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태종실록 26권, 태종 13년 12월 16일 신유 1번째기사 1413년 명 영락(永樂) 11년

대간에서 의정부를 혁파하고 육조에 업무이관시킬 것을 건의하다

의정부에 명하여 모두 직사에 나아가도록 하였다. 이 앞서 대간(臺諫)에서 천변(天變)을 가지고 상소하면서, 의정부(議政府)의 권병(權柄)이 크고 무거우므로 성심껏 봉국(奉國)하도록 할 것을 논하였다.

"공경(公卿)은 사(私)를 잊고 국상(國相)은 집[家]을 잊고서 처신하는 것이 가합니다. 만약 혹시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들이 나라를 그르치게 되는 것이 어찌 많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청컨대, 정부(政府)의 기무(機務)를 파하여 육조(六曹)에 돌리도록 하소서."

임금이 그 글을 정부에 보이니, 정부에서 물러가서 사진(仕進)하지 않았던 까닭으로 이러한 명령이 있었다. 하윤(河崙)이 예궐(詣闕)하여 대간의 말을 따르도록 청하였으나, 임금이 따르지 않았다. 이 앞서 대사헌 심온(沈溫)이 임금에게 말하였다.

"정부는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서무(庶務)를 총괄하면서 불법을 많이 행합니다. 만약 신의 말이 미덥지 않거든 정부에서 나날이 정사를 행한 문안(文案)을 검사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대개 하윤이 권력을 차지하여 오로지 독단하고 피혐(避嫌)하는 바가 없는 것을 미워하였기 때문이다. 대간에서 갖추 상소하여 정부를 혁파하도록 청하였는데, 그 대략은 이러하였다.

"도리를 논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음양(陰陽)을 섭리(燮理)하는 것이 정부(政府)의 직사입니다. 이제 친히 세세한 잡무까지 결재하니, 도리를 논하는 정치에서는 아직 듣지 못한 바입니다. 청컨대, 옛제도에 의방(依倣)하여 정부에는 삼공(三公)을 두고 육조(六曹)로 하여금 각각 그 직사를 이바지하게 하소서."

임금이 따르지 않았다. 정부에서 또 피혐(避嫌)하여 출사(出仕)하지 않으니, 임금이 명하였다.

"혐의스러워하지 말고 직사에 나오라."

정부에서 갖추 진언(進言)하였다.

"대간의 말은 위로 옛법을 좇고 또 시왕(時王)의 제도를 따른 것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을유 연간에도 이러한 의논이 있었으나, 심히 행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만약 가(可)하다고 생각하였다면, 마땅히 어제 조계(朝啓) 때에 면전에서 의논하여 그 가부를 정하였을 것이다. 그것을 의논하지 않은 것은 내가 하고자 아니하기 때문이다."

헌부(憲府)에서 정부(政府)의 이방 녹사(吏房錄事)를 탄핵하였는데, 이달 16일 아조(衙朝)에 분발(分發)441) 을 너무 늦게 한 것이 당상관(堂上官)들로 하여금 3엄(三嚴) 뒤에 예궐(詣闕)하도록 만든 까닭이라고 하였다. 대간(臺諫)에서 다시 상소하였는데, 정부에서 권력을 농간(弄奸)하여 나라를 병들게 하는 폐단을 논하고, 또 중국에서 중서성(中書省)을 혁파하고 육부(六部)에 오로지 위임하는 사례를 인용하였다. 임금이 말하였다.

"정부를 혁파한 뒤에 만일 사고가 있으면 누가 가히 서무(庶務)를 대리할 것인가? 근일에 뇌우(雷雨)의 재변(災變)이 정부에서 그 적임자를 얻지 못한 소치에서 비롯 되었다면 정부에 있는 자는 모두 이 적임자가 아닌가? 옛날 간신(諫臣)이 직언(直言)하여 홍양(弘羊)을 삶아 제사지내니 하늘에서 바로 비가 온 적이 있었다. 너희들은 어찌 그 적임자를 가르키지 않느냐? 고황제(高皇帝)442) 는 실로 고금 천하의 영주(英主)이므로 비록 중서성(中書省)이 없더라도 가(可)하지만, 나는 용렬하여 정부가 없는 것은 불가하다. 더군다나, 중국의 사신을 응대(應對)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육조(六曹)에서 아뢰었다.

"사신의 접대는 예조(禮曹)의 임무이니, 일을 폐(廢)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임금의 뜻도 이를 옳게 여겼으나, 오히려 드러내놓고 이를 혁파하자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때 하윤(河崙)이 권세를 농간하여 뇌물을 받는 일이 매우 많아 노예[臧獲]에게도 종종 매관(賣官)한다는 비난이 있었으므로, 대간에서 논란한 의도는 대개 여기에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700면
  • 【분류】
    외교-명(明)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과학-천기(天氣) / 역사-고사(故事)

  • [註 441]
    분발(分發) : 조보(朝報)에 주의 사항이 있을 때에 조보를 발행(發行)하기 전에 먼저 베껴서 관계되는 기관이나 관리에게 돌리던 일. 분발(分撥).
  • [註 442]
    고황제(高皇帝) : 명나라 주원장(朱元璋).

○辛酉/命議政府皆就職。 先是, 臺諫以天變, 上疏論: "議政府, 權柄太重, 使誠心奉國, 公耳忘私, 國耳忘家者, 處之可也。 如或不然, 其爲誤國, 不旣多乎? 請罷政府機務, 歸於六曹。" 上以其書示政府, 政府退而不仕, 故有是命。 河崙詣闕, 請從臺諫之言, 不從。 前此, 大司憲沈溫, 言於上曰: "政府領百官摠庶務, 多行非法。 若以臣言爲未信, 則以政府日日行事文案驗之, 則了然可知矣。" 蓋惡專權獨斷, 無所避嫌也。 臺諫俱上疏, 請罷政府, 其略曰: "論道經邦, 爕理陰陽, 政府之職也。 今親決細務, 其於論道, 未之聞也。 請倣古制, 政府則置三公, 令六曹各供其職。" 不從。 政府又避嫌不出。 上命曰: "毋嫌就職。" 政府俱進曰: "臺諫之言, 上遵古法, 且從時王之制, 不可不從。" 上曰: "乙酉年間有此議, 甚不可行。 予若以爲可, 則當於昨日朝啓, 面議可否以定, 其不議者, 予所不欲也。" 憲府劾政府吏房錄事, 以今月十六日衙朝, 遲晩分發, 致令堂上三嚴後詣闕故也。 臺諫復上疏論政府弄權病國之弊, 且引中國罷中書省, 專任六部之事, 上曰: "革政府後, 萬一有故, 則誰可代庶務者? 近日雷雨之變, 由於政府不得其人所致, 則爲政府者, 皆非其人歟? 古有諫臣直言: ‘烹弘羊, 天乃雨。’ 爾等何不指其人乎? 高皇帝, 實古今天下之英主, 雖無中書可也, 予則猥劣, 不可無政府也。 況應對上國使臣, 尤爲難也。" 六曹啓曰: "使臣接待, 禮曹之任, 可無廢事。" 上意然之, 猶未顯言革之也。 時河崙弄權受賂, 尤多於臧獲, 往往有賣官之譏, 臺諫之論, 意蓋在此。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4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700면
  • 【분류】
    외교-명(明)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과학-천기(天氣)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