형한 지 1개월 만에 죽었다. : 중국 명(明)나라 영락(永樂) 12년(1414)에 중국 상인(商人)의 딸 여씨(呂氏)가 궁중에 들어와 우리 나라 여씨(呂氏)와 동성(同姓)이라 하여 동성 연애를 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으니, 상인의 딸 여씨가 감정을 품고 권비(權妃)가 졸(卒)한 것은 여씨가 독약을 차[茶]에 탄 까닭이라고 무고하였던 사건. 이 사건을 어여(魚呂)의 난(亂)이라고도 함.○己丑/命囚呂氏之母與親族于義禁府。 尹子當通事元閔生回自京師啓曰: "六月初四日, 皇帝親征, 平定北方, 至八月初一日, 下輦于北京, 布告天下。" 仍進傳寫詔書。 其文曰:
奉天承運皇帝詔曰: 朕祇奉天命, 撫馭華夷, 惟欲乂安, 咸得其所。 瓦剌黠虜, 僻在窮荒, 與其醜類歲相攻殺, 敗亡喪沒, 存者無幾。 朕卽位之初, 撫摩存恤, 授以封爵。 數年以來, 憑仗朝廷, 始得休息, 烏合爲群, 卽復驕恣, 辜德負恩, 背違信義, 擅自弑立, 執殺使臣, 侵擾邊境, 犬豕豺狼, 貪欲無厭, 覬覦自大。 朕不得已, 躬率六軍以討之, 至撒里怯兒之地, 賊兵來迎, 戰一鼓而敗之, 追至土剌河, 賊首答里巴、馬哈木、大平、把禿孛羅不度智能, 掃境而來, 兵刃才交, 如摧枯振朽, 追奔逐北, 殺戮其名王以下數千人, 斬馘無算, 餘虜宵遁。 遂班師而還, 歸至飮馬河, 和寧王、阿魯台遣其酋長, 率衆詣軍門來, 推誠待納, 以安反側, 勞來撫輯, 令回部落。 嗚呼! 奉行天威, 掃腥膻於絶塞; 綏寧順附, 覃恩惠於遠人, 俾中國靡轉輸之勞, 邊境無(峰)〔烽〕 火之警。 故玆詔示, 咸使聞知。
閔生奉傳宣諭聖旨:
皇后沒了之後, 敎權妃 【卽顯仁妃】 管六宮。 的事來這呂家 【卽呂美人】 和權氏對面說道: "有子孫的皇后, 也死了, 爾管得幾箇月?" 這般無禮。 我這里內官二箇和爾高麗內官金得、金良, 他這四箇, 做實弟兄, 一箇銀匠家裏, 借砒礵與這呂家。 永樂八年間, 回南京去時, 到良鄕把那砒礵, 硏造末子, 胡桃茶裏頭下了, 與權氏喫殺了。 當初我不知這箇緣故, 去年兩家奴婢肆罵時節, 權妃奴婢和呂家奴婢根底說道: "爾的使長, 藥殺我的妃子。" 這般時纔知道了, 問出來呵果然。 這幾箇內官銀匠都殺了, 呂家便著烙銕, 烙一箇月殺了。 爾回到家里, 這箇緣故備細說的知道。 和權永均根底, 也說呂家親的, 再後休著他來。
上卽召議政府、六曹議之, 乃有是命。
- 【태백산사고본】 12책 2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7면
- 【분류】외교-명(明) / 사법-행형(行刑) / 변란(變亂)
- [註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