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하들에게 이저에 관계된 일에 대하여 말하다
이튿날 계사(啓事)하는 여러 신하에게 일렀다.
"이거이(李居易)가 민씨(閔氏)에게 미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 말을 발한 것이지, 내게 불충한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한 것이 종사(宗社)에 관계되기 때문에 그를 폐하여 서인(庶人)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저(李佇)는 일찍이 일호(一毫)도 내게 다른 마음을 품은 바가 없었다. 비록 다른 마음을 품었다 하더라도, 자기에게 다른 마음을 품었다 하여 이를 벤다면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 비록 백 명의 대간(臺諫)이 말하더라도 어찌 끝내 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즉위한 이래로 간신(諫臣)이 유폄(流貶)된 자도 있고, 혹은 형을 받은 자도 있는데, 만일 하나하나 그 실정을 찾는다면 모두 자취(自取)한 것이다. 무릇 대간(臺諫)이 대신(大臣)의 의논을 두려워하고, 혹은 여론의 비등(沸騰)으로 인하여, 그 사람이 죄가 없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오히려 간쟁(諫諍)하는 것은 대개 전조(前朝)의 폐단을 인습한 것이다. 내가 이를 금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으나, 아직도 그 폐단이 남아 있다. 어제 어변갑(魚變甲)이 상서(上書)하여 이저를 논하였는데, 원소(袁紹)·동탁(董卓)을 인용하기까지 하였다. 내가 원소·동탁의 일을 물으니,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였다. 만일 알고서 말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임금을 속인 것이고, 만일 알지 못하고 말하였다면 제가 지은 소(疏)가 아니라, 반드시 남이 꾀고 부추긴 것이다. 내가 그 글을 의정부(議政府)와 순금사(巡禁司)에 내려 신문(訊問)하려 하였으나, 신료(臣僚)에게 비난을 당할까 염려하여 마침내 행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0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62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
○翼日, 謂啓事諸臣曰: "居易見惡於閔氏, 故以發其言, 非懷不忠於我也。 然所言關於宗社, 故廢爲庶人矣。 若佇則未嘗有一毫貳於我也。 雖或有貳, 以貳己而誅之, 非美事也。 雖百臺諫言之, 其終廢之乎? 予自卽位以來, 諫臣或有流貶者, 或有受刑者, 若一一而求其情, 則咸其自取之也。 凡臺諫之言, 或畏大臣之議, 或因物論之騰。 雖灼知其人之無辜, 猶且諫諍之者, 蓋襲前朝之弊也。 予之防閑已久, 弊或猶在。 昨魚變甲上書論佇, 至引紹、卓, 予問以紹、卓之事, 對以不知。 若知而不言, 則是欺君也, 若不知而言之, 則非其所製之疏也, 必有人誘掖之者。 予將下其書于議政府巡禁司訊之, 然慮反見非於臣僚, 故不爲耳。"
- 【태백산사고본】 8책 20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62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