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일에 태일을 제사지내기 위한 연등을 대궐안에 설치하다
금중(禁中)에 등(燈)을 매달았으니, 상원일(上元日)에 태일(太一)을 제사지내기 때문이었다. 내자시(內資寺)·내섬시(內贍寺)에서 각각 종이 등(燈) 5백 개를 바치고, 또 용봉(龍鳳)·호표(虎豹)의 모양으로 섞어서 만든 것이 또한 많았다. 처음에 임금이 15일에 등(燈)을 달고자 예조 참의(禮曹參議) 허조(許稠)를 불러서 고전(古典)에 상고하고 하윤(河崙)에게 물어서 아뢰도록 하였다. 허조(許稠)가 아뢰었다.
"《문헌통고(文獻通考)》에 상고하여도 없고, 오직 전조(前朝) 때 상정례(詳定禮)에만 나와 있는데, 그 기원(起原)은 한(漢)나라에서 태일(太一)을 제사지냄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하윤(河崙)도 또한 성인(聖人)의 법이 아니라고 말하니, 정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
임금이 말하였다.
"삼대(三代) 이후로는 한(漢)나라나 당(唐)나라와 같은 것이 없다. 경은 한나라 제도를 본받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하니, 허조가 대답하였다.
"신은 원컨대, 전하는 반드시 삼대(三代)를 본받고 한나라·당나라를 본받을 것이 족히 못됩니다."
임금이,
"그렇다면 예조에서 반드시 상정(詳定)하여서 아뢸 것이 없다. 내가 궁중에서 또한 행하겠다."
하고, 내자시·내섬시에서 각각 한 사람을 불러 말하였다.
"삼원일(三元日)005) 에 연등(燃燈)하는 것을 대략 사림광기(事林廣記)에 모방하여 되도록 간이(簡易)한 데 따르고, 용봉(龍鳳)·호표(虎豹)의 괴이(怪異)한 모양을 만들어서 천물(天物)을 지나치게 허비하지 말라."
좌사간 대부(左司諫大夫) 윤회종(尹會宗)이 나와서,
"궁중에서 연등하는 것이 성인의 제도가 아니니, 원컨대 파하소서."
하니, 임금이
"내가 연등의 행사를 크게 행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궁중에서 잠깐 시험하는 것뿐이다."
하였다. 하루 앞서 임금이,
"상원(上元)에 연등하는 것이 한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폐할 수는 없다."
하고, 비로소 북쪽 궁원(宮苑)에서 연등하는 것을 구경하고, 등(燈)을 만든 장인(匠人) 26인에게 사람마다 쌀 1석을 내려 주었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21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출판-서책(書冊) / 역사-고사(故事)
- [註 005]삼원일(三元日) : 상원(上元)·중원(中元)·하원(下元)을 가리킴. 상원은 음력 정월 보름날, 중원은 음력 7월 보름날, 곧 백중(百中)날, 하원은 음력 10월 보름날.
○庚子/張燈于禁中, 以上元日祀太一也。 內資、內贍寺各進紙燈五百, 又雜以龍鳳虎豹之狀者亦多。 初, 上欲張燈於十五日, 召禮曹參議許稠, 考諸古典, 問於河崙以聞。 稠啓曰: "考《文獻通考》無之, 唯出於前朝《詳定禮》。 其原則自漢祠太一而始也。 河崙亦謂非聖人之法, 宜寢之。" 上曰: "三代以後, 莫漢、唐若也。 卿以漢制爲不足法耶?" 稠對曰: "臣願殿下必法三代, 漢、唐不足法也。" 上曰: "然則禮曹不必詳定以聞。 予於宮中且行之矣。" 遂召內資、內贍各一員曰: "三元日燃燈, 略倣《事林廣記》, 務從簡易, 毋作龍鳳虎豹詭異之狀, 濫費天物。" 左司諫大夫尹會宗進曰: "宮中燃燈, 非聖人之制, 願罷之。" 上曰: "予不欲大行燃燈之事, 姑於宮中暫試耳。" 先一日, 上曰: "上元燃燈, 起自漢時, 不可廢也。" 始觀燃于北苑, 賜造燈匠人二十六人米一石。
- 【태백산사고본】 10책 23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621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출판-서책(書冊)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