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을 일본국에 보내고 《대반야경》을 규주에게 주다
《대장경(大藏經)》을 일본국(日本國)에 보내고, 《대반야경(大般若經)》을 규주(圭籌)에게 내려 주었다. 처음에 임금이 대언(代言) 등에게 이르기를,
"일본 국왕이 《대장경》을 구하니, 경판(經板)을 보내 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우리 나라에 경판(經板)이 적지 않으니 보내 준들 무엇이 해롭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경외(京外)에 경판(經板)의 숫자를 헤아려서 아뢰도록 하라."
하고, 또 말하였다.
"이제 일본에서 《대장경》을 청하니, 이미 이루어진 물건을 다 보내도록 하는 것은 미편하다. 만약 경판을 보낸다면 뒤에 비록 다시 청하더라도 막을 수 있는 말이 있게 된다."
"일본 사신이 왕래하는 것은 불법(佛法)을 구하기 위한 것이니, 만약 경판(經板)을 보낸다면 다시 오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다만 우리 지경을 침범하지만 않는다면 반드시 사자(使者)를 통래할 것도 아니다."
예조에서 경(經)과 종(鍾)을 주지 않고자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무릇 사람이 경(經)을 박는 것은 단지 구복(求福)하자는 것이다. 저 일본의 풍속은 불법(佛法)을 숭상하니, 만약 이 경(經)을 가지고 나라로 돌아간다면 그 존신(尊信)이 여기에 있는 것보다 배(倍)나 될 것이므로, 경(經)이 비록 있지 않더라도 복(福)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종(鍾)이라면 폐사(廢寺)에서 구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때에 이르러 임금이 광연루(廣延樓)에 나아가서 규주(圭籌) 등 네 중을 인견(引見)하고 말하였다.
"너희 나라 왕이 교린(交隣)에 돈독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더위를 무릅쓰고 바다를 건너 오게 하니, 내가 심히 가상하게 여긴다. 돌아가서 너희 왕에게 고하라."
규주 등이 고두(叩頭)하였다. 임금이,
"무더위가 한창 혹심하니, 우선 머물도록 하라."
하니, 규주가,
"노승(老僧)은 귀국(貴國)을 번거롭게 할까 두렵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웃 나라 사신(使臣)이 비록 오래 머물더라도 무엇이 번거로울 게 있겠는가?"
하니 규주가,
"우리 왕이 선군(先君)의 뜻을 이어 《대장경(大藏經)》·《대반야경(大般若經)》을 열람하고자 합니다. 신은 하사(下賜) 받아서 우리 왕에게 바치기를 원합니다."
하고, 이어서 상서(上書)하여 《대반야경》을 청하였다. 임금이,
"이 경(經)은 우리 나라에도 또한 희소하다. 널리 구해야 내려 줄 수 있다."
하고, 이어서 예조에 명하여 여흥(驪興) 신륵사(神勒寺)에 소장된 《대장경》 전부를 일본 국왕(日本國王)에 보내고, 영산(寧山) 임내(任內) 풍세현(豊歲縣) 광덕사(廣德寺)에 소장된 《대반야경》 전부를 규주에게 내려 주게 하였다. 규주 등은 《대반야경》을 구하여 이미 사여(賜與)함을 받았는데도 오히려 미족(未足)하게 여겨서, 이에 평도전(平道全)과 말하였다.
"임금이 이미 여러 경(經)을 내려 주셨지만, 그러나 봉행(奉行)하는 자가 즐겨 용심(用心)하지 않는다."
평도전이 아뢰니, 임금이 말하였다.
"네가 우리 나라에 벼슬하고 있으니, 군신(君臣)의 예를 조금 알 것이다. 내 말을 밝게 들어라. 일본 국왕이 빙문(聘問)의 예(禮)를 닦으니, 내가 그 청을 따라서 여러 경(經)을 갖추 보내는 것이다. 이제 사명(使命)을 받들고 온 중이 예의를 알지 못하고 노한 기색을 나타내는구나. 네가 상세히 말해 주라."
임금이 또 말하였다.
"일본 국왕이 위엄을 제도(諸島)에 미쳐서 구절(寇竊)197) 을 중지시키지 못하니, 다만 마땅히 내사(來使)를 우대할 뿐이다. 반드시 조관(朝官)을 보내어서 보빙(報聘)의 예(禮)를 닦을 필요가 없다."
이때에 전상(殿上)의 여러 신하들이 장사하는 왜인[商倭]이 낙역부절(絡繹不絶)하여 소요스러운 폐단과 조그만한 분한으로 말미암아 칼을 뽑아 사람을 찌르는 환(患)을 극력 말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나도 또한 이를 걱정한 지 오래이다. 지난번에 완산군(完山君)의 일은 위태롭지 않았던가? 조그마한 섬오랑캐[島夷]를 일거에 섬멸(殲滅)할 수 있다. 특별히 백성들을 움직이는 것을 무겁게 여겨서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8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7면
- 【분류】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
- [註 197]구절(寇竊) : 떼 지어 도둑질함.
○送《大藏經》于日本國, 賜《大般若經》于圭籌。 初, 上謂代言等曰: "日本國王求《大藏經》, 贈送經板何如?" 對曰: "我國經板不少, 送之何害!" 上曰: "京外經板, 計數以聞。" 上又曰: "今日本請《大藏經》, 已成之物盡令入送未便。 若送板子, 則後雖復請, 有言可執。" 淸城君 鄭擢曰: "日本使往來, 爲求佛法耳。 若送板子, 則恐不復來也。" 上曰: "只要不侵我境, 不須通使。" 禮曹欲不與經與鍾, 上曰: "凡人印經, 只要求福。 彼日本之俗, 崇尙佛法, 若持此經還國, 則其尊信倍於在此, 經雖不在, 福不滅也。 鍾則可求諸廢寺以與之。" 至是, 上御廣延樓, 引見圭籌等四僧曰: "爾國王爲篤交隣, 令爾等觸熱渡海而來, 予甚喜之, 歸告爾王。" 圭籌等叩頭, 上曰: "炎暑方酷, 姑留。" 圭籌曰: "老僧恐煩貴國。" 上曰: "隣國使臣雖久留, 何擾之有?" 圭籌曰: "吾王承先君之志, 欲閱《大藏》、《大般若經》。 臣願受賜, 以進吾王。" 仍上書, 私請《大般若經》, 上曰: "此經於吾國亦少, 可旁求以賜。" 仍命禮曹以驪興 神勒寺所藏《大藏經》全部, 送于日本國王; 寧山任內豐歲縣 廣德寺所藏《大般若經》全部, 賜圭籌。 圭籌等(等)求《大般若經》, 已蒙賜與, 猶以爲未足, 乃與平道全言曰: "上已賜諸經, 而奉行者不肯用心。" 道全以啓, 上曰: "爾仕于我國, 君臣之禮, 略知之矣, 明聽予言。 日本國王修其聘問之禮, 予從其請, 備送諸經。 今奉使僧不知禮義, 怒形于色, 爾其詳言之。" 上又曰: "日本國王不能使威行諸島, 以戢寇竊, 只宜優待來使而已, 不必遣朝官, 以修報禮。" 於是, 殿上諸臣, 極言商倭絡繹搔擾之弊及因睚眦拔劍剌人之患, 上曰: "予亦患此久矣。 向者完山君之事, 不其殆乎? 蕞爾島夷, 一擧可殲, 特重動民而隱忍耳。"
- 【태백산사고본】 12책 28권 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27면
- 【분류】외교-왜(倭)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