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의 건의로 전조의 유습인 과거(科擧)의 좌주·문생의 법을 혁파하다
처음으로 과거(科擧)의 좌주(座主)007) ·문생(門生)008) 의 법을 혁파하였다. 사헌부에서 상소하였다.
"과거를 설치하고 취사(取士)하여 임용에 대비함은 진실로 좋은 법이나, 법도 오래되면 폐단이 생깁니다. 전조가 쇠퇴하는 말엽에 이르러, 공거자(貢擧者)를 은문이라 일컫고, 중시자(中試者)009) 를 문생이라 일컬어, 국가에서 선비를 뽑는 뜻을 돌보지 아니하고, 사사로이 서로 비부(比附)하여 드디어 붕당이 되었으니, 그 폐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윽이 생각하건대, 우리 태조 성상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상경(常經)을 세우고 기강을 펴셨습니다. 전조(前朝)의 폐단을 다 혁파하고, 취사(取士)의 법을 일신(一新)하여 공정한 글터전[文地]을 택하시니, 대신이 지공거(知貢擧)·동지 공거(同知貢擧)가 되어 그 일을 관장하고, 예조·성균관원으로 하여금 함께 고시하게 하며, 또한 대간 1원도 참고(參考)하게 하여, 반드시 경서에 밝고 행실이 단정하며 덕·예가 있는 자를 뽑아 서명(書名)하여 아뢰었습니다. 전정(殿庭)에서 친시(親試)하여 출신패(出身牌)010) 를 내려 주고, 재주에 따라 임용하였으며, 또 문무의 도는 치우치거나 폐할 수 없는 까닭에 전하께서 무과를 설치하니, 그 선시(選試)의 법은 한결같이 문과에 의거하여 무관을 택하였습니다. 양부(兩府)011) 로써 감교(監校)·동감교(同監校)를 삼고, 3품 이하로써 교시(校試)·동교시관(同校試官)을 삼으며, 병조 낭청(兵曹郞廳) 1원, 훈련관(訓鍊觀) 2원, 대간에서 각기 1원씩 고시하여, 그 뽑는 것이 지극히 공정하나, 그러나 문생·좌주의 구습(舊習)은 아직도 있어 도리어 아부하는 자가 간혹 있습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공거·동지 공거의 칭호가 혁파되지 못해서입니다. 무과의 감교·교시의 관원이 또 이 예에 의하여 공거(公擧)를 사은(私恩)으로 삼아 비부(比附)하여 당(黨)이 되니, 심히 인신의 의가 아니고, 점점 자라게 함은 불가하니, 바라건대, 문·무과의 공거·감교·고시·교시의 관원을 혁파하게 하소서. 문과는 성균관이 이를 주관하되, 예문관·예조가 함께 시취하고, 무과는 훈련관이 이를 주관하되, 병조(兵曹)와 함께 시취하며, 대간으로 하여금 고시에 참여하여 그 고하의 차례를 아뢰게 하되, 주상께서 친히 그 재주를 시험하여 임용에 대비하게 되면 선거가 공정하고 비부의 폐단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생원시(生員試)도 이 예를 따르게 하소서."
의정부에 내려 의논하니, 의논하기를,
"문과(文科)는 예조에서 이를 주관하되 예문 춘추관(藝文春秋館)과 함께 시취하고, 무과(武科)는 병조에서 이를 주관하되 훈련관과 함께 고시하며, 생원시도 예조에서 이를 주관하되 성균관과 함께 고시하게 하고, 그 나머지는 한결같이 헌부(憲府)의 아뢴 바대로 따르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59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007]좌주(座主) : 고려 때 과거에 급제한 자가 시관(試官)을 일컫던 말. 평생 문생(門生)의 예를 행하였음. 은문(恩門).
- [註 008]
문생(門生) : 고려 때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고시관인 은문에 대하여 일컫던 말.- [註 009]
중시자(中試者) : 급제자.- [註 010]
출신패(出身牌) :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려 주던 홍패(紅牌).- [註 011]
양부(兩府) : 의정부와 중추부의 합칭. 대개 2품 이상을 말함.○初革科擧座主門生之法。 司憲府上疏曰:
設科取士, 以備任用, 誠良法也, 然法久弊生。 迨至前朝衰季, 爲貢擧者稱恩門, 中試者稱門生, 不顧國家選士之意, 私相比附, 遂爲朋黨, 其弊詎可勝言! 恭惟我太祖聖上卽位以來, 立經陳紀, 盡革前朝之弊, 一新取士之法。 擇公正文地大臣, 爲知貢擧同知貢擧, 以掌其事, 使禮曹成均館員同考試之, 亦使臺諫一員參考, 必取經明行修有德藝者, 書名以聞, 親試殿庭, 賜出身牌, 隨才任用。 且文武之道, 不可偏廢也, 故殿下設武科, 其選試之法, 一依文科, 擇武官兩府, 以爲監校同監校, 三品以下爲校試同校試官, 兵曹郞廳一員、訓鍊觀二員、臺諫各一員考試, 其選至公。 然門生座主, 舊習猶存, 轉相阿附者, 間或有之。 此無他, 知貢擧同知貢擧之號, 未盡革也。 武科之監校校試之官, 亦依此例, 以公擧爲私恩, 比附爲黨, 甚非人臣之義, 漸不可長。 乞罷文武科貢擧監校考試校試之官, 文科則成均館主之, 與藝文館禮曹同試, 武科則訓鍊觀主之, 與兵曹同試, 使臺諫參考, 第其高下以聞, 上親試其才, 以備任用, 則選擧公, 而無比附之弊矣。 其生員試, 亦依此例。
下議政府擬議: "文科則禮曹主之, 與藝文春秋館同試; 武科則兵曹主之, 與訓鍊觀同考; 生員試, 亦令禮曹主之, 與成均館同考; 其餘一依憲府所申。" 從之。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59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