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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21권, 태종 11년 6월 4일 계사 2번째기사 1411년 명 영락(永樂) 9년

조세와 요역·공아의 구종 등에 관한 좌사간 대부의 상소문

사간원(司諫院) 좌사간 대부(左司諫大夫) 이명덕(李明德)이 상소(上疏)하였으니, 그 소(疏)는 대략 이러하였다.

"신 등은 직책이 언관(言官)의 자리에 있으므로, 삼가 한두 가지 관견(管見)을 조목별로 뒤에 아뢰겠습니다.

1. 서북면(西北面) 한 도(道)는 근년에 수한(水旱)으로 인하여 기근(飢饉)이 서로 잇달았는데, 의주(義州)·인주(麟州) 등 12개 주(州)가 더욱 심합니다. 전하께서 이것을 염려하시어 사신(使臣)을 보내서 진휼(賑恤)하셨으니, 진실로 이 백성들에게 부모(父母)의 마음을 쓰신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굶주림에 지쳐서 농사를 제때 짓지 못하여 수확(收穫)의 시기를 잃었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덕음(德音)을 환발(渙發)하시어 깊이 근심하고 가련하게 여기시는 뜻을 보이시와, 금년에 한하여 조세(租稅)를 면제해 주시고, 따라서 요역(徭役)을 너그럽게 해주소서.

1. 을유년·병술년에 전지(田地)의 측량을 다시 한 뒤로 여러 고을의 전지(田地)가 영축(盈縮)이 같지 아니하고, 또 바다에 인접한 여러 고을은 토지를 모두 개간하였는데도, 그 공물(貢物)의 액수(額數)는 아직껏 예전대로 하고 있으니, 전지(田地)의 분배와 공물(貢物)의 제정을 다시 고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유사(攸司)에 영(令)을 내리시어 앞서 정했던 공물의 액수를 가지고 한 해 동안의 소비량을 계산하게 하여, 부족한 것은 늘리시고, 여유 있는 것은 감하게 하소서.

1. 전지(田地)의 수(數)에 따라 공물(貢物) 액수(額數)를 정하여, 해마다 가을과 겨울이 바뀌는 환절기에 거두어 상납(上納)하게 하되, 이를 항식(恒式)으로 삼으소서. 만약 부득이하여 특별한 예(例)로 거두게 된다면, 그 값을 주고 무역(貿易)하여 백성의 업(業)을 후하게 하소서.

1. 외방(外方) 각 관(官)의 공아 구종(公衙丘從)은 추호(芻蒿)·탄목(炭木)의 공급(供給)과 수령(守令)의 체대(遞代)로 인한 영송(迎送)으로 인하여 매우 바빠, 하지 않는 일이 없으니, 참으로 없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근년에는 관노비(官奴婢)로 그 역사(役事)를 겸하게 하고, 구종(丘從)은 다른 역사(役事)로 옮겨 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관노비의 역사의 괴로움이란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는데, 또 구종들의 역사까지 대신 이바지하게 한다면, 어느 겨를에 자신들의 재산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풍성한 고을[盛邑]은 오히려 가하다 하겠으나, 쇠잔한 고을[殘邑]에 있어서는 장차 어찌하겠습니까? 이로 말미암아 수령(守令)들도 어쩔 수 없게 되어 상항(上項)의 공아 잡역(公衙雜役)을 모두 평민(平民)에게 정하게 되는데, 심한 자는 경내(境內) 각호(各戶)에다 그 일수(日數)를 배정하여 돌려가면서 입역(立役)하게 하니, 여염(閭閻)에서 근심과 탄식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폐단이 도리어 지난날보다 더욱 심하니, 이제부터는 대소(大小) 각 관(官)의 공아 구종(公衙丘從)의 숫자를 정하여 민생(民生)을 편케 하소서.

1. 국가에서 사장(師長)을 선택하고 양현고(養賢庫)를 설치하여 교양(敎養)하고 있는데, 국학(國學)에 나오는 생원(生員)은 항상 20명에 불과하니, 교양(敎養)하는 도리에 비추어 볼 때 어떻다 하겠습니까? 원컨대, 이제부터는 대소(大小) 문신(文臣)으로 사범(師範)이 될 만한 자를 그 품질(品秩)에 따라 성균관(成均館)의 직책을 겸하게 하시고, 산관(散官)도 역시 교관(敎官)이라 일컬어 함께 본관(本官)에 근무하게 하시어, 각기 배운 바를 가지고 여러 학생들을 나누어 가르쳐 도의(道義)를 강론(講論)하게 하소서. 그리고 각 해[年]의 방목(榜目)에 따라서 경외(京外)의 생원(生員)들을 정기적으로 소집하고, 향시(鄕試)에 나가는 자도 관시(館試)의 원점(圓點) 3백 점(點)의 예(例)에 따라, 일찍이 거관(居館)하여 2백 점이 찬 자라야 시험에 나가도록 허용하소서. 따라서 정록소(正錄所)로 하여금 회시(會試)를 당하여 이름을 등록할 때에, 2백 점이 차지 못한 자가 향시(鄕試)에 합격하여 온 자는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시고, 그 성명(姓名)을 갖추 기록하여 헌사(憲司)에 이문(移文)하게 하여 그 죄를 규리(糾理)하소서.

1. 각사(各司)의 전곡(錢穀)에 대해서 따로 쇄권(刷卷)087) 을 세워 소모되었거나 손실된 것을 추징(追徵)하는 것은 바로 벼슬살이의 경계를 보여 주는 뚜렷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자(文字)의 차오(差誤)와 서절(鼠竊)의 소모가 날을 거듭하고 달이 쌓임[累日積月]에 따라 저절로 감손(減損)하는 데 이르게 되니, 어느 관리(官吏)의 주의하지 못한 소치(所致)인지는 알지 못하겠으나, 하루 아침에 쌓이고 쌓인 물건을 갑자기 징수하기란 실로 미편(未便)한 일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쇄권(刷卷) 이전의 것은 다시 추징(追徵)하지 마시어 자신(自新)의 길을 열어 주소서. 그리고 이제부터는 세초(歲抄)를 당할 때마다 반드시 번고(反庫)088) 하여 일일이 기록해 수수(授受)하게 하고, 만약에 손실이 있을 경우에는 《육전(六典)》에 의하여 추징(追徵)하소서."

의정부(議政府)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1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84면
  • 【분류】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행정(行政) / 정론-정론(政論)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註 087]
    쇄권(刷卷) : 전곡(錢穀) 출납(出納)의 장부를 조사하는 일. 또는 그 법.
  • [註 088]
    번고(反庫) : 창고의 물건을 일일이 조사함.

○司諫院左司諫大夫李明德等上疏。 疏略曰:

臣等職在言官, 謹以一二管見, 條陳于後。 一, 西北一道, 比年水旱, 飢饉相仍, 其義州麟州等十二州爲甚。 殿下軫念, 遣使賑恤, 誠父母斯民之心也。 然民傷飢饉, 耕種愆期, 收穫失候。 伏望渙發德音, 深示憂憫, 限今年蠲免租稅, 仍寬徭役。 一, 乙酉丙戌年改量田後, 諸郡之田, 盈縮不同, 且沿海諸郡, 土地盡闢, 而貢物之額, 尙仍其舊, 分田制貢, 不可不改也。 伏望下令攸司, 將其前定貢額, 計其一年所費, 不足者增之, 有餘者損之, 一依田數, 以定貢額; 每歲秋冬之交, 收斂上納, 以爲恒式。 如有不得已別例之斂, 則給價貿易, 以厚民業。 一, 外方各官公衙丘從, 芻(蒿)〔藁〕 炭木, 遞代送迎, 靡所不爲, 誠不可無也。 近歲, 以官奴婢兼其役, 而丘從移定他役, 然官奴婢役使之苦, 不可殫記, 而又供丘從之役, 則奚暇顧其資産哉? 盛邑猶之可也, 其在殘邑, 將如之何? 由是守令亦不得已, 將上項公衙雜役, 皆定平民, 甚者, 境內各戶, 定其日數, 循環立役, 閭閻愁嘆, 由玆而興, 今日之弊 反有甚於前日。 自今大小各官公衙丘從定數, 以優民生。 一, 國家擇師長, 設養賢庫以敎養之, 而赴學生員, 常不過二十, 其於敎養之道如何? 願自今, 大小文臣可爲師範者, 隨品兼成均之職, 散官稱爲敎官, 同仕本官, 各以所業, 分訓諸生, 講論道義, 仍將各年榜目, 京外生員, 定期招集, 而赴鄕試者, 亦依館試圓點三百之例, 曾居館滿二百點者, 許令赴試, 仍令正錄所, 當會試錄名之際, 不滿二百點而中鄕試來者, 不許赴試, 具錄姓名, 移文憲司糾理。 一, 各司錢穀, 別立刷卷, 追徵耗損, 其示居官之戒昭矣。 然文字之差、鼠竊之耗, 累日積月, 馴致減損, 未知何等官吏不用心之致, 然一朝遽徵累數之物, 實爲未便。 伏望刷卷以前, 不復追徵, 以開自新之路。 自今每當歲抄, 必令反庫, 開寫授受, 如有損耗, 一依《六典》追徵。

下議政府擬議。


  • 【태백산사고본】 9책 21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84면
  • 【분류】
    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행정(行政) / 정론-정론(政論)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