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빈전에 둔 창기가 살 집을 궁궐 밖에 짓도록 공조 판서 박자청에게 명하다
공조 판서 박자청(朴子靑)에게 명하여, 실(室)을 궁궐 동문(東門) 밖에 짓도록 하니, 여악(女樂)을 두고자 함이었다. 처음에 이숙번(李叔蕃)이 진언(進言)하였다.
"전하는 우리 동방의 성주(聖主)인데, 응견(鷹犬)의 오락을 즐기시고 또 기녀(妓女) 6인을 내전에 들게 하니, 불가하지 않겠습니까?"
임금이,
"기녀를 내전에 들이였다는 것은 어디에서 들었는가? 또 비방하는 자는 누구이냐?"
하니, 이숙번이 대답하기를,
"신은 고자(瞽者)292) 에게 들었고, 비방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하였다. 이때에 판수의 아들 장천용(張天用)이 전내(殿內)의 급사(給事)이었으므로 그 아비가 듣고 이를 고한 것이었다. 임금이 즉시 장천용을 내쫓아버리고, 김여지(金汝知) 등에게 말하였다.
"내가 춘추(春秋)로 문밖에 출유(出遊)한 것이 단지 5, 6차(次)뿐인데, 응견(鷹犬)을 즐긴다고 할 수 없다. 이숙번(李叔蕃)도 모두 호종했었는데, 어찌하여 그 때에는 말하지 아니하더니 오늘에야 말하느냐? 내전에 들인 주악하는 창기(倡妓)가 명빈전(明嬪殿)에 들여 시녀(侍女)로 삼게 한 일은 내 일찍이 정부와 너희들에게 물었는데 모두가 ‘가하다.’고 했으므로, 그대로 따랐었다. 그러나, 내가 친히 본 것도 아니고, 단지 동지일(冬至日)에 상왕(上王)을 위해 한번 시험삼아 풍악을 울렸을 뿐이니, 성색(聲色)을 가까이 했다고 할 수도 없는데, 이숙번이 어찌 이와 같이 말하느냐? 너희들은 마땅히 이 뜻을 가지고 이숙번에게 유시하라."
처음에 선상(選上)한 나이 어린 창아(倡兒) 6인으로 하여금 노기(老妓) 삼월(三月)의 집에서 습악(習樂)케 하고 ‘내풍류(內風流)293) ’라고 부른 지도 여러 해가 되었다. 임금이 또 말하였다.
"내가 동녀(童女)를 습악(習樂)하게 함은 음악을 즐겨서가 아니라, 내가 군부(君父)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기에 국사(國事)를 세자에게 전하고 날마다 부왕(父王)을 모시어 효도를 극진히 하고자 함이었다. 간혹 헌수(獻壽)함에 있어서도 악(樂)이 없으면 불가하므로 이 명령이 있었던 것이나, 그러나 세자가 광혹(狂惑)하여 아직 일찍이 먹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부왕께서도 훙서(薨逝)하셨으니, 내악(內樂)294) 을 두어 무엇하겠는가? 마땅히 이를 파(罷)하게 하라."
김여지 등이 대답하였다.
"궁중에 악(樂)이 없음도 불가하고, 외악(外樂)295) 이 내전에 들어옴도 불가합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예전에는 임금에게 날마다 악(樂)을 아뢰었다. 내 만약 풍악을 즐긴다면 마땅히 고례(古禮)를 본받겠으나, 내 천성이 악을 좋아하지 아니함은 너희들이 오랫동안 근시(近侍)하였으므로 반드시 자세히 알 것이니, 연향(宴享) 이외에 홀로 앉아 풍악을 들을 때가 있었느냐. 그 ‘내풍류’라 말한 것도 명실이 같지 아니하니 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름을 ‘내풍류’라 한 것을 삼월의 집에 두게 함도 불가하니, 명빈전으로 들어가게 하여 시녀로 삼음이 어떻겠느냐?"
김여지(金汝知) 등이 대답하기를,
"심히 의(義)에 합당합니다."
하여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이숙번(李叔蕃)의 말 때문에 밖으로 내보내고자 하였으므로 이런 명이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5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예술-음악(音樂) / 신분-천인(賤人)
- [註 292]고자(瞽者) : 판수.
- [註 293]
내풍류(內風流) : 궁내(宮內)의 노래와 춤을 맡아보던 창기(娼妓).- [註 294]
내악(內樂) : 궁내(宮內)의 내전(內殿)에서 사용하던 음악. 또는 그 음악을 맡아보던 악공(樂工). 대개 여자 창기(娼妓)가 이를 맡았음.- [註 295]
외악(外樂) : 국가의 공식적인 모임에서 사용하던 음악, 또는 그 음악을 맡아보던 악공(樂工).○辛亥/命工曹判書朴子靑, 作室于宮東門外, 欲置女樂也。 初, 李叔蕃進言曰: "殿下, 吾東方聖主也。 嗜鷹犬之娛, 又以妓女六人入內, 無乃不可乎?" 上曰: "妓女入內, 聞之何處? 且謗之者誰歟?" 叔蕃對曰: "臣聞諸瞽者, 謗之者則無有。" 時瞽之子張天用, 給事於殿內, 故其父聞而告之。 上卽黜天用。 謂金汝知等曰: "吾於春秋出遊門外, 只五六次耳, 不可謂嗜鷹犬也。 叔蕃皆從之, 何不言於其時, 而乃言於今日乎? 入內奏樂倡妓, 入明嬪殿爲侍女事, 予嘗問於政府及爾等, 皆曰可, 故從之。 然予不親見, 但於冬至日, 爲上王試一動樂耳, 不可謂近聲色也。 叔蕃何言之若是耶? 爾等宜以此意諭叔蕃。" 初, 選年幼倡兒六人, 俾習樂於老妓三月家, 號曰內風流者, 有年矣。 上又曰: "予以童女習樂者, 非嗜音也。 予嘗不得於君父, 欲傳國事於世子, 日侍父王, 庶幾盡孝。 或於獻壽不可無樂, 故有此命也。 然世子狂惑, 未就夙志, 父王已逝, 置內樂何爲! 宜罷之。" 汝知等對曰: "宮中不可無樂, 外樂亦不可入內。" 上曰: "古者, 人君日擧樂。 予若嗜音, 當倣古禮矣。 予性不好樂, 爾等久爲近侍, 必詳知之。 除宴享外, 有獨坐聽樂之時乎? 其曰內風流, 名實不同, 亦不可不罷。 不爾則名爲內風流者, 不可居於三月之家, 令入明嬪殿爲侍女何如?" 汝知等對曰: "甚合於義。" 上從之。 然以叔蕃之言, 欲出之于外, 故有是命。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2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55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궁관(宮官) / 예술-음악(音樂) / 신분-천인(賤人)
- [註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