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불노를 공주에 안치하다
명하여 불노(佛奴)를 공주(公州)에 안치(安置)하게 하였다. 인덕전(仁德殿)의 궁인(宮人) 가의 궁주(嘉懿宮主) 유씨(柳氏)가 일찍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서 자식이 있었는데, 이름이 불노(佛奴)였다. 불노가 스스로 말하기를, ‘상왕(上王)의 아들이라.’ 하니, 상왕(上王)은 결코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하였다. 참찬의정부사(參贊議政府事) 이지(李至)를 명하여 위관(委官)을 삼고, 대간(臺諫)·형조(刑曹)와 함께 순금사(巡禁司)에 앉아 잡치(雜治)하게 하니, 대간(臺諫)이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기를,
"대저 부자(父子) 사이는 이름[名]이 바른 연후에야 말[言]이 순(順)한 것이니,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해지지 않는 법입니다. 지금 유씨(柳氏)의 아들 불노(佛奴)란 자를, 상왕(上王)께서 ‘내 자식이 아니라.’하여 외방(外方)에 내쫓아, 그 외할미[外姑]를 따라 죽주(竹州)에 있은 지가 이미 몇 해가 되었는데, 근자에 망령되게 ‘상왕의 아들이라.’ 일컫고 서울 안에 몰래 들어와서 가만히 그 어미를 만나 보아 시청(視聽)을 어지럽히니, 그 마음이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심문(審問)할 때를 당하여 그 외할미는 말하기를, ‘셋째딸이 반복해(潘福海)에게 시집갔다가 지나간 무진년 정월에 복해(福海)가 주형(誅刑)을 당하였는데, 그해 8월에 불노(佛奴)가 태어났다.'고 하였으니, 상왕(上王)의 아들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만, 유씨(柳氏)의 아우의 남편 박종주(朴從周)는 말하기를, ‘신년(申年)에 낳았다.’고 하였으니, 두 말이 같지 않으니 진실로 분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고(自古)로 왕자(王子)·왕손(王孫)이라 거짓 일컬어 천하 국가(天下國家)를 변란(變亂)시킨 자가 많습니다. 속담(俗談)에 이르기를, ‘자식을 아는 것은 어미 같은 이가 없다.’고 하였으니, 신 등은 원컨대, 유씨(柳氏)에게 물어 그 사실을 변명(辨明)하고 그 이름을 바루며, 또 박종주에게 불노를 데리고 서울에 온 뜻을 물어서, 각각 그 죄를 바루어 밝게 후래(後來)에 보이시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하였다. 소(疏)를 덮어두고 내리지 않고 불노를 공주(公州)에 두었으니, 그 편의를 따른 것이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불노(佛奴)가 왜 도망하여 숨어서 화(禍)를 피하지 못하는가? 만일 도망하면 내가 마땅히 버려두고 묻지 않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15면
- 【분류】가족-가족(家族) / 사법-재판(裁判) / 왕실-비빈(妃嬪)
○命置佛奴于公州。 仁德殿宮人嘉懿宮主 柳氏, 嘗適人有子, 名曰佛奴。 佛奴自謂上王之子, 上王誓以爲非己子, 命參贊議政府事李至爲委官, 同臺諫刑曹坐巡禁司雜治之。 臺諫交章上言:
大抵父子之間, 名正然後言順, 名不正則言不順矣。 今柳氏之子佛奴者, 上王曰: "非予之子", 黜之于外, 隨外姑居竹州已有年矣。 近者, 妄稱上王之子, 潛入京中, 陰見其母, 以亂視聽, 其心難測。 當審問之際, 其外姑曰: "第三女嫁潘福海, 去戊辰正月, 福海被誅, 其年八月, 佛奴生", 則非上王之子明矣。 柳氏弟夫朴從周則曰: "申年生也。" 二言不同, 誠不可不辨。 自古詐稱王子王孫, 變亂天下國家者多矣。 諺曰: "知子莫如母。" 臣等願問柳氏, 以辨其實, 以正其名。 又問從周以携佛奴至京之意, 各正其罪, 昭示後來, 幸甚。
疏寢不下。 置佛奴于公州, 從其便也。 上曰: "佛奴何不逃匿以避禍乎? 若逃, 則吾當置而不問。"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515면
- 【분류】가족-가족(家族) / 사법-재판(裁判)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