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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26권, 태종 13년 8월 15일 신유 2번째기사 1413년 명 영락(永樂) 11년

세자의 일로 서연을 정지시키다

세자 이사(世子貳師) 유창(劉敞)·빈객(賓客) 한상경(韓尙敬)·조용(趙庸)·변계량(卞季良) 등이 서연(書筵)의 관속(官屬)을 거느리고 예궐(詣闕)하여 아뢰었다.

"신 등이 재주가 없어서 능히 보도(輔導)하지 못하여 전하의 노여움을 일으키고, 세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며칠 동안 불식(不食)하였습니다. 또 이제 전하가 편찮아서 대소 신료(大小臣僚)가 분주히 기거(起居)를 문안드리지 아니함이 없는데 홀로 세자만이 문안을 드리지 않으니, 나라 사람들이 어떻다고 생각할는지 저으기 두렵습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세자의 불식(不食)은 그 분함을 이기지 못해서이니, 어찌 잘못을 뉘우침이 있다고 하겠느냐? 경 등은 모두 대체(大體)를 아는 자들이니, 한(漢)나라의 신하 사단(史丹)298) 의 말을 나타내어 그 허물을 면하고자 하나, 지금 세자의 허물은 그것과는 다르다. 전일에 나의 사인(使人)에게 이름을 묻고서, 이에 말하기를, ‘내가 이미 알았다’고 하였으니, 이는 어린아이의 말이 아니다. 옛날에 세자를 폐한 것은 모두 환관(宦官)이나 빈첩(嬪妾)의 참소로 말미암아서였다. 나는 이와는 다르다. 세자의 마음은 반드시 그 자리를 족히 믿고 있는 때문일 것이다. 만약 과연 뉘우치지 않는다면 종실(宗室)에 어찌 적당한 사람이 없겠는가? 지난번에 매와 개의 오락 때문에 문책을 당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었다. 이제 또 이와 같으니, 이것이 경 등이 가르친 효과이냐? 내가 장(杖)을 때려 그 죄를 바로잡으려 하나, 다만 그 은의(恩誼)를 상할까 두렵다. 경 등은 우선 물러가라."

드디어 서연(書筵)을 거두었다. 또 경승부(敬承府)의 원리(員吏)에서 명하여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김여지(金汝知)에게 명하였다.

"감히 세자의 일을 말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비상한 진노(震怒)가 있을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8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

  • [註 298]
    사단(史丹) : 한(漢)나라 원제(元帝) 때의 신하. 자는 군중(君仲). 원제가 황태자를 폐하자고 하자 이에 반대하였음.

○世子貳師劉敞、賓客韓尙敬趙庸卞季良等, 率書筵官屬, 詣闕啓曰: "臣等不才, 不能輔導, 以動殿下之威, 世子涕泣, 數日不食。 且今殿下未寧, 大小臣庶, 莫不奔問起居, 獨世子未獲問安, 竊恐國人以爲何如?" 上曰: "世子之不食, 不勝其憤也。 何悔過之有! 卿等皆知大體者也。 欲效史丹之辭, 以免其過, 今世子之過則異於彼。 前日問吾使人姓名, 乃曰: ‘我已知之。’ 此非幼兒之言也。 古有廢世子者, 皆由宦妾之訴, 我無是也。 世子之心, 必以其位爲足恃也。 若果不悛, 則宗室豈無其人乎? 往者, 以鷹犬之娛, 被責者數矣。 今又若是, 此卿等敎誨之效歟? 予欲杖之, 以正其罪, 但恐其傷恩也。 卿等姑退。" 遂輟書筵。 又令敬承府員吏皆歸家。 命金汝知曰: "敢有言世子之事者, 當有非常之怒。"


  • 【태백산사고본】 11책 26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83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