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다시 왕거을오미를 주살하도록 청하다
삼성(三省)에서 다시 교장(交章)하여 왕거을오미(王巨乙吾未)를 주살(誅殺)하도록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소(疏)는 이러하였다.
"왕거을오미가 편민(編民)427) 에 섞여 살면서 오래도록 천주(天誅)를 면하였으므로, 신 등이 전일에 여러 차례 죄를 청하였습니다. 이제 교지(敎旨)를 받으니, 특별히 용서하라고 명령하시고, 또 그 정상을 알고 숨겨 준 자들도 또한 말감(末減)에 따르도록 하였습니다. 신 등은 그윽이 생각건대, 무뢰(無賴)하고 불령(不逞)한 무리가 시대마다 없는 때가 없고, 국가에 화변(禍變)이 닥쳐 오는 것도 또한 미리 알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재해(災害)를 요행스럽게 여기고 틈을 타서 당(黨)을 만들어 도적질을 하는 일이 있다거나, 혹은 속이고 유혹하다가 다른 나라 지경으로 도망하므로 인하여 흔단(釁端)이 생긴다면 진실로 염려할 만한 것입니다. 또 교지를 받으니, 전대(前代)의 후손을 죽여 없애는 것은 옛날에도 이러한 일이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신 등이 생각건대, 고금(古今)이 이치를 달리 하며 시세(時勢)가 사의(事宜)를 달리 합니다. 요(堯)임금·순(舜)임금이 읍양(揖讓)428) 하고 탕왕(湯王)·무왕(武王)이 정벌(征伐)한 것은 황제(皇帝)와 패왕(霸王)이 각각 시세에 따라서 그 폐단을 구한 것이니, 어찌 옛것에 얽매어 지금의 것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 나라는 조그마한 땅인데, 어찌 중국의 넓은 땅에서 빙탄(氷炭)이 상용(相容)하는 예와 비교하겠습니까? 또 변(變)이란 소홀한 데에서 생기고 사건이란 미세한 데에서 일어나는 것이 고금의 공통된 환(患)입니다. 오늘날 공사(供辭)에 연루되어 옥(獄)에 갇힌 자가 많은 것을 보니, 후일에 사람을 해치고 흔극(釁隙)을 일으킬 것을 대개 알만 합니다. 전하는 마침내 한 사람의 목숨만을 아끼고 어찌 막대한 중생(衆生)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태조(太祖)가 부득이 죽여 없앤 뜻을 몸받아서 이를 법대로 처치하시면 종사(宗社)에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삼성(三省)의 신료(臣僚)는 모두 사리를 아는 자들이다. 혁명(革命)한 뒤에도 오히려 전대의 후예(後裔)가 살아 있을까봐 두려워하여 모조리 죽여서 유종(遺種)을 없애는 것은, 이것은 용렬한 군주(君主)가 하는 짓이다. 내가 어찌 차마 하겠는가? 경 등은 나의 아름다운 뜻을 따르려 하지 않고 어찌 이처럼 번거롭게 구는가? 왕씨(王氏)의 유종(遺種)은 죄가 없는데 죽이는 것은 내 마음으로는 불가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미 결정되었으니 다시 진언(進言)하지 말라."
삼성(三省)에서 다시 김여지(金汝知)의 죄를 청하였으나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99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가족-성명(姓名)
○丙午朔/三省復交章, 請誅王巨乙吾未, 不許。 疏曰:
王巨乙吾未, 混作編民, 久稽天誅。 臣等前日累次請罪, 今蒙敎旨, 特令原免, 又其隱匿知情者, 亦從末減。 臣等竊念, 無賴不逞之徒, 無世無之, 國家禍變之來, 亦難前知。 儻有幸災乘釁, 結黨竊發, 或因誑惑, 逃奔他境, 以構釁端, 誠爲可慮。 又蒙敎旨: "殲夷前代之後, 古無此事。" 臣等以爲, 古今殊致, 時勢異宜。 堯、舜揖讓, 湯、武征伐, 皇帝王霸, 各因時勢, 以救其弊。 豈可泥古, 不諧於今? 況我國家, 一區壤土, 豈中國之廣, 氷炭相容之比乎? 且變生於忽, 事起於微, 古今之通患。 觀今日辭連繫獄之煩, 則後日之害人生釁, 蓋可知已。 殿下終惜一人之命, 獨不念莫大之衆乎? 伏望殿下, 體太祖不得已剪除之意, 置之於法, 宗社幸甚。
上曰: "三省臣僚, 皆識事理者也。 革命之後, 猶恐苗裔之存, 盡殲無遺, 此庸君之所爲, 予何忍之? 卿等不將順予美, 而何屑屑於此乎? 王氏遺種, 無罪而就誅, 予心以爲不可。 今已定矣, 勿復進言。" 三省復請金汝知之罪, 不從。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99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가족-성명(姓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