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 15권, 태종 8년 1월 28일 정축 1번째기사
1408년 명 영락(永樂) 6년
두 번이나 덕수궁에 나아가다. 태상왕의 쾌유를 위해 불사를 행하다
임금이 두 번이나 덕수궁에 나아갔다. 지신사(知申事) 황희(黃喜)에게 이르기를,
"부왕(父王)의 병환이 오래 낫지 않으니[彌留], 부처를 섬기는 것이 비록 비례(非禮)가 되기는 하나, 불인지심(不忍之心)013) 을 스스로 제지하지 못하여 승도(僧徒)를 소집(召集)해서 정근 기도(精勤祈禱)를 행하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하니 황희가 대답하기를,
"부모를 위해 병(病)을 구(救)하는 것이니 해로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였다. 드디어 예조 참의(禮曹參議) 변계량(卞季良)을 불러 불소(佛疏)를 짓고, 덕수궁 곁에 장막(帳幕)을 베풀고 승도 1백 명을 모아 약사 정근(藥師精勤)을 행하고, 임금이 입은 옷을 벗어서 약사(藥師)의 상(像) 앞에 드리고, 몸소 스스로 향(香)을 태우고 팔뚝에 불을 살랐[燃臂]는데, 새벽에 이르러서야 파하였다. 또 중관(中官) 박유(朴猷)를 시켜 연수 도량(延壽道場)을 덕수궁 북쪽 정자에 베풀고, 도승통(都僧統) 설오(雪悟)는 수륙재(水陸齋)를 덕방사(德方寺)에 베풀었는데, 태상왕(太上王)의 병이 조금 나았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29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註 013]불인지심(不忍之心) : 차마 할 수 없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