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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5권, 태종 8년 4월 2일 경진 13번째기사 1408년 명 영락(永樂) 6년

황제가 지은 찬불시. 생불이라고 하는 서역 승 갈니마 칭결

예부(禮部)에서 이내(李來)·맹사성(孟思誠)·설칭(薛偁)·이회(李薈)로 하여금 영곡사(靈谷寺)에 나아가서 각각 황제가 지은 찬불시(讚佛詩)를 속운(續韻)하여 올리게 하였다. 어제시(御製詩)에 이르기를,

"세상 사람이 해탈(解脫)하여 세상 사이에 나오면

건달바성(乾闥波城)054) 은 길이 닫히지 않았도다.

이 지경이 일찍이 연계(聯繫)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면

일진(一塵)에 미루산(彌樓山)을 쪼갤 수 있었으리.

화운(火雲)이 빙빙 돌아 뜬 구름 일어나고,

달 그림자 밝을락 말락 강물에 비치도다.

홀연히 베개 위에 꿈을 처음 깨니

이미 항하사겁(恒河沙刼)055) 속을 지내었구나.

유리(瑠璃)로 눈을 가리고 산하(山河)를 보니

모진 바람 바다를 불어 큰 물결 날치도다.

응당 거울속 상(像)과 같으리니 이것은 허망(虛妄).

종래에는 암마라(菴摩羅)056) 를 알지 못했도다.

비로소 도(道)를 배워 삼매(三昧)에 들어가니

어찌 몸과 마음이 서로 대신하지 않는 것을 믿으리.

장차 이 진심(眞心)을 분별(分別)하려 하니,

나타남이 없으면 귀모(龜毛)057) 가 무엇이 있으랴?

우물을 파서 흙을 내면 우물이 응당 빌 것이다.

모지고 둥근 그릇 본래 서로 같도다.

천리(千里)를 싸 가지고 와서 서로 주니,

누가 빈가(頻伽)058) 를 병속에 두었느니?

자세히 만물(萬物)을 보니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있도다.

누가 허공(虛空)이 이 진체(眞體)인 것을 알리?

만일 생(生)하고 멸(滅)하는 것을 가지고 근원(根源)을 캐보면,

거울속 등불꽃[燈花]이 홍자(紅紫)가 떨어진다.

눈 앞의 지경이 심혹(心惑)을 일으켜

전도(顚倒)된 인연(因緣)이 서로 얽히는도다.

한 점(點)의 영서(靈犀)가 구연(九淵)에 비치니

털끝에 삼천국(三千國)을 받아 얻는도다.

법왕(法王)이 서천(西天) 서쪽에서 와서

묘법(妙法)을 넓히어 여러 미혹(迷惑)한 사람을 열어주기로 맹세하였도다.

둥근 얼굴은 바다 조수(潮水)에 두루 솟아오르고,

보배 빛[寶光]은 참 파려(玻瓈)059) 가 나타나 드러나도다.

설법(說法)을 하여 영곡(靈谷)에 머문 뒤부터

서기(瑞氣)가 어리고 채색 노을이 빛나도다.

기원(祇園)060) 에 날이 따뜻하니 금련(金蓮)이 터지고

만수(萬樹)에 꽃이 늘어져 향기를 뿜는도다.

가슴속에 백천광(百千光)을 방출(放出)하여

멀리 망망(茫茫)한 대지(大地)에 비치는도다.

영롱(玲瓏)한 누전(樓殿)은 금벽(金碧)이 현황(炫煌)하고,

보탑(寶塔)의 묘(妙)한 그림자는 회랑(廻廊)에 퍼지도다.

다시 기천척(幾千尺)이나 되는 장대[長干]가 있어,

번개(幡蓋)가 조석(朝夕)으로 휘날려 나부낀다.

나무 그림자 흔들흔들 새 그림자 지나가고,

뭇 그림자 분분(紛紛)하게 창틈으로 지나간다.

여래(如來)가 전륜대(轉輪對)에 조용히 앉아서,

널리 청정(淸淨)하여 진애(塵埃)가 없게 한다.

천추 만세(千秋萬歲)에 황도(皇度)를 보좌하여,

묘덕(妙德)이 원만하고 맑아 연꽃이 피도다.

육결(六結)061) 을 돈연(頓然)히 제거(除去)하고 얽힌 것을 풀어,

흰 눈이 개인 공중(空中)에 빛이 교교(皎皎)하도다.

대명(大明)의 일월(日月)이 중천(中天)에 걸리어

통일(統一)된 산하(山河)에 봄 새벽[春曉]이 비친다."

하였다. 이때에 호승(胡僧) 갈니마(曷尼摩)가 있어 ‘생불(生佛)’이라고 하는데, 황제가 그를 맞아 경사(京師)에 데려다 영곡사에 거처케 하고, 매우 공경하고 믿으니, 조관(朝官)과 사인(士人)들이 모두 달려가서 이마를 땅에 대고 기(記)를 받았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34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54]
    건달바성(乾闥波城) : 건달바(乾闥波)가 만든 성(城). 건달바(乾闥波)는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서 수미산(須彌山) 남쪽의 금강굴(金剛窟)에 살며, 제석천(帝釋天)의 아악(雅樂)을 맡아 보는 신(神). 술과 고기를 먹지 않고 향(香)만 먹고 공중으로 날아 다닌다고 함.
  • [註 055]
    항하사겁(恒河沙刼) : 항하(恒河)의 모래알처럼 많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歲月)이란 뜻. 항하(恒河)는 인도(印度)의 간지스강(Ganges江)임.
  • [註 056]
    암마라(菴摩羅) : 불식(佛識) 또는 불도(佛道)의 뜻.
  • [註 057]
    귀모(龜毛) : 거북의 털. 매우 진귀(珍貴)한 것을 비유한 말.
  • [註 058]
    빈가(頻伽) : 불경(佛經)에 나타나는 상상(想像)의 새. 극락정토(極樂淨土)에 깃들이며, 언제나 미묘한 소리를 내며 인두조신(人頭鳥身)의 모양을 하고 있다 함.
  • [註 059]
    파려(玻瓈) : 칠보(七寶)의 한 가지로서 수정류(水晶類)임.
  • [註 060]
    기원(祇園) : 인도(印度)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동산과 숲. 중인도(中印度) 마갈타국(摩揭陀國)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음.
  • [註 061]
    육결(六結) : 사람의 미혹(迷惑)을 생기게 하는 여섯 가지 근원. 즉 안(眼)·이(耳)·비(鼻)·설(舌)·심(心)·의(意)를 말함.

○禮部使李來孟思誠薛穪李薈, 詣靈谷寺, 各賡御製讃佛詩以進。 御製詩曰:

世人解脫出世間, 乾闥波城長不關。 了知是境曾可繫, 一塵剖却彌樓山。 火雲旋轉浮雲起, 月影瞳(曨)〔朧〕 映江水。 忽然枕上夢初醒, 已歷恒河沙劫裏。 瑠璃籠眼見山河, 猛風吹海騰洪波。 應同鏡像是虛妄, 從來未識菴摩羅。 始言學道入三昧, 豈信身心不相代! 欲將分別是眞心, 無着龜毛有何在! 鑿井出土井應空, 方圓之器本相同。 貯將千里以相遺, 誰置頻伽甁口中! 細觀萬物有消毁, 孰解虛空是眞體! 若將生滅究根源, 鏡裏燈花落紅紫。 眼前之境起心惑, 顚倒因緣相糾纆。 一點靈犀照九淵, 毫端受得三千國。 法王來自西天西, 誓弘妙法開群迷。 圓容徧涌海潮水, 寶光顯出眞玻瓈。 自從說法住靈谷, 瑞氣絪縕霞綵煜。 祇園日暖綻金蓮, 萬樹葳蕤播芳馥。 胸中放出百千光, 遙燭大地何茫茫! 玲瓏樓殿炫金碧, 寶塔妙影敷廻廊。 更有長干幾千尺, 幡蓋飛揚竟朝夕。 樹影飄颻鳥影過, 衆影紛紛度窓隙。 如來宴坐轉輪對, 普令淸淨無塵埃。 千秋萬歲翼皇度, 妙德圓湛蓮花開。 頓除六結釋纏繞, 白雪晴空光皎皎。 大明日月麗中天, 一統山河照春曉。

時有胡僧曷尼摩, 號生佛。 帝迎至京師, 舍諸靈谷寺, 甚加敬信, 朝官士人皆奔趨, 摩頂授記焉。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34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