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직접 문과 급제에 정인지를 1등으로 뽑다
임헌(臨軒)055) 하여 문과 급제(文科及第)를 방방(放牓)056) 하였는데 정인지(鄭麟趾)가 제1등(第一等)이었다. 조서강(趙瑞康) 등을 복시(覆試)하는데, 영춘추관사(領春秋館事) 하윤(河崙)·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 정탁(鄭擢)·예조 판서(禮曹判書) 설미수(偰眉壽)에게 명하여 독권(讀卷)057) 하게 하였다. 하윤 등이 대책(對策) 3통[道]을 골라서 대언(代言) 탁신(卓愼)에게 주어서 바치면서,
"장원(壯元)은 신 등이 가히 정할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
하니, 임금이,
"세 시권(試券)의 잘 되고 못 된 등급은 어떠한가?"
하자, 탁신이 대답하였다.
"두 시권은 서로 비슷하고 하나의 시권은 조금 아래입니다."
임금이,
"내가 집는 것이 장원(壯元)이다."
하고 두 시권을 바치도록 하여 능숙한 솜씨로 그 하나를 잡으니 바로 정인지였다. 하윤이 헌의(獻議)하여 처음으로 을과(乙科) 3인을 고쳐서 을과(乙科) 제 1등 급제(第一等及第)로 하고, 병과(兵科) 7인을 을과(乙科) 제2등 진사(第二等進士)로 하고, 동진사(同進士)를 을과(乙科) 제3등 동진사(第三等同進士)로 하고, 은사(恩賜)를 은사 을과(恩賜乙科) 제 3등 동진사(第三等同進士)로 하였으니, 대개 원조(元朝)의 과거(科擧) 예를 본뜬 것이었다. 정인지를 예빈 주부(禮賓注簿)로 삼았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8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註 055]임헌(臨軒) : 임금이 직접 참석하여 관람하던 일.
- [註 056]
방방(放牓) :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증서를 주던 일. 문무과(文武科)는 붉은 종이로, 생원(生員)·진사(進士)는 흰 종이로 주었으므로 홍패(紅牌)·백패(白牌)라고 하였음.- [註 057]
독권(讀卷) : 시권(試券)을 읽음.○甲申/臨軒放文科及第牓, 以鄭麟趾爲第一。 覆試趙瑞康等, 命領春秋館事河崙、知春秋館事鄭擢、禮曹判書偰眉壽讀卷。 崙等選對策三道, 授代言卓愼以進曰: "狀元非臣等所可定也。" 上曰: "三卷工拙等乎?" 愼對曰: "二卷相等, 一卷差下。" 上曰: "予所執者, 狀元也。" 令進二卷, 信手執其一, 卽麟趾也。 崙獻議, 始改乙科三人爲乙科第一等及第, 丙科七人爲乙科第二等進士, 同進士爲乙科第三等同進士, 恩賜爲恩賜乙科第三等同進士, 蓋倣元朝科擧例也。 以麟趾爲禮賓注簿。
- 【태백산사고본】 12책 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8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註 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