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전에 나가 원일 별제를 행하다
임금이 문소전(文昭殿)에 나아가 원일 별제(元日別祭)001) 를 행하고, 일식(日食)의 변고로 인해 향궐 하례(向闕賀禮)를 정지하고, 조회를 받지 아니하였다. 각도에서 모두 헌마(獻馬)하니, 각도에서 말을 바치는 법[進馬]이 이때부터 시작하였다. 오정(午正)이 될 무렵, 임금이 소의(素衣)에 각대(角帶)를 띠고 정전(正殿)의 월대(月臺)에 나오니, 일관(日官)이 북을 울렸다. 일식이 오정 3각(刻)부터 시작하여, 신초(申初)002) 2각(刻)에 이르러서야 복원(復圓)003) 되었다. 처음에 서운관(書雲觀)에서 예보하여 아뢰기를,
"신초(申初) 3각에 복원될 것입니다."
하였으므로, 임금이 대언(代言) 등에게 말하였다.
"일식(日食)의 차(差)가 1각(刻)이면 서운관은 죄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지신사 김여지(金汝知)가 대답하기를,
"일식에는 상도(常道)004) 가 있습니다. 서운관에서 추보(推步)005) 하기를 조금 어긋나게 하였는데, 죄가 있고 없음은 신 등이 알지 못합니다."
하고, 좌부대언(左副代言) 한상덕(韓尙德)은 말하기를,
"일식은 비록 상도(常度)가 있다고 하나, 인사(人事)를 닦으면 일식이 있어야 할 때에도 일식하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혹 누각(漏刻)의 착오일지도 아직 모르니, 신은 죄가 없을까 합니다."
하니, 임금이
"죄상이 의심스러운 것은 경(輕)하게 처벌하고, 공훈이 의심스러운 것은 중(重)하게 상을 주라는 것이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고, 곧 술자(述者) 황사우(黃思祐)에게 미두(米豆) 20석을 내려 주었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재정-진상(進上) / 과학-천기(天氣)
- [註 001]원일 별제(元日別祭) : 설날 아침에 특별히 행하던 제사(祭祀).
- [註 002]
신초(申初) : 신시(申時)의 처음. 곧 하오 3시.- [註 003]
복원(復圓) : 일식(日食)또는 월식(月食)이 끝나고 해나 달이 본디의 둥근 모양으로 돌아감. 제4접촉(第四接觸).- [註 004]
상도(常道) : 일정한 법칙.- [註 005]
추보(推步) : 천체를 관측함.○上詣文昭殿, 行元日別祭。 以日食之變, 停向闕賀禮, 不受朝。 諸道皆獻馬。 諸道進馬自此始。 將午, 上以素衣角帶, 出御正殿月臺。 日官伐鼓, 日食始自午正三刻, 至申初二刻乃復。 初, 書雲觀嘗啓: "復於申初三刻。" 上謂代言等曰: "日食差一刻, 書雲觀得無罪歟?" 知申事金汝知對曰: "日食有常度, 書雲觀推步之稍差, 罪之有無, 臣等所未知也。" 左副代言韓尙德曰: "日食雖有常度, 人事修則當食不食, 或漏刻之差, 亦未可知, 臣恐無罪也。" 上曰: "罪疑惟輕, 功疑惟重, 是聖訓也。" 乃賜述者黃思祐米豆二十石。
- 【태백산사고본】 11책 2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재정-진상(進上) / 과학-천기(天氣)
- [註 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