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안대로 분경을 금하고 거주를 죄주는 조목을 정하다
의정부에서 분경(奔競)012) 을 금하고 거주(擧主)013) 를 죄주는 두 조목을 올리었다. 처음에 임금이 정부에 명하였었다.
"죄가 거주(擧主)에게 미치는 것과 분경(奔競)하고 죄를 사피(辭避)하는 것 따위의 일은 실로 미편하다. 수령(守令)이 죄를 입는 것이 경중(輕重)이 같지 않으니, 만일 탐오하고 불법하다면 거주(擧主)를 아울러 죄주는 것이 마땅하지마는, 혹 공사(公事)에 착오가 있는데 아울러 거주를 죄주면 불가하지 않겠는가? 또 대소 인원(大小人員)이 혹은 공사(公事)로써 혹은 친구의 정의로써 어쩌다가 권문(權門)에 들어간 것을 가지고 시임은 파직을 시키고 전함(前銜)은 부처(付處)를 하는 것도 또한 불가하다. 정부에 상량 의논하여 아뢰어라."
이때에 이르러 정부에서 의논하여 아뢰었다. 첫째는 이러하였다.
"영락(永樂) 3년 3월 16일에 사간원(司諫院)에 수교(受敎)한 안에, ‘선비가 염치가 있은 뒤에 임금을 섬기는 의리를 다할 수 있는 것인데, 전조(前朝) 말년에 권세가 신하에게 옮기어져, 권문(權門)에 아부하고 세력에 좇는 자는 갑자기 화요(華要)한 벼슬에 옮기고, 염정(廉靜)014) 하고 자수(自守)하는 자는 도리어 배척을 당하여, 비록 대간(臺諫)의 관원이라도 모두 권귀(權貴)가 턱으로 지시하는 바가 되어서, 분경이 풍속을 이루고 염치의 도가 없어져서 패망하는 데에 이르렀다.’고 하였습니다. 국초(國初)에도 남은 풍속이 없어지지 않았으므로 전하께서 그 폐단을 깊이 생각하시어 엄하게 법금을 세워 헌사(憲司)로 하여금 규리(糾理)하게 하고, 혹은 파출(罷黜)을 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첨하는 무리가 사이를 타고 틈을 이용하여 간청하고 아부하여 말을 조작하고 일을 일으켜, 드디어 염정(廉靜)한 무리로 하여금 똑같이 수치를 당하게 하였으니, 참으로 탄식할 일입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권귀(權貴)의 문(門)에 친척이 아닌데도 분경(奔競)하는 자는 이조(吏曹)로 하여금 정하게 살피어, 시직(時職)·산직(散職)을 물론하고 표부 과명(標付過名)015) 하여 서용(敍用)을 허락하지 마소서. 또 헌사(憲司)로 하여금 그 법을 거듭 엄하게 하여, 사풍(士風)을 가다듬게 하소서. 지신사(知申事) 박석명(朴錫命)이 신판(申判)하여 의신(依申)016) 하였는데, 집정가(執政家)의 문밖의 분경은 금지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신 등이 생각하건대, 급속한 공사(公事)로 고과(告課)하는 각사 원리(員吏)와 사명(使命)을 받들고 출입하는 인원은 아부(阿附)로써 논할 수 없고, 내외 친척(內外親戚)도 또한 일찍이 내린 교지(敎旨)에 의하여 아울러 금지하지 마소서."
둘째는 이러하였다.
"영락(永樂) 원년(元年)에 사간원(司諫院)에서 수교(受敎)하였는데, ‘근년 이래로 수령(守令)이 적합한 사람이 아니어서 혹 용렬하고 능력이 없어 그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혹은 탐오하고 불법하여 생민(生民)에게 해독을 끼친다.’고 하였습니다. 원컨대 지금 무릇 수령을 제수함에 있어 죄가 거주(擧主)에게 미치는 법은, 한결같이 《육전(六典)》에 의하여 1품으로부터 현관(顯官) 6품까지로 하여금 각각 아는 사람을 천거하게 하는데, 일찍이 현질(顯秩)을 지내서 명망이 있는 자나 중외(中外)의 벼슬을 거치어 성적(成績)이 있는 자 가운데 명망이 많은 자를 취하여 쓰고, 가신(家臣)이나 간사한 이전(吏典) 출신자를 청탁하여 그 사이에 섞이지 않게 하소서. 성적을 참고할 때에 또한 각도 감사로 하여금 전최(殿最)017) 를 갖추어 헌사(憲司)에 이문(移文)하여, 천거한 것이 적당한 사람이 아니면 죄가 거주(擧主)에게 미치게 하소서. 또 영락(永樂) 2년에 본부(本府)에서 수교하였는데, ‘현량(賢良)을 보거(保擧)018) 하는데, 동반(東班) 6품·서반(西班) 4품 이상 인원으로 하여금 각각 아는 사람을 천거하게 하되, 시직(時職)·산직·친구(親舊)를 물론하고 7품 이상 가운데 인재(人材)·연갑(年甲)·적관(籍貫)·출신(出身)·역사(歷仕)·문무 재간(文武材幹)을 갖추 기록하여 보거(保擧)하여서 탁용(擢用)에 대비하게 하라. 천거한 것이 적당한 사람이 아니면 죄가 거주(擧主)에게 미친다.’고 하였는데, 지금 신 등이 생각하건대, 집에서 사환(使喚)하던 사람이나 출신(出身), 역사(歷仕)가 분명치 않은 사람을 천거한 자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하지마는, 만일 일찍이 현질(顯秩)을 지냈거나 중외(中外)에 역사(歷仕)하였거나 유일(遺逸)로서 문무 재간(文武材幹)이 있는 자를 천거한다면, 아울러 그 죄를 받는 것은 불가합니다. 연좌된 죄가 강상(綱常)을 허물어뜨리거나 탐오(貪汚)하여 장죄(贓罪)에 연좌된 일이 아니면 거주(擧主)에게 미치지 말게 하소서."
아울러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2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인사(人事) / 역사-고사(故事)
- [註 012]분경(奔競) : 엽관 운동(獵官運動). 관원이 전조(銓曺:이조와 병조)의 대신이나 권문 세가(權門世家)에 분주하게 찾아다니며 승진 운동을 하던 일. 여러가지 폐단이 많았으므로 조선조 때 이를 금하였음.
- [註 013]
거주(擧主) : 관리를 임명할 때 3망(三望)의 후보자를 천거하는 사람. 거주(擧主)의 자격은 동반(東班)은 6품 이상이었고 서반(西班)은 4품 이상이었으나, 대개 당상관(堂上官)인 경우가 많았음. 거주는 추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만약 추천한 사람이 관원에 임명되어 죄를 범하는 경우에는 거주도 공동 책임을 지고 문책을 당하였음.- [註 014]
염정(廉靜) : 청렴하고 조용한 것.- [註 015]
표부 과명(標付過名) : 관리가 과오를 저질렀을 때에, 그 과오를 별지(別紙)에 써서 정안(政案)에 붙여 두던 일. 도목 정사(都目政事) 때에 자료로 삼기 위한 것임.- [註 016]
의신(依申) : 임금이 신하가 아뢴 것대로 그대로 윤허하던 일.- [註 017]
전최(殿最) : 지방 감사(監司)가 각 고을 수령(守令)의 치적을 심사하여 중앙에 보고할 때 그 우열(優劣)을 나누어 상등을 최(最)라 하고 하등을 전(殿)이라 하던 제도. 매년 6월과 12월에 실시하였는데, 5고 3상(五考三上)이면 승진되었음.- [註 018]
보거(保擧) : 관리를 임명할 때 거주(擧主)가 후보자를 보증 천거하던 일.○辛亥/議政府上禁奔競罪擧主二條。 初, 上命政府曰: "罪及擧主與奔競避罪等事, 實爲未便。 守令被罪, 輕重不同。 若貪汚不法, 則幷罪擧主宜矣, 或於公事所錯, 幷罪擧主, 無乃不可乎? 又大小人員, 或以公事, 或以故舊, 幸入權門, 時行則罷職, 前銜則付處, 亦不可也。 政府擬議以聞。" 至是, 政府議聞:
一曰, 永樂三年三月十六日司諫院受敎內: "士有廉恥, 然後能盡事君之義。" 前朝之季, 權移於下, 附權趨勢者, 驟遷華要; 廉靜自守者, 反遭擯斥。 雖臺諫之員, 皆爲權貴頤指, 奔競成風, 廉恥道喪, 以至覆轍。 國初, 遺風未殄, 殿下深念其弊, 嚴立法禁, 令憲司糾理, 或加罷黜。 然謟諛之徒, 乘間抵隙, 干謁阿附, 造言生事, 遂使廉靜之輩, 等蒙其恥, 良可歎也。 願自今, 於權貴之門, 非親戚而奔競者, 令吏曹精察, 勿論時散, 標付過名, 不許敍用, 又令憲司, 申嚴其法, 以勵士風。 知申事朴錫命申判依申: "執政家門外奔競, 勿令禁止。" 今臣等以爲急速公事告課各司員吏及奉使出入人員, 不可以阿附論, 內外親戚, 亦依曾下敎旨, 勿竝禁止。 二曰, 永樂元年司諫院受敎: "近年以來, 守令多非其人, 或闒茸無能而不勝其任, 或貪汚不法而虐害生民。 願今凡除守令, 罪及擧主之法, 一依《六典》, 令一品至顯官六品, 各擧所知, 以曾經顯秩有名望者、歷仕中外有成績者, 取其望多而用之, 勿以請托家臣、憸小吏典出身者, 雜於其間。 及考績, 亦令各道監司, 具其殿最, 移文憲司, 所擧非人, 罪及擧主。" 又永樂二年本府受敎: "賢良保擧, 其令東班六品、西班四品以上人員, 各擧所知, 勿論時散親舊, 七品以上人材, 年甲、(藉)〔籍〕 貫、出身、歷仕、文武材幹, 具錄保擧, 以備擢用。 所擧非人, 罪及擧主。" 今臣等以爲, 若其家中使喚人及出身歷仕不明人擧之者, 固當受罪, 若擧曾經顯秩歷仕中外者及遺逸有文武材幹者, 不可竝受其罪。 所坐之罪, 自非敗毁綱常, 貪汚坐贓之事, 勿及擧主。
竝從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2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인사(人事) / 역사-고사(故事)
- [註 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