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당·정업원 혁파 문제와 하번 갑사 문제에 관한 사간원의 상소문
사간원에서 시무(時務) 두 가지를 논하여 상소(上疏)하였는데, 그 첫째는 이러하였다.
"국가에서 사도(斯道)143) 를 숭중(崇重)하여 이단(異端)을 물리침에, 이미 사원(寺院)을 삭제하고 또 전민(田民)144) 을 감하였으나, 내원당(內願堂)145) 과 정업원(淨業院)146) 만은 인순(因循)하여 아직도 혁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내원당은 본래 전조(前朝) 때 부도(浮屠)147) 에 혹해서 중을 궐내(闕內)에 맞이하여 거처하게 하고는 이름을 ‘내원당’이라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그 실지가 없는데도 헛되이 그 이름만 가졌습니다. 또 감주(監主)148) 가 된 자도 이미 전토를 받은 대찰(大刹)로 들어갔는데, 또한 월봉(月俸)을 받아 먹으니 허비되는 것이 한 달에 거의 5석에 이릅니다. 정업원도 역시 전조 때 불도에 혹하여 설치한 것인데, 저 여승[尼]이 된 자 모두가 그 뜻을 얻지 못하고서 부처에게 투신한 자이니, 어찌 정업 과욕(淨業寡欲)의 실제와 임금을 오래 살게 하고 나라를 복되게 한 정성이 있겠으며, 설사 부처에게 신령이 있다 하더라도 달게 응하겠습니까? 또 토전(土田)과 장획(臧獲)149) 을 소유하고 있는데, 한달[一朔]안에 분수(焚修)150) 의 요(料)를 또 4석(石)이나 받으니, 내원당과 정업원의 1년의 비용을 계산한다면 모두 1백 석이나 되어 무명(無名)의 비용이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없습니다. 바라건대, 내원당의 월봉을 혁파하고, 감주가 된 자로 하여금 그가 거주하는 절의 전토에서 먹게 하며, 또 정업원을 혁파하여 그 토전과 장획은 다 속공(屬公)하게 하소서. 만약 갑자기 혁파하지 못하면 이미 전토가 있으니, 마땅히 삭료(朔料)를 혁파하여 국용(國用)에 대비하게 하소서."
의정부에서 내려 의논케 하니, 윗 조항 중에 내원당은 명실이 서로 달라 혁파함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므로, 임금이 그대로 따르고, 곧 말하기를,
"정업원을 갑자기 혁파함은 불가하다."
하였다. 그 둘째는 이러하였다.
"수령은 근심을 나누기 위하여 차견(差遣)하였으니, 백 리(百里)의 지방에 나가서 다스리는 소임은 막중(莫重)하온데, 하번 갑사(下番甲士)가 부병(府兵)이라 일컬으며 수령을 깔보아 대체로 자가(自家)의 전부(田賦)와 역사에 나가는 것을 모두 다 위반합니다. 수령이 부역(賦役)을 균등하게 하고자 하여 한 번이라도 강요함이 있게 되면 문득 능욕을 가하고, 또 그 봉족(奉足) 부리기를 자기의 종과 같이 하여 드디어는 도산자(逃散者)도 간혹 있게 되오니, 원컨대, 이제부터는 하번 갑사도 잡역(雜役) 이외의 모든 전부와 역사를 평민처럼 하게 하고, 그 봉족도 사가에서 부리지 말도록 하되, 위반하는 자는 수령이 감사에게 보고하여 규찰하여 다스리게 하소서. "
의정부에서 의논하니, 소청(疏請)대로 따름이 마땅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므로,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4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역(役) / 재정-국용(國用) / 사상-유학(儒學) / 사상-불교(佛敎) / 군사-중앙군(中央軍) / 농업-전제(田制) / 역사-고사(故事) / 신분-천인(賤人)
- [註 143]사도(斯道) : 유교(儒敎).
- [註 144]
전민(田民) : 토지와 노비.- [註 145]
내원당(內願堂) : 대궐(大闕) 안에 불도(佛道)를 닦던 집. 내도량(內道場).- [註 146]
정업원(淨業院) : 서울의 동대문(東大門:흥인문(興仁門)) 밖 연미정동(燕尾亭洞)에 있었던 여승[僧尼]들만이 기거하던 절. 뒤에 정순 왕후(定順王后:단종비(端宗妃))가 이 곳에서 평생을 보낸 곳으로 유명함.- [註 147]
부도(浮屠) : 불교.- [註 148]
○司諫院疏論時務二事。 其一曰:
國家崇重斯道, 攘斥異端, 旣削寺院, 又減田民, 而獨內願堂、淨業院, 因循未革。 彼內願堂, 本前朝惑於浮屠, 邀僧闕內以居之, 仍名曰內願堂。 今無其實, 而徒有其名, 且爲監主者, 旣住受田大刹, 又食月俸, 而一月之費, 幾至五石。 淨業院亦前朝惑佛而設, 彼爲尼者, 皆不得其志而投佛者也。 焉有淨業寡欲之實、壽君福國之誠乎? 假使佛有靈, 其肯應乎? 且旣有土田臧獲, 一朔之內, 焚修之料, 又受四石, 計內願堂、淨業院一年之費, 摠百石。 無名之費, 莫甚於此。 乞罷內願堂月俸, 使爲監主者, 食其所住之田, 又革淨業院, 其土田臧獲, 悉令屬公, 如未遽革, 旣有土田, 宜革朔料, 以儲國用。
下議政府議得: "右條內內願堂, 名實相殊, 宜革之。" 上從之, 乃曰: "淨業院則不可遽革也。" 其二曰:
守令分憂差遣, 出宰百里, 任莫重焉。 下番甲士, 稱爲府兵, 傲視守令, 凡自家田賦差役, 悉皆違逆。 守令欲均賦役, 一有强之, 則輒加凌辱, 且其奉足, 使之如己奴, 遂致逃散者或有之。 願自今, 下番甲士, 戶雜役外, 凡田賦差役, 皆如平民, 其奉足, 毋得役使於家。 違者, 守令報監司糾理。
政府議得: "宜從疏請。" 從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24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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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註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