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 해수의 오만함에 대해 탄식하다
조정(朝廷)의 내사(內史) 해수(海壽)가 의주(義州)에 이르렀다. 서북면 도순문사(西北面都巡問使)가 치보(馳報)하기를,
"내사(內史) 해수(海壽)가 13일에 압록강(鴨綠江)을 건너 의주(義州)에 이르러, 까닭 없이 성[怒]을 내며 목사(牧使) 박구(朴矩)의 옷을 벗기고, 판관(判官) 오부(吳傅)를 결박하여 볼기를 치려다가 그만두었는데, 그 행색(行色)이 심히 급하여 끝내 온 까닭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공경히 천자(天子)를 섬겨 오직 한가지 마음[一心]을 다할 뿐이고, 사명(使命)을 받든 중관(中官)이 비록 심히 불초(不肖)하다 하더라도, 내가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이 어찌 중관(中官)을 위해서이겠는가? 그런데도 악한 짓을 하는 것이 이에 이른다."
하고, 의정부(議政府)에 명하기를,
"해 천사(海天使)가 심히 공손하지 못하니, 만약 재상(宰相) 중에 위엄과 명망이 있는 사람을 보내어 원접사(遠接使)를 삼으면, 그 독기(毒氣)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정부(政府)에서 철성군(鐵城君) 이원(李原)을 보내기를 청하니, 임금이 대언(代言) 등에게 이르기를,
"내가 마음속으로 하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국(大國)을 정성껏 섬기는 것인데, 천자(天子)는 조관(朝官)을 보내지 않고 환시(宦寺)를 명하여, 오기만 하면 혹은 탐(貪)하고 혹은 포학(暴虐)하여 무례(無禮)한 짓을 자행하니, 어떻게 처치할 것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이것은 실로 고금(古今)의 공통된 근심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해수(海壽)의 행동[事狀]을 일일이 써서 실봉(實封)하여 아뢰고자 하나, 중국(中國)이 바야흐로 어지러운데, 내가 만일 이와 같이 하면 하루아침의 분함으로 인하여 백년의 근심을 끼칠까 염려되니, 내가 마땅히 참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1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
○朝廷內史海壽至義州。 西北面都巡問使馳報曰: "內史海壽以十三日渡鴨綠江, 至義州, 無故發怒, 褫牧使朴矩衣, 縛判官吳傅, 欲笞之而止。 其行甚速, 竟不言其所以來之故。" 上曰: "予恭事天子, 只殫一心。 奉使中官, 雖甚不肖, 予不敢言者, 豈爲中官哉! 而乃爲惡至此。" 命議政府曰: "海天使甚不遜, 若遣宰相之有威望者, 爲遠接使, 則無以肆其毒矣。" 政府請遣鐵城君 李原, 上謂代言等曰: "予心畏天, 故事大以誠。 天子不遣朝官, 乃命宦寺, 其來也, 或貪或暴, 恣行無禮, 處之如何?" 對曰: "此實古今之通患也。" 上曰: "我欲具海壽事狀, 實封以聞, 然念中國方亂, 我若如此, 則或以一朝之憤, 貽百年之患, 予當忍之。"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4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1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