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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17권, 태종 9년 3월 26일 기사 5번째기사 1409년 명 영락(永樂) 7년

사간원의 건의로 대간의 전원 합의 아닌 소수 의견으로도 상소가 가능하도록 항식을 삼다

사간원에 상소하였는데, 상소의 대략은 이러하였다.

"간관(諫官)과 헌사(憲司)는 임금의 이목(耳目)입니다. 위로는 임금을 돕고 아래로는 백사(百司)를 규찰(糾察)하므로, 일을 의논하고 글장을 올릴 때를 당하여 하나라도 화합(和合)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먼저 제거한 뒤에야 감히 행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충성된 말과 아름다운 계책(計策)이 하나인데, 이것을 그르다고 하는 자가 많으면,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품고서 이를 펴지 못하며, 미친 말과 망령된 의논을 하는 자가 많고 저지하는 자가 적으면, 괴로움을 참고 배회하다가 감히 잘못을 바루지 못하게 되니, 이것은 심히 국가의 아름다운 일이 아닙니다. 지나간 옛일을 상고해 보면, 당(唐)나라 어사 대부(御史大夫) 이승가(李承嘉)가 일찍이 여러 어사(御史)를 불러 꾸짖기를, ‘요즘 어사(御史)가 정사를 논하면서 대부(大夫)에게 자문(諮問)하지 아니하니, 이것도 예(禮)인가?’ 하니, 소지충(蕭至忠)이 말하기를, ‘고사(故事)에 대(臺)073) 안에는 장관(長官)이 없다.’고 하였으니, 어사(御史)는 인주(人主)의 이목(耳目)이라, 모두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임금을 섬기고, 스스로 일을 탄핵할 수 있는 법인데, 만약 먼저 대부(大夫)에게 사뢴다면, 대부(大夫)를 탄핵할 때에는 누구에게 사뢸 것인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고 하였고, 또 송(宋)나라 인종(仁宗)이 하송(夏竦)을 추밀사(樞密使)로 삼으니, 대간(臺諫)에서 그가 간사하다고 교장(交章)하여 논하였으나, 임금이 살피지도 아니하고 급히 일어나자, 중승(中丞) 왕공진(王拱辰)이 임금의 옷자락을 잡고 전후 열 여덟 차례나 상소하여 파면하게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유(類)는 매우 많아서 다 기록할 수 없습니다. 전조(前朝)에 이르러서는 정언(正言) 이첨(李詹)전백영(全伯英) 등 두 사람이 시중(侍中) 이인임(李仁任)의 죄를 극론(極論)하였었는데, 또한 뜻을 같이하지 아니하는 자들을 전제(剪除)한 뒤에 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컨대, 이제부터는 대간(臺諫)에서 일을 논의할 즈음에 계책을 물어서 모두 뜻이 같으면 말을 합하여 아뢰고, 혹 3, 4인이 옳다고 하는데 1, 2인이 옳지 못하다고 하면, 3, 4인이 그 일을 아뢰고, 그 옳지 못하다고 하는 자를 제거할 필요가 없으며, 1, 2인이 옳다고 하는데, 3, 4인이 옳지 못하다고 하면, 1, 2인이 그 일을 아뢰고, 그 옳지 못하다고 하는 자를 혐의할 필요가 없게 하되, 항식(恒式)으로 정하도록 하소서. 만일 일의 옳고 그름을 살피지 아니하고 옛 폐단을 그대로 따라서 반드시 억지로 굴복시켜서 그 불가하다고 하는 자를 전제(剪除)하는 자는 중하게 그 죄를 논하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7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79면
  • 【분류】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역사-고사(故事)

○司諫院上疏。 疏略曰:

諫官憲司, 人君之耳目, 上補袞職, 下糾百司, 當其論事章奏之時, 一有不諧者, 必先除去, 然後敢爲。 是以忠言嘉謀者一, 而非之者衆, 則懷抱鬱結, 莫得伸焉; 狂言妄論者衆, 而沮之者寡, 則隱忍低回, 莫敢矯焉, 此甚非國家之美事也。 稽諸往古, 御史大夫李承嘉, 嘗召諸御史責之曰: "近日御史言事, 不咨大夫, 禮乎?" 蕭至忠曰: "故事, 臺中無長官。 御史, 人主耳目, 比肩事主, 得自彈事。 若先白大夫, 則如彈大夫, 不知白誰也。" 又 仁宗夏竦爲樞密使, 臺諫交論其奸邪, 上未省遽起, 中丞王拱辰引上裾, 前後十八疏乃罷。 此類甚多, 不可悉錄。 至於前朝正言李詹全伯英等二人, 極言侍中李仁任之罪, 亦非剪除不同者而後爲之也。 願自今臺諫論事之際, 詢謀僉同, 則合辭敷奏, 其或三四人可之, 而一二人不可, 則三四人奏其事, 而不必去其不可者; 一二人可之, 而三四人不可, 則一二人奏其事, 而不必嫌其不可者, 定爲恒式。 如有不察事之是非, 尙循舊弊, 必使强屈, 剪其不可者, 重論其罪。

從之。


  • 【태백산사고본】 7책 17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79면
  • 【분류】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