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하윤이 《보동방》과 《수정부》 두 편의 노래를 지어 바치다
영의정부사(領議政府事) 하윤(河崙)이 보동방(保東方)·수정부(受貞符) 두 편(篇)을 바치었다. 처음에 하윤이 태조(太祖)를 위하여 성덕(盛德)의 노래를 지어 수보록(受寶籙)에 대신하도록 청하였으므로 임금이 허락하였었다. 그러므로 이때에 이르러 두 편(篇)을 바치었다. 임금이,
"보동방은 좋으나 수정부는 참위(讖緯)의 설이니,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 정부(政府)와 육조(六曺)에 내리어 의논하여 모두 가하다고 하면 내가 따르겠다."
하니, 지신사(知申事) 김여지(金汝知)가 하윤의 말을 임금에게 진달하였다.
"한 비기(秘記)에 이르기를, ‘고려가 송악(松岳)에 도읍하면 4백 80년이고, 조선이 한양(漢陽)에 도읍하면 8천 세(歲)라고 하였는데, 고려씨(高麗氏)의 역년(歷年)의 수가 과연 맞았으니, 이것으로 본다면 비기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인하여, 태조(太祖)가 개국할 때의 몽금척(夢金尺)·수보록(受寶籙)의 이상함이 있었다고 말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옛적 한 무제(漢武帝) 때에 조(趙)나라 사람 강충(江充)이 무제의 괴이한 꿈으로 인연하여 화(禍)가 죄없는 사람에게 미치었고, 서한(西漢) 말년에 왕망(王莽)·공손술(公孫述)의 무리가 부참(符讖)의 말을 혹신하여 백성에게 앙화를 끼치고 자기에게 화가 미쳤으니, 이것으로 본다면 참문(讖文)과 몽괴(夢怪)020) 가 믿을 것이 못된다. 우리 태조의 창업이 실로 천명(天命)과 인심(人心)에 기초한 것이니, 비록 금척(金尺)·보록(寶籙)의 이상함이 없더라도 창업하지 못하겠는가? 경 등은 모두 유신(儒臣)인데, 어찌하여 논설(論說)하는 것이 여기에 미치는가?"
여러 신하들이 모두 머리를 수그린 채 "예 예" 할 뿐이었다. 하윤(河崙)이 친히 아뢰었다.
"신이 전날에 바친 수정부 1편(篇)을 주상께서는 불가하다고 하시나, 신은 생각하건대, 수보록이 비록 참기(讖記)에서 나오기는 하였으나, 실상은 천명(天命)이 먼저 정하여진 것이니, 여항(閭巷)에서 노래하고 읊조리는 것은 금하지 마시도록 청합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악장(樂章)에 넣는 것은 불가하지마는 여항에서 노래하는 것이야 무얼 반드시 금하겠느냐?"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2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예술-음악(音樂)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출판-서책(書冊) / 역사(歷史)
- [註 020]몽괴(夢怪) : 꿈의 이상함.
○領議政府事河崙獻《保東方》、《受貞符》二篇。 初, 崙請爲太祖製盛德之歌, 以代《受寶籙》, 上許之, 故至是進二篇。 上曰: "《保東方》善矣, 《受貞符》乃讖緯之說, 未愜予心。 宜下政府六曹議之, 咸曰可則予從之。" 知申事金汝知, 以崙之言, 陳于上曰: "有一秘記云: ‘高麗都松岳四百八十年, 朝鮮都漢陽八千歲。’ 高麗氏歷年之數果驗。 由此觀之, 秘記之言可信也。" 因言太祖開國之時, 有夢金尺受寶籙之異, 上曰: "昔漢 武之時, 趙人江充, 緣武帝怪夢, 禍及無辜; 西漢之末, 王莽、公孫述之輩, 惑信符讖之言, 殃民禍己。 迹此觀之, 讖文夢怪, 不足信也。 我太祖創業, 實基於天命人心, 縱無金尺寶籙之異, 其不能創業乎? 卿等皆儒臣也。 何論說之至此乎?" 群臣皆俛首唯唯而已。 崙親啓曰: "臣前日所獻《受貞符》一篇, 上以爲不可。 臣以爲受寶籙, 雖出讖記, 實天命之先定也。 其閭巷歌詠, 請勿禁。" 上曰: "置之樂府則不可, 閭巷歌詠則何必禁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2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예술-음악(音樂)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출판-서책(書冊) / 역사(歷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