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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5권, 태종 8년 1월 3일 임자 2번째기사 1408년 명 영락(永樂) 6년

의정부가 사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이관하다

비로소 의정부(議政府)의 서무(庶務)를 육조(六曹)로 돌리었다. 좌정승(左政丞) 성석린(成石璘) 등이 상언(上言)하기를,

"삼가 송(宋)나라 신하 상관균(上官均)·사마광(司馬光)의 주의(奏議)를 상고하건대, 그 대략에 이르기를, ‘재상(宰相)은 자질구레한 사무(事務)를 관계할 것이 아닙니다. 대개 벼슬이 낮고 높은 것이 있으면 일이 번거롭고 간단한 것이 있고, 일이 번거롭고 간단한 것이 있으면 마음이 수고롭고 편안한 것이 있습니다. 벼슬이 높은 자는 마땅히 편안하여야 하니, 편안하지 않으면 천하(天下)의 대무(大務)를 꾀할 수 없고, 벼슬이 낮은 자는 마땅히 수고로워야 하니, 수고롭지 않으면 천하(天下)의 서무(庶務)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대저 재상(宰相)의 직책은 인주(人主)를 보필 협조[弼諧]하고 추극(樞極)007) 을 운행 알선[運旋]하니, 백관(百官)에 비교하면 지위가 높고 책임이 중하여 천하의 일을 총할(摠轄)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겸하는 것이 많으면 힘이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고, 작은 일에 자세하게 하려면 큰 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이것은 형세의 필연한 것입니다. 지금의 육부 상서(六部尙書)가 열부(列部)를 나누어 맡으니, 위탁(委託)하고 선임(選任)한 것이 중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빌건대, 성중(省中)의 사무(事務)를 경(輕)하고 중(重)한 것을 종류별로 나누어, 전부터 조례(條例)가 있고 일이 큰 것이 아닌 것은 아울러 육부 장관(六部長官)에게 위임하여, 응당 주상(奏上)할 것은 주상하고 응당 행하(行下)할 것은 행하하고, 혹시 조관(條貫)을 고치거나 일이 대체(大體)에 관계되어 육부(六部)에서 전결(專決)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곧 도성(都省)에 신정(申呈)하고, 만일 육부 상서의 판단(判斷)이 부당하거나 지체(遲滯)되어 판결하지 못하는 것은 따로 관계되지 않는 관원에게 위촉하여 시비(是非)를 결정[定奪]하소서. 귀(貴)하게 여기는 것은 상하(上下)가 서로 이어받아 각각 직분(職分)이 있는 것이니, 이와 같이 하면, 지위(地位)가 더욱 높은 자는 책임이 더욱 크고, 책임이 더욱 큰 자는 일이 더욱 간단하니, 일이 간단하고 마음이 편하면, 천하의 대무(大務)를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연구할 수 있으니, 장구한 계책[長策]과 원대한 절제[遠馭]로 만세(萬歲)의 기업(基業)을 세우는 것이, 소첩(訴牒)을 살펴보고 세무(細務)에 마음을 쓰는 것에 비교하면, 이익(利益)의 크고 작은 것이 진실로 상원(相遠)합니다.’ 하였습니다.

우리 조정의 의정부(議政府)와 육조(六曹)의 설치는 송(宋)나라 조정과 제도가 같고, 그 의논(議論)이 또한 지금의 폐단에 적절하게 맞습니다. 지금 육조 판서(六曹判書)를 모두 질(秩)을 높여서 일찍이 양부(兩府)를 역임한 자로 임명하고, 그 위임(委任)한 것이 각각 맡은 바가 있고, 또 그 소속이 있습니다. 본부(本府)는 총할(摠轄)하지 않는 것이 없어서 그 대체(大體)를 가지는 것인데, 지금 번거롭고 자질구레한 세무(細務)에 수고로워서 도리어 육조(六曹)에 소속된 것 같으니, 관아를 베풀고 직책을 나눈 체제를 크게 잃었습니다. 이제부터 범사(凡事)가 전례(前例)가 있는 것은 모두 각조(各曹)에 맡기도록 하고, 〈각조(各曹)에서〉 별례(別例)가 있은 연후에 본부(本府)에 정보(呈報)하면, 본부에서 경중(輕重)을 참작하여 계문(啓聞)할 것은 계문하고, 행이(行移)할 것은 행이하며, 각조(各曹)에서 한 것이 만일 착오와 정체(停滯)된 것이 있으면, 본부에서 근만(勤慢)을 고찰하여 시비(是非)를 결정[定奪]하게 하소서. 이와 같이 하면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유지되고, 번잡하고 간단한 것이 서로 이루어져서, 재상(宰相)은 세무(細務)에 시달리지 않고 서관(庶官)은 직무(職務)를 폐하는 데에 이르지 아니하여, 강목(綱目)이 거행되고 베풀어져서 치도(治道)가 거의 체제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하여,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28면
  • 【분류】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역사(歷史)

  • [註 007]
    추극(樞極) : 국가의 중추가 되는 긴요한 사무.

○始以議政府庶務, 歸之六曹。 左政丞成石璘等上言:

謹按上官均司馬光奏議, 其略云: "宰相不當關決細務, 蓋位有卑高, 則事有煩簡, 事有煩簡, 則心有勞逸。 位尊者宜逸, 不逸則不足以謀天下之大務; 位卑者宜勞, 不勞則不足以理天下之庶事。 夫宰相之職, 弼諧人主, 運旋樞極, 其視百官, 位尊任重, 天下之事, 無所不摠。 然而所該者衆, 則力有所不逮, 致詳於小, 則大有所不及, 此勢之必然。 今之六部尙書, 分領列部, 委寄選任, 不爲不重。 乞以省中事務, 類分輕重, 舊有條例, 事不至大者, 竝委六部長官, 應奏上者奏上, 應行下者行下; 其有或改條貫及事關大體, 非六部所能專決者, 卽申都省。 若六部尙書判斷不當及住滯不決, 則別委不干礙官, 定奪是非。 所貴上下相承, 各有職分。 如是則位愈高者任愈大, 任愈大者事愈簡。 事簡心逸, 則天下之大務, 得以熟慮而詳究, 長策遠馭, 建萬世之基業。 較省覽訴牒勞心細務, 利之大小, 固相遠矣。" 我朝議政府六曹之設, 與朝同制, 其議論又切中今時之弊。 今六曹判書, 皆增其秩, 以曾經兩府者爲之, 其委任各有所掌, 又有其屬, 本府則無所不摠, 而持其大體者也。 今乃勞於煩冗細務, 反若六曹之所役屬, 大失設官分職之體。 自今凡事之有前例者, 皆委各曹, 有別例, 然後呈報本府。 本府參酌輕重, 應啓聞者啓聞, 應行移者行移; 其各曹所爲, 如有錯誤住滯者, 本府考察勤慢, 定奪是非。 如此則大小相維, 煩簡相濟, 宰相不勞於細務, 庶官不至於曠職, 綱擧目張, 其於治道, 庶幾得體矣。

從之。


  • 【태백산사고본】 6책 15권 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28면
  • 【분류】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역사(歷史)