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에서의 세자가 학습하는 과정을 정하다
서연(書筵)에서 강학(講學)하는 법을 세웠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언(上言)하기를,
"세자(世子)는 나라의 저부(儲副)이니 교양(敎養)·보도(輔導)하는 방법을 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렸을 때에 경적(經籍)을 강습(講習)시켜 이치를 연구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종사(宗社)의 근본을 삼아야 합니다. 원하옵건대, 이제부터 서연(書筵)에서 강독(講讀)하는 것을 정식(程式)을 제정하여, 매일 두 차례씩 서연에 나아가 아무날 아무 경서(經書)를 아무 글귀부터 아무 글귀까지 몇 자(字)를 몇 번 읽은 것을 치부(置簿)해 기록하고, 서연관(書筵官)은 아일(衙日)마다 계본(啓本)을 갖추어 신문(申聞)하고, 만일 정식(程式)과 같지 않은 것이 있으면 서연관을 책(責)하소서."
하였고, 길창군(吉昌君) 권근(權近)이 진언(陳言)한 것을 요약하면,
"서연(書筵)에서 진강(進講)하는 것은 마땅히 본원(本源)을 함양(涵養)하는 것으로 선무(先務)를 삼아야 하고, 서생(書生)이 경서(經書)를 공부하는, 기억하고 외[記誦]는 학문과는 같지 않습니다. 비옵건대, 이제부터 매일 신서(新書)를 강(講)할 것이 아니라, 세자(世子)가 이미 읽은 사서(四書)와 전(典)·모(謨) 등서를 순환(循環)하여 연구하되, 세자가 먼저 한두 절(節)을 읽어 정수(定數)를 한정하지 말고, 서연관이 이를 서로 강론(講論)하며, 또 고금(古今)에 법이 되고 경계가 될 만한 일과 선유(先儒)의 격언(格言)을, 역시 한두 절(節)에 불과하게 하여 이를 반복해 변론(辯論)하고, 감히 다른 말을 섞지 말아서 세자로 하여금 여유있게 잘 이해하게 하여, 마음 즐거이 권태(倦怠)를 잊게 하고, 매일 치부(置簿)하여 강론한 것을 기록해 상고하는데 빙거하게 하되, 되도록 신심(身心)에 관한 의리(義理)로 본원(本源)을 함양(涵養)하고, 고금(古今)의 치란(治亂)으로 견문(見聞)을 넓히며, 말과 행동이 잘못된 점이 있으면 즉시 이를 규정(規定)하고, 하룻동안에 서연관과 친근(親近)히 하는 시간이 많게 하고 환시(宦寺)와 친근히 하는 시간이 적게 하여, 항상 바른 말을 듣고 항상 바른 일을 보게 하여 그 덕성(德性)을 훈도(薰陶)하면, 어찌 반드시 경서(經書)를 많이 읽는 것이 귀하겠습니까?"
하였다. 두 글을 의정부(議政府)에 내려 의논하게 하니, 정부에서 의논하여 정하기를,
"사간원에서 아뢴 바에 의하여 매일 습독(習讀)하게 하고, 권근의 진언에 의하여 매일 한 차례씩 강론하면, 거의 양득(兩得)이 될까 합니다."
하였다.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6권 4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6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立書筵講學之法。 司諫院上言:
世子, 國之儲副, 敎養輔導之方, 不可不謹也。 故當其幼沖之時, 講習經籍, 窮理正心, 以爲宗社之本。 願自今書筵講讀, 制其程式, 每日兩次出就書筵, 某日某經, 自某句至某句幾字讀幾遍, 置簿志錄。 書筵官每衙日, 具啓本申聞, 如有不如程式, 責書筵官。
書筵進講, 當以涵養本源爲先務, 其與書生治經記誦之學不同。 乞自今不須每日必講新書, 將世子所已讀四書及典謨等書, 循環理會。 世子先讀一二節, 不限定數, 書筵官互相講論, 又將古今可法可戒之事及先儒格言, 亦不過一二節, 反覆辨論, 毋敢雜以他語, 使世子優游熟聞, 樂而忘倦。 每日置簿, 記其所講, 以憑稽考, 務以身心義理, 涵養本源, 古今治亂, 增益見聞, 言動有失, 從而規正。 一日之內, 要令親近書筵官之時多, 親近宦寺之時少, 常聞正言, 常見正事, 以薰陶其德性。 何必多讀經書之爲貴哉!
下二書于議政府擬議。 政府議得: "依司諫院所申, 每日習讀; 依權近陳言, 每日一次講論, 庶爲兩得。" 從之。
- 【태백산사고본】 6책 16권 4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6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