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우·이지숭·유정현의 고신에 서경할 것을 명하다
사간원에서 상소하니, 임금이 보고 불사르게 하였다. 사간원에서 이조 판서 이천우(李天祐), 판공안부사 이지숭(李之崇), 참찬의정부사 유정현(柳廷顯)의 고신을 서경하지 아니하고, 이어서 상소하였다.
"적첩(嫡妾)의 분별은 귀천(貴賤)을 가리고 존비(尊卑)를 달리 하는 까닭으로 어지럽힐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천우의 조모(祖母)와 이지숭의 조모는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나, 신 등이 듣건대 모두가 환왕(桓王)의 첩인데, 두 사람이 모두 왕실 친척이라 칭하여 지위가 1품에 이르렀으니, 어찌 명분을 어지럽힘이 없겠습니까? 하물며 이조(吏曹)는 백관(百官)의 장(長)이고, 정부는 일국의 중기[重]이라 마땅히 사람을 택하여 임명해야 하는데, 지금 이천우로 이조 판서를 삼고 그 매부 유정현으로 참찬의정부사를 삼으니, 어찌 이같은 무리로써 이 직임에 있게 함이 옳겠습니까? 만약에 ‘공이 있어 그들을 제수하였다.’한다면, 후일에 종친으로 다시 공을 세운 자가 있으면 장차 무엇으로 제수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종서(宗庶)을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조정의 현작(顯爵)을 제수한다면, 신 등은 후일에 본종(本宗)과 지서(支庶)가 다시 분별되지 못하고, 또한 존비(尊卑)가 서로 비등(比等)하여 능멸하거나 참람하는 폐단이 생길까 염려됩니다."
임금이 보고 불사르게 하고, 간원에 일렀다.
"다시는 여러 말 말고 속히 고신에 서경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69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甲子/司諫院上疏, 上覽而燒之。 司諫院不署吏曹判書李天祐、判恭安府事李之崇、參贊議政府事柳廷顯告身, 仍上疏曰:
嫡妾之分, 所以辨貴賤殊尊卑, 不可亂也。 天祐之祖母, 之崇之祖母, 不知何人也。 臣等聞皆是桓王之妾也, 而二人皆稱王室之親, 而位至一品, 無奈亂名分乎? 況吏曹, 百官之長; 政府, 一國之重, 當擇人而任之。 今以天祐爲吏曹判書, 其妹夫廷顯爲參贊議政府事。 豈可以若此之輩而居是任乎? 若曰有功而授之, 後日宗親, 更有立功者, 將何以授之耶? 如此不分宗庶, 而皆授朝廷顯爵, 則臣等恐後日本宗支庶, 不復辨矣, 且尊卑相等, 而凌僭之弊生矣。
上覽而燒之, 謂諫院曰: "勿復多言, 速署告身。"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69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