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 24권, 태종 12년 8월 15일 정묘 2번째기사
1412년 명 영락(永樂) 10년
상왕을 받들고 본궁 수각에서 술자리를 마련하다
임금이 상왕(上王)을 받들고 술자리를 본궁(本宮) 수각(水閣)에 마련하였다. 날이 저물고 술이 거나하자 임금이 일어나서 춤추며 대언(代言)들을 불러 말하였다.
"오늘 빨리 파하고자 하지 않음은 내 즐거움에 빠져서가 아니라, 우리 상왕(上王)은 고금에 만나기 어려운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도덕은 없고 다만 마음에 내외(內外)가 없을 뿐이다. 송 태조(宋太祖)의 말이 《통감(通鑑)》에 실린 것을 그대들은 보았는가?"
좌부대언 한상덕(韓尙德)이 솔이(率爾)155) 하게 대답하기를,
"신 등도 내외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렇다면 군신(君臣)이 서로 잘 만났다고 이를 만하다."
하였다. 얼마 있다가 상왕(上王)이 대비(大妃)의 훙서(薨逝)로 슬픔이 일어나 환궁하니, 임금이 권하여 만류하지 못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4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역사-고사(故事)
- [註 155]솔이(率爾) : 급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