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금성을 범하니, 일관을 불러 기양하는 문제에 대해 말하다
달이 금성(金星)을 범하니, 일관(日官)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문헌통고(文獻通考)》를 보니, 28수(宿)가 하늘에 포열(布列)해 있고, 여러 나라[列國]가 각기 열수(列宿)의 분도(分度) 안에 있게 되어, 만약 성변(星變)이 있게 되면 그 분도(分度) 안에 있는 나라가 이를 근심하였다. 그러므로 지난번에 달이 목성(木星)을 범(犯)했을 적에 일관(日官)이 기양(祈禳)하기를 청하였으나, 나는 우리 나라가 미성(尾星)과 기성(箕星)의 분도(分度) 안에 있고, 또 달이 목성(木星)을 범하는 것이 매우 잦으니, 무슨 빌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하여, 기양하지 말라고 명하였다. 지금 달이 금성(金星)을 범했기 때문에 《문헌통고》를 상고해 보았더니, 이에 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5성(五星)의 분도(分度)는 어디에 있는가?"
하니, 일관(日官)이 대답하지 못하였다. 임금이 좌우(左右)에게 이르기를,
"천변(天變)을 만났다고 반드시 빌 것은 없다. 어찌 군신(君臣)이 각기 자기의 맡은 바 일을 바르게 하는 것만 같겠느냐?"
하고, 서운 정(書雲正) 애순(艾純)을 불러 말하기를,
"달이 금성(金星)을 범하였다니, 무슨 분야(分野)인가?"
하니, 애순이 대답하기를,
"위(魏)의 분야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명하기를,
"5성(五星)은 본래 분야가 없는 것인데, 어찌하여 위(魏)의 분야라고 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범한 곳이 위(魏)의 분야에 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73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출판-서책(書冊)
○丙寅/月犯金星。 召日官曰: "予觀《文獻通考》, 二十八宿布列於天, 列國各在列宿分度之內。 若有星變, 則其在分度之國憂之。 是以曩者月犯木星, 日官請祈禳。 予以爲我國在尾、箕分度, 且月犯木星甚數, 何用禱爲! 命勿禳之。 今也月犯金星, 考於《文獻通考》則無之。 五星分度何在?" 日官不能對。 上謂左右曰: "遇天變不必禳禱。 豈若君臣, 各正乃事也?" 召書雲正艾純曰: "月犯金星, 何分也?" 純對曰: "魏之分野也。" 命曰: "五星, 本無分野, 何以曰魏之分?" 對曰: "所犯處, 在魏野也。"
- 【태백산사고본】 9책 21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7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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